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정권의 정면대치 .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8월21일 부산 시찰중 기자들과 서면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은 '언론계가 이미 작성하여 공 개한 바 있는 신문윤리위원회 강화법안을 받아들여 공포된 언론윤리위원회법을 폐기할 용의는 없는가'란 질문에 대해 서 이렇게 답변했다.
'이 법은 넓은 국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언론계가 작성한 강화안은 이미 시기가 지난 이야기이다. 임의단체 의 규정과 국가의 법률은 전혀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여운을 남겼다.
'앞으로 언론인들이 더욱 자성하여 타율적 규제책임에 충실함으로써 이 법의 필요성이 없어질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박상길 대변인은 이 답변에 대한 보충설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신문윤리위원회의 규정으로도 정부가 뜻한 실효를 거 둘 수 있다는 확증이 엿보인다면 이 법을 폐지할 용의가 있음을 나타낸 말이다.'
이즈음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했 다. 8월17일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이, 18일엔 대한공론사가, 20일엔 일요신문사가, 25일엔 문화방송이, 27일엔 동화통 신이 악법철폐투위에서 이탈하였다. 한국신문발행인협회는 언론 윤리위원회법에 규정된 윤리위원회의 첫 회의를 소집 할 것인가를 언론사 대표들에게 묻는 서면결의서를 보내놓 고 있었다. 그 답신 마감은 8월28일. 8월26일 오전, 조선 일보 방일영 사장은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
'이번 문제에 있어서 우리 신문사는 반대입장을 고수하 기로 했습니다. 반대가 조선일보의 최종태도입니다. 나는 사장으로서 조선일보의 태도가 정당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판단합니다.'
방일영 사장은 '동아일보의 고재욱씨를 만나서 만약의 경우에는 자진폐간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최후적 내심을 나누고 돌아와서 최종적으로 우리 신문사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8월28일의 집계 결과 21개 언론사가 윤리위원회 소집에 찬성, 정부편에 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매 일신문(대구)만이 반대 투표를 했고 대한일보는 기권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혼자 있는 시 간을 갖고서 골똘히 생각에 빠지곤 했다. 8월23일은 일요 일이었다. 그는 오전에 청와대를 찾아온 공화당 당무위원 인 민병권과 함께 지프를 타고 수원쪽으로 달렸다. 남쪽은 가뭄이었는데 지금 막 비가 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청 와대를 출발한 것이었다. 경수가도에서는 벼가 벌써 고개 를 숙이고 있었다. 박정희는 한적한 저수지를 골라 종일 낚싯대를 드리웠다. 저녁 8시 청와대로 돌아올 때 잉어 한 마리를 들고 왔다.
8월31일 박정희 대통령은 강공책을 정책화했다. 그는 국무회의로 하여금 정부와 맞선 조선일보 등 5개사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도록 결의하게 했다. 정부기관과 공무원의 구독중지, 은행융자 제한 및 기존대출자금 회수, 신문용지 가격의 차별대우, 극장협회와 기업체들에 대해 광고게재 중단 압력, 취재활동 제한 등 다섯 가지였다.
이날 조선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본보 발행인에 대한 정부의 압력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결의문 을 채택했다. 9월1일에는 조선일보 선우휘, 동아일보 천관 우, 경향신문 민재정, 매일신문 김창식 편집국장이 공동으 로 성명을 냈다. 이 4개 신문의 1면에 실린 성명서는 그 표현이 비장했다.
'그 악랄한 수법은 일찍이 일제 때에도 보지 못하였던 터로 그 천인공노할 비인도적인 조치는 이미 가공할 언론 탄압일 뿐 아니라 위정당국이 이성을 완전히 상실하였음을 노정한 것이다. 우리는 한국신문인협회의 결정을 준수하고 한국기자협회의 정열적인 투쟁에 더 큰 기대를 걸면서 일 사불란 악법철폐를 위하여 끝까지 감투할 것을 엄숙히 선 언하는 바이다.'
9월2일에는 언론 주무장관인 이수영 공보부 장관이 저 항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보복조치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 표를 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홍종철 문교부 차관을 후임으 로 임명했다. 이수영은 보복조치를 결정한 31일의 국무회 의에서도 온건론을 펼쳐 다른 장관들과 대립했었다.
정권과 언론이 벼랑까지 간 상태에서 막후대화도 진행 되고 있었다.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동양통신 사주이기 도 했던 공화당 보스 김성곤 의원과 이후락 비서실장이었 다. 9월4일 박정희 대통령은 언론윤리위원회 소집에 찬성 하지 않은 조선일보 등 5개사(대한일보 포함)에 대한 정부 의 보복조치를 시정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성명서에서 박 대통령은 솔직한 표현을 했다.
'정부의 일부 지나친 조치와 일부 언론의 이성을 잃은 과열상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부가 취한 몇 가지 지나친 조치들을 즉각 시정할 것을 지시했으니 언론인 여 러분들도 지나친 태도를 시정하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국법으로 확정된 법이 언론탄압으로 규정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이념에 수정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