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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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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16일 오후 4시 박정희는 최고회의 3층 본회의장에서 1백명이 넘는 기자들을 앞에 두고 성명서를 낭낭하게 읽어내려갔다. 이 성명서는 당시 박의장이 갖고 있던 국가관과 시국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다시는 군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건전한 민정으로의 정치적 체질개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불행하게도 가지고 말았던이 군정 을 설사 연장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혁명의 염려가 없는 건전한 체 질의 민정 탄생을 기다려야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시 혁명의 가능 성을 내포한 채라도 민정이양으로 서둘러야 할 것이냐라는 두 갈래 길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선 오늘날 후진국가들을 개관할 때 군사혁명은 하 나의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군인의 집권욕에 기인한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민족이 처해 있는 고루한 타성적 사회성에 기인 한 것이며 그 사회적 구각을 탈피하겠다는 하나의 체질개선의 민족적 대 수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이 체질개선에 성공한국가 들은 비약이 약속되고 있으나 그 체질개선을 이룩하지 못한 국가들은 혁 명의 되풀이를 면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이미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우리는 혁명 이전의 옛 모습으로 환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후죽순격의 정당 난립, 정치인의 무상한 이합집산, 추잡한 파쟁 등 정계의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거니와 그 틈을 탄 일부 군인을 포함한 극렬분자들의 반국가적 음모 등은 민심에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고 있으며 정권인수 태세를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정 권을 이양한다는 것은 혁명당국의 무책임일 것입니다.
 
 본인은 오늘 이 나라의 비극적 모습을 깊이 인식하고 다시는 혁명이 없는 건전한 민정의 탄생을 기약하기 위하여 과도적 군정기간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앞으로 약4년간의 군 정기간 연장에 대하여 그 가부를 국민투표에 부하여 국민의 의사를 묻기로 하였습니다. 이 국민투표는 가능한 한 최단시일내에 실시될 것이며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장애할 모든 정치활동을 일시중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입니다.>.
 
 박정희는 이 성명서를 읽은 뒤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퇴장했다. 최고 회의는 이날 비상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조치법을 통과시켜 언론검열과 정치활동금지를 선언했다. 사실상의 계엄령 선포였다.
 
 3월17일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최근 한국 사태에 대한 요약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한 주 동안 한국 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워낙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반박정희 세력 -함경도 군맥, 야당, 군수뇌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거나 거세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일련의 사태 전개가 박정희가 꾸민 것으로서 그는 쿠데타 음모를 조작하여 민정참여 노선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거나 아니면 박정희는 그럴 의사는 없지만 김종필 지지세력에 의하여 박의장이 이용되고 있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대로 박정희는 3월7일 원주 1군 사령부에서의 경고연설,3월 11일의 쿠데타 음모 적발 발표, 15일의 군인데모, 16일의 군정연장 국민 투표 제의란 연속적인 조치를 통해서 나라를 소란스럽게 흔들어놓는 데 성공했다. 집권세력 안팎의 반대세력이 이 혼란속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태를 활용하여 박정희는 상황의 주도권을 탈환해버린 것이다.
 
 3월19일 오후 세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최고회의 3층 상황실에서는 3·16군정연장 제의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박정희 의장은 최고위원들 과 함께 윤보선(전 대통령), 장택상(전 국무총리, 5대 민의원), 김도연 (초대 재무장관), 김준연(전 법무장관), 이범석(초대 국무총리)씨등 5명 의 정치 지도자들을 상대로 흥미로운 설전을 벌였다.
 
 5인 대표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뒤이어 홍종철(최고회의 문사위위원 장), 김희덕(외무국방위원장), 유양수(재경위원장) 등 최고위원들이 마 주 앉았고 박정희 의장이 가운데 자리하면서 시작되었다.
 
 박의장이 '윤선생 먼저 말씀하시지요'라고 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앉은 채로 '3·16성명을 번의하고 2·27 선서대로 행동하시오'라며 말문 을 열었다. 정치인들이 앉은 순서대로 같은 내용의 말을 되풀이 하는 동 안 최고위원들은 주요 발언을 기록하곤 했다. 정치인들의 말이 끝나자 홍종철 최고위원부터 번갈아 일어서서 발언했으며 이때는 정치인들이 메 모지를 찾느라 분주하자 박정희 의장은 자신의 메모지를 윤보선과 장택 상씨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박정희는 정치인들과 최고위원들과의 공방전을 한참동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김희덕 최고위원이 장택상의 발언을 문제삼아 '언론문제에 오해가 있다'며 발언하려 하자 김위원에게 '김장군, 말꼬리를 갖고 그 러지 마시오'라고 제지한 후 자신이 직접 끼여들었다. 그는 장씨에게 '때묻은 사람들을 다음 민정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장씨가 '힘껏 노력하겠다'고 응수하자 이때부터 박정희는 정치인들과 직접 토론했다.
 
 ·박정희:'여러분의 말 잘 알겠습니다. 2·27 선서를 하고 10여일 밖 에 안돼서 정책을 변경했으니 신의가 없다고 한 말 참으로 뼈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후의 정세변경은 이런 결심밖에 나오지 못하게 했 습니다. 박정희 개인이 편하려면 그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장래가 뻔한 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과거에 때묻고 지탄받은 정치인들이 자진해서 정계에 안나온다면 저의 결심을 변경하겠습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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