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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논쟁
 민족주의 논쟁
 
 1963년 11월초 제6대 국회의원 선거운동기간 중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연일 김종필과 장준하 등 주요 정치인들을 학내로 초빙해 토론회를 개최 하면서 군정시절 잠잠했던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1963년 11월5일 오전에 서울대학교 문리대 정치학회 초청 '김종필과의 정치토론회'에서는 '민족주의의 전도사' 김종필과 대학생들의 선입견 없는 진중하고도 당당한 토론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 권력과 지성이 가장 근접했던 장면으로 기록될 이 날의 분위기는 그 후 정치권력의 현실주의와 학생운동의 이상주의로 인해 두번 다시 재현되지 못한다.이날 오후 조 선일보사는 일곱 명의 학생 대표들을 모아놓고 본사에서 '대학생 좌담회' 를 가졌다.
 
 조용중(69·연합통신사장 역임, 현한국ABC협회장)정치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당시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4학년에 재학중던 권근술(58·뒤에 한겨레 신문 사장, 현논설고문), 이종률(58·뒤에 동아일보 기자, 10·12대 국회의원, 청와대 대변인 겸 공보수석비서관, 국회사무총장, 정무제1장관 역임), 김경재(57·뒤에 김대중 평민당총재 보좌역, 현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이던 서삼덕- 영문학과 3학년 이은숙,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4학년이던 이호영-법학과 4 학년 조홍규(고려대 법학과 4학년·뒤에 신민당 '민주전선'편집장, 현 국 민회의 소속 국회의원)가 참석했다.
 
 약 두달전 학내에서 권근술, 이종률과 함께 운동서클 '민비연(민족주 의 비교 연구회)'을 구성한 서울대학생 김경재는 이날 '특히 우리나라에 서는 매판자본이 근대화의 큰 암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경제적 근대화를 위해 우선 매판자본이 민족주의 세력에 의한 민족자본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코스모폴리탄'적일 수도 없고 낭만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없습니다. 내부연소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합니다.'.
 
 ·권근술-'지금까지 우리는 부정적인 자세가 바로 정의인 것처럼 길들 여져 왔습니다. 때리고 반대하고 반항하는 것만이 옳은 것처럼 인식해 왔 거든요. 이제는 부정적인 것에서 반성하여 긍정적인 면에서 국민의 역량 을 집결해야 합니다. 민족주의라는 것을 중축으로 삼아서요.' ·이호영-'고대에서는 4·19와 5·16이 상호 배반되는 논리가 아니냐 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김종필씨는 배반되지 않는다고 했고 장준하씨는 배반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4·19는 자유화의 단계이고 5·16은 민족화 의 단계가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민족주의가 제대로 꽃핀다면 이제부터의 역사만이 반성의 역사, 진보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이종률-'우리의 과제인 근대화가 빠른 시일안에 되어야겠다는 데에 우리의 고충이 있는 겁니다. 빠른 시일안에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주 도세력이 필요하겠지요.' ·김경재-'미국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자유민주주의의 개화만은 아닐 겁니다. 미국에 얼마만큼 고분고분 하느냐를 가지고 민주적이다 비민주적 이다를 시비하는 것 같아요.'.
 
 ·조홍규-'박정희씨나 김종필씨는 미국에 대해 상당히 세게 나오는데 그것은 일본을 배경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권근술-'박정희씨가 대통령이건 윤보선씨가 대통령이건 우리가 당분 간 미국의 원조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는 부정할 사람이 없을 거예요. 단 지 어떻게 받느냐는 자세와 기술이 문제될 뿐이지요.'.
 
 ·김경재-'군부세력이 젊은 층으로부터 웬만큼 지지를 받았던 것은 민 족주의를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권력상징의 수단이나 선전으로 전 락시켜 우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치를 해 주기를 바랍니다. 야당 인사에게는 보신주의로서의 보수주의를 고집하지 말고 생활철학으로서의 이념을 만들어 가지 않는 한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기는 어렵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서삼덕-'어쨌든 지금까지로 보아 대미관계에서 야당이 가지는 자세 보다 여당이 가지는 자세가 옳았다고 봅니다. 대일관계는 정치적으로 다 룰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기술적으로 다루어질 문제라고 봅니다.' ·이종률-'여당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의미의 민족주 의 세력을 육성하기 위해 조직의 자유, 의사소통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고, 야당인사에게는 봉건성을 지양해서 근대적인 정치자세를 가져달 라는 걸 부탁하고 싶습니다.'.
 
 ·권근술-'나는 여당사람에게만 말하겠습니다. 국민들은 새 정권이 독 재정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독재화의 위구심을 없애주기 바랍 니다.' ·이호영-'야당 사람들에게는 파괴적인 지성을 불식할 것을 권합니다.'.
 
 대학생들의 이런 견해는 구정치세력보다는 박정희-김종필의 민족주의 노선에 더 기울고 있었다. 권력과 지성이 가장 근접해 있었던 순간이었으 나….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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