박병권국방장관의 저항
1963년3월12일 밤 김재춘 정보부장은 기자들에게 '쿠데타 음모계획 서가 입수되었다'면서 '이 계획표에 의하면 거사후의 군사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박임항중장으로 되어 있고 이달 15일 최종 모임을 한 후 이 달 말께나 4월초에 거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외의 고위층 이 관련된 듯한 혐의가 드러나 수사중이라서 사건 전모를 발표하기엔 시일이 좀 걸릴 것같다'고 말했다.
3월13일 중앙정보부는 쿠데타 음모사건 연루자 11명을 추가로 구속 했다.구속자들 가운데는 5·16 당일 혁명군의 선두에 서서 한강다리를 건넜던 당시 김포 해병여단장 김윤근 전 최고회의 외무국방위원장과 박정희 의장의 만주군관학교·일본육사 후배인 최주종 5관구 사령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사가 주체세력 내부로 확대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3월13일 저녁 박정희 의장은 박병권 국방장관, 김재춘 정보부장,김 종오 육군참모총장, 그리고 주요 최고위원들을 장충동 의장 공관으로 불렀다. 주제는 소위 박임항-김동하 쿠데타 음모 사건이었다. 김재춘 부장이 수사진행상황을 보고했다. 며칠 전부터 주체세력 내 親 김종필계 육사8기 강경파 장교들은 이 사건을 빌미로 비상계엄령 선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이날 홍종철대령이 그런 주장에 앞장을 섰다. 그런데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려면 국방장관이 국무회의에 안건을 제출해야 한다. 박병권 장관은 '사회가 안정되어 가는데 느닺없이 무 슨 소리냐'고 강하게 반대했다. 홍종철 대령이 일어나더니 솔직히 털 어놓았다.
'여러분, 사실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 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에 군정을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박병권은 깜짝 놀랐다.
'아니, 2·27선서식을 치러 박의장이 민정참여를 안하겠다고 선언 한 지가 언제인데 군정연장이라니 천부당 만부당한 일입니다. 민정불 참 선서는 장난이 아닙니다.'.
유양수 최고위원 등 온건한 인사들도 박병권 장관에 동조했다. 아 무 말 없이 회의를 지켜보던 박정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의는 자정 을 넘겨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박의장은 자신의 의도대로 회의가 진행 되지 않아 초조해보였다. 김재춘이 보니 박의장은 담배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박정희는 담배불을 재떨이가 아니라 탁자위에 부벼끄고 있었다. 박 정희의장은 회의를 끝내면서 말했다. 냉철한 그답지 않게 흔들리는 말 투였다.
'비상계엄령 이야기나 군정연장 이야기는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합시다'.
다음날 박병권 장관은 김재춘 정보부장을 찾아와 내뱉듯 말했다.
'김부장은 어때요? 내 생각에 동조하나 반대하나. 어제 저들이 그 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사전에 짠 것이 분명해. 에이 불쾌해!'.
이날 김현철 내각수반은 사뮤엘 버거 대사를 불러 으시시한 이야기 를 했다.
'쿠데타 음모와 암살모의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박정희 의장의 대 통령 출마와 민정불참 약속의 취소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 같다. 반미시위도 예상된다. 한국군의 여러 부대가 쿠데타 음모에 가담했다. 일선 부대가 북한으로 집단 월북할지도 모른다.'.
놀란 버거 대사는 멜로이 8군 사령관을 만나러 갔더니 그의 사무실 에 친미적인 김종오 육군참모총장이 와 있었다. 버거 대사는 두 사람 에게 김현철 수반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믿기 어 렵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김수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김종오 총장은 '일선부대의 월북설 같은 것은 금시초문이다' 라고 했다. 버거 대사는 김현철 수반이 '족청계장군들에 의한 쿠데타 음모가 발견되었고 테러조직을 동원하여 박정희 의장을 암살하려던 정 당도있다'고 말했다면서 사견을 덧붙였다.
'내가 보기엔 이런 쿠데타설은 혼란을 조장함으로써 박정희 의장이 민정불참 선언을 취소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작된 것 같다. 김종오 총 장과 박병권 장관은 박의장에게 김종필의 외유와 정보부 관련 부정사 건을 수사하도록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분들이 아닌가. 이 사실에 대하여 김종필과 그의 지지자들은 절대로 두 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 다. 공화당 내외에 포진하고 있는 김종필 세력은 온전하며 돈도 많아 적극적이다. 장관과 3군 총장들은 머지 않아 김종필 세력에 의한 숙청 자 명단에 포함될지 누가 아는가. 사태가 매우 악화되고 있다. 전에도 그랬듯이 김총장은 이 사태에 개입하여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버거 대사는 한국군 수뇌부를 이용하여 박정희의 야심에 제 동을 걸고싶어했던 것이다.
박정희는 이날 몸이 불편하다며 출근하지 않고 공관에서 각료들을 불러 사무를 처리했다. 이후락 공보실장은 공관을 방문하고 돌아와'이 번 쿠데타 사건이 민정이양계획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계엄령 선포문제도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연막을 쳤다.
박정희는 김용순 내무위원장과 김희덕 외무국방위원장을 따로 공관 으로 불러 요담을 가졌다. 최고회의에서는 홍종철 문사위원장, 김형욱 운영기획위원장이 길재호, 옥창호 두 최고위원들과 회합을 가졌다. 이들은 김종필계열의 핵심이었다. 이날 밤 홍종철과 김형욱은 공관으로 박의장을 찾아가 오래 밀담을 나누었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