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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사
 轉役辭
 
 김재춘 정보부장은 긴급상황을 박의장에게 간단히 보고한 뒤 일찍 진해를 출발, 상경했고 박의장은 그날 오후 올라왔다. 박 의장 일행이 김포공항에서 서울시내로 들어오는 차중엔 부관인 손영길 소령이 앞자리에 타고 뒷자리엔 박종규 중령이 의장 옆 자리에 타고 있었다. 손영길이 들으니 박종규가 의장에게 이런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정규 육사출신 장교들이 주동이 된 친위 쿠데타 음모인데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최성택이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 늘중으로 정승화 육군방첩대장이 각하에게 수사 보고를 올릴 겁니다.'.
 
 손부관은 육사 11기 동기생들인 전두환, 노태우들이 터무니 없는 모함에 걸렸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체를 뒤로 돌려 박의장 과 박종규를 바라보면서 설명했다.
 
 '각하, 아닙니다. 이건 모략입니다. 이 친구들은 각하를 존 경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합니다. 게다가 대위들이 하면 뭘 하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박의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부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하긴, 육군 대위가 알길 뭘 알아'라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승화 육군방첩대장은 당초의 첩보가 엄청나게 과장되 었음을 알게되었다. 주로 김종필 계열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 청년장교들을 거세하기 위하여 불평 불 만을 쿠데타 음모정도로 부풀려 보고한 것임이 드러났다. 이 사 건의 중심 인물은 방첩대에 근무하면서 정규육사 출신 장교들 모임 '북극성회'의 회장으로 있던 노태우 대위였다. 노 전대통령은 최근 이렇게 회고했다.
 
 '그때 우리 동기생들이 모이기만 하면 젊은 기분으로 4대 의 혹사건을 일으킨 선배 군인들에 대해서 불만을 터뜨리곤 했어 요. 혁명정부에 참여했던 선배 군인들이 혁명공약을 잊어먹고는 부정에 손대고 정권욕에 눈이 멀었다고 흥분하는 장교들도 있었지요. 동창회에서 이런 불만들이 공개적으로 토로되기도 했습니 다. 일부 장교들은 김재춘 당시 정보부장의 영향을 받아 반 김 종필 성향을 보였어요. 이런 것들이 마치 쿠데타 모의를 한 것 처럼 보고된 것인데 방첩대에서 수사를 착수하여 곧 사실과 다름이 판명났습니다. 나는 정식 신문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승화 준장도 사실대로 보고했고 박의장도 납득했다고 한 다. 손영길에 따르면 박의장은 정장군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뭘 좀 잘못했으면 선배들이 잘 타일러주어 야지'하면서 선처하도록 지시하더란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에 따르면 이른바 불평불만 주동 장교들은 민기식 육군참모총장 에게 불려가 '간단한 훈계'를 받고 나왔고 아무런 불이익도 받 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오히려 박의장의 정규 육사출신들 에 대한 총애를 확인하는 셈이 되었다.
 
 1963년 8월30일 오전 박정희 대장은 강원도 철원군 제5군단 비행장내에서 전역식을 가졌다. 박의장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스 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박의장은 전역사 도중 목이 메어 울음 을 참으려고 기침을 하기도 했다.
 
 <지난날 수십만 전우들의 선혈로써 겨레를 지켜온 조국의 전 선, 초연은 사라지고 오늘은 초목에 싸인 채 원한의 넋이 잠들 은 산야, 이 전선에 본인은 군을 떠나는 마지막 고별의 인사를 드리려 찾아왔습니다. 여기 저 능선과 이 계곡에서 미처 피기도 전에 사라져간 전우들의 영전에 삼가 머리를 숙이고 십여년을 포연의 전지에서 조국방위를 위하여 젊은 청춘을 바쳤던 그날을 회상하면서 오늘 본인은 나의 무상한 반생을 함께 지녀온 군복 을 벗을까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설에서 박정희는 국가를 중심가치로 한 군 인의 사생관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이 대목은 그의 다른 연설 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국가주의자로서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인간 생존의 권리가 국가라는 생활권속에서 보장되기 위하 여는 또 다른 생명의 성스러운 희생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군인 의 길은 바로 여기에 귀일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군인의 거 룩한 죽음위에 존립할수 있는 국가란, 오직 정의와 진리속에 인 간의 제 권리가 보장될 때에만 가치로서 긍정되는 것입니다. 국 가가 가치구현이란 문제 이전으로 돌아가 그 자체가 파멸에 직 면했을 경우를 상도할 때, 거기에 혁명의 불가피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5·16 군사혁명의 불가피성은 바로 우리가 직면 했던 혁명직전의 국가위기에서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5월혁 명은 단순한 변혁도 외형적 질서정비도 새로운 계층형성도 아닙 니다. 상극과 파쟁, 낭비와 혼란, 무위와 부실의 유산을 조상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우리들 불운의 세대가 이 오염된 민족사에 종지부를 찍고 자주와 자립으로 번영된 내일의 조국을 건설하려 는 것이 우리 혁명의 궁극적 지표인 것입니다.>.
 
 박의장은 격앙된 말투로 자신의 민정참여를 변호했다.
 
 <본인은 군사혁명을 일으킨 한 책임자로서 이 중대한 시기에 처하여 일으킨 혁명의 결말을 맺어야 할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 면서 2년에 걸친 군사혁명에 종지부를 찍고 혁명의 악순환이 없 는 조국재건을 위하여 항구적 국민혁명의 대오, 제3공화국의 민 정에 참여할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연설의 마지막에 박정희 의장은 그의 역대 연설중 가장 유명 하게 되는 말을 남긴다.
 
 <오늘 병영을 물러가는 이 군인을 키워주신 선배, 전우 여러 분, 그리고 군사혁명의 2년 동안 '혁명하'라는 불편속에서도 참 고 편달협조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리며 다음의 한 구절로써 전역의 인사로 대신할까 합니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
 
 이날 박의장은 서울역 앞 공화당사를 방문하여 입당수속을 끝냈다. 그는 굳은 표정이었고 말이 없었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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