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
정일권이 박정희 대통령의 질문에 '글쎄요···'라고 말을 끌자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김형욱(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찾아와서 그러는데 정형이 국방장 관을 맡으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예?' '하하하, 역시 놀라시는군요. 정장군이 국방부에 들어오면 군 시 절의 관록을 이용해서 저희들 8기생을 죽이기 시작할 거라는 겁니다.' '엄청난 오해군요.'.
'정형의 인품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그래서 외무로 돌리셨군요?' '아닙니다. 일본 때문입니다.' '한일 회담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고회의 때부터 시작한 것 아닙니까 빨리 끝내야겠습니다.' '걸림돌이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정형, 지금 내 머리 속에는 경제부흥 이것 하나뿐입니다. 휴전 선은 더 말할 것이 없지만 보릿고개부터 우선 없애고 봐야겠습니 다. 경제부흥이 곧 민족부흥 아닙니까. 우리도 잘 살아보자, 하면 못할 것없다고들 하면서도 경제기획원, 농수산, 상공, 건설 등 모든 경제부서가 돈 걱정부터 하고 있습니다.' '···.'.
'지금 유일한 돈줄이 대일청구권인데 종필이를 시켜 6억 달러를 약속받고 보니 메모쪽지가 터져나와 야당, 학생 할 것 없이 굴욕외 교다, 이완용이 재판(재판)이다 하고 야단들이니 정말 큰 일입니다.' '워싱턴에 있을 때 보니 러스크 장관도 걱정하고 있더군요.' '러스크와 친하게 지내셨다고 듣고 있습니다.' '예,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케네디가 저렇게 가버렸는데 존슨 하고도 함께 있을 것 같습니 까?' '워낙 원만한 사람이라서 존슨 역시 그를 원할 것입니다. 바로 이틀 전 외무장관을 맡게 되었다고 전화했더니 각하의 안부를 묻더 군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러스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계속 줄을 대 주시지요. 일본의 사토하고는 어떻습니까.' '케네디 대통령 시절 워싱턴에서 몇 번 만났는데 인상이 아주 좋 더군요.'.
'기시(안) 전 수상의 동생이라지요?' '그렇습니다. 양자로 가는 바람에 성이 달라졌답니다.' '지금은 이케다이지만 다음은 사토가 총리에 유망하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군 시절에 알고 지낸 장교출신 자 민당 의원이 그렇게 알려주더군요.'.
'정형!' '예, 각하.' '우리 힘 합쳐 우리 민족을 한번 살려봅시다. 일본과의 국교정상 화에 전념해주십시오. 나 자신 이승만 박사 못지 않게 일본을 미워 하고 있으나 산업부흥, 민족중흥에 써야 할 유일한 돈줄이니 딴 도 리가 없군요. 보릿고개를 없애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봅시다.' '명심하겠습니다.'.
정일권은 '깊은 감명을 받고' 청와대를 물러났다('정일권 회고 록'). '다만 그 진솔한 포부와 정열이 오염되거나 과열되지 않고 의 욕이 지나쳐 카리스마의 유혹에 빠져드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 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에 일본 정부를 대표하여 참석한 자민당 부총재 오노 반보쿠는 일본에서 '나와 박대통령은 부자와 같은 사이 다'는 말을 하고 왔다 하여 말썽을 일으켰다. 이른바 '오노 망언'에 대해 김영삼 민정당 대변인은 '세기적으로 적자가 가장많고 보잘 것 없는 (박대통령의) 취임사를 세기적인 것이라고 찬양한 오노씨야말 로 세기적으로 어리석은 정치인같다'고 혹평했고 김대중 민주당 대 변인은 '잘 하라지. 부자관계라 했으니 아들 자랑이겠지'라고 말했 다.
다사다난했던 1963년이 저무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기사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3공화국 등진 한국인. 23명이 일본에 건너갔다 붙잡혀'부쩍 는 고아(기아). 가난에 우는 인간 가족들 모정···무정. 올 겨울 들 어 벌써 백여 명-서울시내' '공무원의 요정 출입 엄단-박대통령 지 시' 시립영아원장 김용수는 '가난 때문에 버림받는 갓난 아기의 경우 가 7할쯤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조선일보 12월20일자 사 회면).
'극빈의 산모가 영양섭취 불충분으로 젖은 나오지 않고 우유를 사먹일처지도 못되기 때문에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비락 우유 한 통 이 350원 하는데 한 달에 열통 먹일 돈이 없는 가정에 태어난 아이 들이 부모를 잃게 된다.'.
이 기사는 이렇게 끝맺었다.
<통금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는 밤이면 버린 어버이와 버림 받은 아기가 함께 운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