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정보부 기능 정지
 정보부 기능 정지
 
 1979년 10월 26일 저녁 8시를 조금 넘어 전두환보안사령관을 태운 피아트 승용차가 육군본부 정문 앞을 지나 크라운 호텔 건너편에 이르 러 우회전으로 들어가는데 무전기에서 육성이 나왔다.
 
 '사령부로 전화하라. 사령부로 전화하라.'.
 
 보안사령관 비서실 당번이었다. 조심하는 듯한 목소리였다.전소장은 차를 타이어 부품상 앞에 멈추게 했다. 전속부관 손(손삼수)중위가 급 히 뛰어내려 전화를 좀 쓰자고 했더니 주인은 '안된다'고 했다. 호주머 니를 뒤져 2천원을 던져주듯하고 전화번호를 돌렸다.
 
 '청와대 전경환씨가 사령관님을 찾아서 급히 전화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손중위는 사령관의 동생이자 청와대 경호계장인 전경환 앞으로 전화 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허둥대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전계장은 전화에 나오지 않았다. 전사령관은 서빙고분실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실 로 전화해서 전방상황을 물어보라'고 했다. 보안사 상황장교는 아무 이 상이 없다고 했다. 이때 보안사 비서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노재현 국방장관이 '전 장군을 찾아 빨리 육군본부 벙커로 나오도록 하라'고 했다는 전갈이었다. 전두환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부관이 보기에는 군 의 보안 관련 정보책임자로서 상황을 파악한 뒤에 상관을 만나야 한다 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경호실장에게 전화대.'.
 
 손부관은 경호실장 부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부관은 전화를 받 더니 기다리라고 한 뒤 수화기를 놓고는 그만이었다. 몇 분을 기다려도 응답이 없었다.
 
 '그만 전화 끊고 경호실 상황실장 대.'.
 
 정동호상황실장은 하나회 회원이었다. 그도 사무실에 없었다. 전화 를 받은 사람은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손부관이 물었다.
 
 '그 안이 지금 바쁘지요.' '예, 바쁩니다.'.
 
 '안의 일입니까. 바깥일입니까.' '안의 일입니다.'.
 
 이 통화내용을 전두환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전사령관은 아내(이순 자)를 피아트 승용차에 태워 집으로 보낸 뒤였으므로 자신의 승용차를 부르게 했다. 그리고는 노재현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사복차림 인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노국방은 '옷차림 신경쓰지 말고 바로 육군본부 벙커로 오라'고 했다. 전 사령관이 도요타 크라운 승용차를 타고 육본벙커에 도착한 것은 저녁 9시쯤이었다. 육군보안부대장 변규 수준장의 안내를 받아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총장실에 김재규가 이희 성육군참모차장, 윤자중공군참모총장, 노재현 장관들과 함께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손삼수 부관은 하얀 형광등 불빛 아래 앉아 있는 김재규 가 살벌하게도 고독하게도 느껴졌다. 손부관은 수행원들이 모여 있는 옆방에서 육사선배인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흥주대령을 만났다. 손 중 위가 '무슨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청와대 내부에서 이상이 생긴 것 아닙니까.' '모르겠어.'.
 
 박대령은 긴장된 표정에 말하기 귀찮다는 투였다. 이때 전사령관이 복도로 나왔다. 따라오는 변규수 육본 보안부대장에게 말했다.
 
 '내 차에 지금 경호차 붙일 수 있나.' '지금은 곤란합니다.' '알았어. 지금 내가 나갔다는 사실을 보안에 붙여.'.
 
 보안사로 달리는 차중에서 전두환 사령관은 '비서실장, 보안처장, 대공처장을 대기시켜라'고 손 중위에게 지시했다. 보안사에 도착한 전 두환에게 우국일참모장이 와서 '코드 원이 서거하셨고 시신은 지금 국 군서울지구병원에 있다'고 보고했다. 우참모장은 '전경환 계장이 여러 번 전화를 했다'고 말한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경호실로 가시지 말고 육군본부로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우참모장도 당시의 많은 고관들처럼 차지철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전 사령관이 차지철과 통화를 하면 인간관계 때 문에 영향을 받을까 해서 전화를 걸지 않도록 건의했다. 전 장군도 그 때는 차지철을 의심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두환은 군복으로 갈아 입 고다시 육본으로 출발했다. 승용차가 경복궁 앞 동십자각 앞을 지날 때 전사령관은 백 미러를 보더니 '야, 경호병이 안탔잖아'라고 했다.
 
 경호차가 서둘러 사령관 차를 뒤쫓는다고 경호병들을 태우지 않고 출발한 것이었다. 손중위는 사령관 차에서 내려 뒤로 뛰어가 경호차 운 전병에게 '빨리 경호병을 태우고 오라'고 소리쳤다. 자정 직전에 전사 령관은 김진기육군헌병감과 함께 정승화총장에게 불려가서 김재규를 체 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정총장은 김재규가 대통령 시해범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때 전사령관은 이미 대통령의 시신이 보안사 옆 군병원 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정총장의 지시는 김재규를 시해범으로 체포하라는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전두환은 이날 밤 직속상관인 노재현 장관에게는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에 대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 노재현 장관은 27일 새벽 1시 직전에 김계원 실장 과 함께 병원으로 출발할 때 비로소 대통령의 시신 안치장소를 알았다 고 한다. 전두환은 이날 국방부 보안부대장실과 육본 보안부대장실을 지휘소로 삼고 긴급상황에 대처했다. 국방부에서 열린 비상국무회의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기로 의결한 뒤에 전두환 사령관은 보안사로 돌아 왔다. 전사령관은 우국일 참모장에게 중요한 지시를 내린다.
 
 '정보부, 검찰, 치안책임자를 아침에 소집하시오. 중앙정보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전원 연행 조사하시오. 그리고 포고령을 통해서 중앙 정보부의 기능을 정지시키시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 소장은 이 나라의 권부를 지켜온 정보 수사 기관을 보안사가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신호로 하여 역사의 무 대에 굉음을 내면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