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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의 시각
 미 CIA의 시각
 
 뉴욕 헤랄드 트리뷴 특파원 피터 현은 박정희 후보와의 인터뷰를 박 정희의 기고문 형식으로 정리하여 10월13일자 신문에 실었다. 이 기고문에서 박정희는 윤보선후보측이 메카시적 숫법으로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희는 '내가 당선되면 국가적인 양심과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면서 그의 주체적인 정치이념을 보여주는 핵심적 인 언급을 한다.
 
 <나는 우리의 정치, 경제구조를 한국화(Koreanize)하겠다.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는 국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소비재는 우리가 만들어낼 것이다.>.
 
 박정희는 이어서 미국의 대한 원조 정책과 막대한 원조를 탕진한 전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의미를 '구 정치인과 공화당에 의 해 대표되는 '새로운 피(New Blood)'의 대결이다'라고 선언했다.
 
 피터 현은 인터뷰를 하던 박정희가 종합제철소, 고속도로, 정유공장 등 중공업 건설에 대한 포부를 밝힐 때는 속으로 비웃었다고 한다. 아 직 전란의 상처도 치유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황당한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피터 현은 그 11년 뒤 한국에 와서 다시 박 정희와 인터뷰하게 되는데 이때 산업시찰을 하면서 그 황당해보이던 박 정희의 꿈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확인한다.
 
 한국 대통령 선거를 가슴 조리며 관찰하고 있던 미국은 윤보선후보 가 의외의 선전을 계속하자 긴장하기 시작한다. 1963년9월2일 사뮤엘 버거 주한 미국 대사가 딘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전문은 '박정희 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길 것이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기기 힘들 것이다. 이럴 경우 다음 정권은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라고 예상했 었다. 10월4일자 국무부 전문에서 러스크 장관은 버거 대사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허정의 후보사퇴 등으로 조성된 야당 붐으로 인해 윤보선의 승리가 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내의 강경파가 민주적 절차에 반하 는 과격한 조치를 취할 것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라.> 10월9일 버거 대사는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전문을 보낸 다.
 
 <현재로선 박정희가 선거를 연기하거나 윤보선을 체포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 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 정부는 군부 에 압력을 행사하여 그런 조치를 변경하든지 군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 함으로써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부로 교체할 방법을 미리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버거 대사는 이 전문에서 또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그들 은 군사혁명정부 인사들을 숙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 다.
 
 투표일을 나흘 앞둔 10월11일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남한 선거의 배경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작성, 워싱턴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배포했 다.이 보고서의 도입부는 아마도 한국상황에 정통한 전문가가 쓴 듯 아 주 적확하게 한국 정치의 본질을 요약했다.
 
 <오늘날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외세에 의한 지배에 대해 한국인들이 벌여온 끈질긴 저항과 유교적 가치관에 대한 오랜 집착에서 연유한 것이다. 유교적 가치관은 개인적, 가족적 유대관계를 너무나 중 시함으로써 국가이익에 손상을 끼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전통에 기인한 격렬한 민족적 자존심과 파당성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동양의 아일랜드인'으로 불리게끔 만들었다. 1948년 이후 대부분의 정치적 쟁 점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잡은 세력과 권력을 갖지 못한 세력의 싸움이 었고 정치적인 충성은 정당과 정책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 개인에게 바 쳐졌다. 10월15일 대통령 선거와 11월26일의 총선거도 이런 한국 정치 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CIA보고서는 대통령 후보들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박정희는 민 족주의자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반미감정을 충동질하고 있는데 이 것은 중립노선을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미국 CIA가 박정 희의성향을 분석, 그를 위험인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CIA가 박정희의 이념성향을 표현할 때 동원한 '민족주의자' '반미감정' '중립 노선'이란 단어는 당시 월남 대통령 고딘디엠에게도 꼭 같이 갖다 붙인 낙인이기도 했다. 바로 이 무렵 미국 정부는 사이공에서 CIA를 동원하 여 월남 군부내의 반고딘디엠 장군들과 내통, 쿠데타 계획에 깊숙이 관 여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된 20일 뒤 월남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민족주의자 고딘디엠과 그의 동생 고딘누는 살해된다. 고딘누는 정보기 관장이었다.
 
 이 쿠데타 이후 월남은 연속 쿠데타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미국은 월남 자체의 정치적 구심점을 상실하여 월남전을 대신 떠맡게 된다.
 
 미국 정부가 박정희-김종필 그룹을 위험한 민족주의자로 단정하여 그토록 견제하려 한 것은 월남의 고딘디엠-고딘누 형제의 성향과 인척 관계를 연상하여 촉발된 면도 있어 보인다. 고딘디엠의 정권 파숫군이 었던 고딘누는 월남 군부 안에 인맥을 구축하지 못하고 주류세력과 충 돌, 쿠데타를 당하고 말았지만 김종필은 육사8기 중심으로 군부를 견제 하고 최고회의를 장악하여 박정희 권력을 수호·안정시키는 데 성공했 다는 차이점이 있다.
 
 미국은 김종필을 박정희로부터 멀리 떼내어놓으면 박정희의 권력기 반이 약화·순화되리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미국은 김종필이 조기에 귀국하여 박정희의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것도 기를 쓰고 막았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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