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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차 전복
 호송차 전복
 
 '부장님, 육군총장 비서실장이 밖에 와서 기다리는데요. 정승화 총장이 총장실에서 조용히 뵙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조약래 국방장관 보좌관이 김재규에게 다가가서 속삭이듯 말했 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노재현 국방장관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 였다. 김부장은 일어서면서 물었다.
 
 '그래, 그런데 그 비서실장은 어디 있나.'.
 
 조장군은 접견실쪽을 가리키면서 '저기 있습니다'라고 했다. 노 장관은 김재규가 부속실로 나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부속실 에는 김재규의 경호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 부 장이 장관실과 인접한 접견실을 통해서 복도로 나오자 김진기 헌병 감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총장 지금 어디 있지.'.
 
 헌병감이 '육본 총장실에 계십니다'라고 했다. 김재규는 별다른 의심없이 따라나섰다. 김재규가 앞장 서고 오 중령이 오른쪽, 헌병 감이 왼쪽, 헌병대 이대위가 뒤를 따랐다. 정보부장 경호원 두 명 이 따라오는 것을 이 대위가 막았다.
 
 '이쪽으로는 못갑니다.'.
 
 이 대위는 미리 배치해둔 헌병들을 시켜서 두 경호원들의 접근 을 차단했다. 2층에서 1층 후정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도 헌병 이 배치되어 경호원들의 접근을 막도록 했다. 김재규가 말했다.
 
 '왜 이 길로 가는 거야.'.
 
 '이 길은 국무위원들이 사용하는 통로입니다. 최규하 총리께서 도 이 길을 이용하셨습니다.'.
 
 오중령의 말이었다. 후정으로 내려오자 외등 하나 없는 어둠이 었다. 이 대위와 오 중령은 김 부장을 미리 대기시켜둔 레코드 승 용차(보안사 참모장 차)로 안내했다. 승용차 안에는 헌병 두 사람 이 미리타고 있었다. 이걸 보고 김재규는 흠칫 했다. 오 중령과 이기덕 대위는 김재규를 차속으로 밀어넣었다.
 
 '무장을 해제하겠습니다. 순순히 응하십시오.'.
 
 '내가 주지.'.
 
 김재규가 바지 호주머니를 뒤지려는 것을 오 중령과 이 대위가 낚아채보니 권총이었다. 이 대위가 리벌버를 받아서 열어보니 실 탄은 한 발이 장전된 채였고 화약냄새가 풍겼다. 오 중령은 김진 기 헌병감에게 '우리가 나간 이후에는 어떤 차도 국방부를 나가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정보부 경호차가 따라올 경 우에 대비한 말이었다. 김 부장을 태운 차와 두 대의 예비차가 국 방부 후문을 나와서 삼각지 로터리를 회전하는데 김재규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저는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해주시오. 나 순순히 따라가겠소.'.
 
 '부장님이 지금 매우 위험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정 총장님의 지시로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있는 중입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세상은 달라졌어. 각하는 돌아가 셨어. 지금 수도통합병원에 계셔.'.
 
 '아 그렇습니까.'.
 
 김재규를 태운 레코드 승용차 운전병은 행선지인 정동 보안사 분실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운전병은 그 옆에 있는 정보부 정동 분실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김재규를 붙들고 있던 보안사 오일랑 중령이 보니 예비군 복장을 한 경비병이 나오고 있었다. 김재규는 반가운듯이 '우리 분실인데'라고 했다. 오중령은 기겁을 하고 차를 돌리게 했다.
 
 보안사 정동공작분실에서는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허화평 대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재규를 정중하게 2층으로 안내하여 연금 시켰다. 이방에서 김재규를 맡은 사람은 보안사 수사과 소속 신동기였다. 신수사관은 김재규의 몸과 입에서 나오는 악취에 속이 뒤집힐 듯했다. 술냄새, 향수냄새, 간질환자의 뱃속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김재규의 얼굴은 검은 색과 붉은 색을 섞어놓은 듯 했다. 김재규는 물부터 찾더니 여러 컵을 들이켰다. 신동기는 김 재규를 왜 연금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사전에 설명을 듣지 못했다. '정중히 모셔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재규를 편하 게 해드리려고 '옷을 벗고 침대에 좀 누우시지요'라고 하면서 옷을 벗기는데 와이셔츠 앞가슴 부분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신 동기는 김재규가 술을 마시다가 전두환 사령관과 싸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부장님 누구 하고 싸웠습니까.'.
 
 그런데 김재규가 엄지손가락을 펴든 뒤 아래로 거꾸로 돌리면서 '각하가 돌아가셨어. 세상이 바뀌었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직감적으로 김재규가 시해범이란 느낌이 왔다. 신동기는 우선 김 재규의 옷을 벗겨서 도망을 치지못하게 해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바지를 벗기니 파자마 차림이 드러났다.
 
 허리띠도 뺐다. 그리고는 침대에 눕혀놓고서 안마를 해주니 김재규는 엉뚱한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나를 육군교도소나 서울구치소로 좀 보내주게. 자네도 위험 하네.'.
 
 '왜 그렇습니까.'.
 
 '내가 여기 잡혀 와 있다는 것을 알면 정보부 부하들이 경거 망동하여 쳐들어올 거야.'.
 
 허화평 대령은 어디로 전화를 걸더니 권총을 빼서 신수사관 에게 건네주고는 '잘 지키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급히 뛰어나 갔다. 신동기는 담 하나 사이인 정보부 정동 분실에서 쳐들어 올 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허화평 대령으로부터 '김재규가 각하시해 범임이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서빙고분 실로 데리고가서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무장한 호송병력을 태운 미니 버스가 정동분실에 도착했다.신 동기 수사관은 김재규의 바지 허리춤을 잡고 버스에 탔다. 이 버스가 잠수교쪽으로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났다. 차안에서 잠시 정신을 잃은 신동기가 눈을 떠보니 김재규는 신수사관의 얼굴을 깔고 앉은 채 그 역시 정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김재규의 바지춤을 꼭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구, 내가 신 선생을 깔고 앉았네.'.
 
 '부장님, 괜찮아요?'.
 
 차 바깥으로 기어나온 신동기는 계속 허리띠 없는 바지를 잡 고 있기도 뭣했다. 손을 놓으면서 말했다.
 
 '부장님 도망가지 마십시오.' '도망은 무슨 도망, 차나 빨리 세우시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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