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해체 지시
박정희로서는 온몸을 던져 공화당을 만들고 인재들을 찾아다니며 영 입한 김종필과는 공화당을 보는 시선이 같을 수가 없었다. 박정희의 공화당을 보는 다소 냉담한 생각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박정희가 자신의 정치철학을 사후에 이어갈 정당을 남기지 못한 것도 이와 관 계가 있을 것이다.
정보부장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재춘은 반김종필 세력의 선두에 서서 민정참여를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박정희 의장이 그를 정보부장으 로 앉힌 다음에는 달라졌다. 김재춘은 소위 박임항 쿠데타음모사건 수 사를 통해서 반김세력의 한 기둥이었던 함경도 군맥을 거세하는 데 앞 장섰다.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박정희-김종필 노선에 반대하던 깐깐한 박병 권 국방장관마저 사퇴하여 군내의 박정희 견제세력은 무력화되었다. 김 재춘은 또 군정연장안을 밀어붙이고 새 여당을 창당하려는 일에도 열심 이었다. 김재춘의 정보부장 기용은 결과적으로 박정희의 절묘한 인사였 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중용하여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시 킨 것이다.
정국이 급류를 타고 있던 이 무렵의 어느 날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김정렬 공화당 의장을 집으로 불렀다. 야당 재건작업으로 분주하던 장 씨는'이것 참, 내가 전혀 낄 필요가 없는 건데 이상하게 됐구먼'이라고 했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내 비서가 군내의 정보를 갖고왔는데 외유를 떠난 김종필을 죽이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오. 4대 의혹사건과 관련하여 김종 필에 대한 고소장을 군 검찰에서 작성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강경 하고 과장되어 있다는군요. 나야 김종필이 죽든 살든 상관이 없지만 만 약 김종필을 제거하기 위해 그런 허무맹랑한 일을 벌인다면 반드시 박 정희 의장도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아니겠소. 이런 혼란기에 나라를 책임진 박의장까지 그렇게 되면 큰 일 아니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것 이오.'.
'그런데 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신은 그래도 국방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공화당 의장이 아니오.무 슨 수를 쓸 수 있는 입장인 것 같은데.' '예, 잘 알았습니다.'.
김정렬은 최고회의 건물로 박정희 의장을 찾아가면서 생각해보니 김 재춘 정보부장이 핵심 인물로 생각되었다. 그는 박의장에게 이렇게 말 했다고 한다.
'김재춘이를 한번 불러서 타이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형님! 말도 마십시오. 얼마 전 김재춘이가 나에게 4대 의혹사건에 대하여 보고할 적에 그때 저는 사심없이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막 이야 기한터입니다. 형님께서 나서서 좀 막아주십시오.'.
'아니, 내가 김재춘 부장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사정이 이러한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부탁합니다.'.
김정렬은 먼저 김종오 육군참모총장 집을 찾아갔다. 한때 두 사람은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 친밀한 사이였다. 김정렬이 김종필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지만 김종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5·16직후 김종오 가 참모총장이 된 데는 김종필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그 후 김종오는 군수뇌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김종필을 견제하는 입장이 된다. 군수뇌 부는 하급자인 육사8기출신 주체세력들의 독주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 었다. 김종필이 아무리 실력자라고 해도 계급사회인 군대안에서는 이 계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김종필이 군내에서 자신의 인맥을 만들 수 없었던 것도, 또 두번이나 외유를 떠냐야 했던 것도 상급자들 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종오는 '내버려두십시오. 설마 죽이기야 하겠습니까'하고 냉담하 게 말했다고 한다('김정렬 회고록'). 김정렬은 '김종필이 문제가 아니 라 이런 식으로 하면 박의장과 최고회의, 더 나아가서 군부 전체가 타 격을 입게 된다'고 설득했다. 김종오는 김재춘을 불렀다. 김정렬은 김 재춘부장에게 사정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김정렬의 생전 회고록에 따르 면 김재춘은 처음에는 김의장의 청탁을 완강히 거절하다가 김의장이'도 대체 당신은 박의장을 곤경에 빠뜨릴 의도로 그러는 거요?'라고 하니 이렇게 말하더란 것이다.
'김종필 때문에 그러는 거지요. 김종필은 아무튼 가만히 놔두어선 안됩니다.'.
김정렬은 밤을 새면서 거듭 김재춘을 설득했고 새벽이 밝아올 무렵 에야 김종필에 대한 선처를 약속하더란 것이다.
박의장은 3월말 공화당의장 김정렬을 불렀다. 일본육사 선배인 김의 장에게 박의장은 '형님!'이라고 불렀다.
'형님, 아무래도 공화당 가지고는 죽도 밥도 안되겠습니다. 아주 해 체해버리십시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언젠가는 나에게 의장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서 공화당을 해체하자니 도대체 이거 어 떻게된 겁니까.'.
'창당한 지 한 달여밖에 안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공화당을 해체해야겠습니다.' '그러면 해체하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대안이라도 있습니까.' '생각할 만큼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일단 당을 해체하고 대안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김정렬은 4월5일까지는 해체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