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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과 길재호
 김성곤과 길재호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둘러보면 정국이 혼란스러워지거나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되면 개헌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1964년 6·3 계엄령 선포 직후에도 그랬다. 서울에 펴진 계엄령을 해제하는 문제로 여야 협상이 시작되었다. 자연히 여야의 온건파가 협상에 참여했다. 이들 은 정국 타개의 방법으로 내각책임제 개헌에 대해 교감을 가졌다. 대 통령 대변인 박상길은 출처 불명의 개헌설에 대해서 반박 논평을 내 기에 바빴다.
 
 박상길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공화당 간부들이 박대통령 앞 에서 회의를 하다가 개헌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진만 의원이 '지금 정국을 수습하는 길은 내각책임제로 개헌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상길은 '이제는 저 들이 당당히 대통령 관저로 밀고들어와 대통령을 직대하여 무리로써 육박할 수 있는 데까지 고비가 온 듯싶었다'는 것이다. 묵묵부답으로 있는 대통령을 대신하여 박상길이 나서서 이렇게 반박했다.
 
 '헌법을 개정한지 1년도 안되고 대통령이 되신 지 1년도 안되었는 데 또 개헌을 하고 정국을 개편해요? 그럴 게 아니라 차라리 각하 보 고 더 이상 대통령으로 모실 수 없으니 물러나주셔야겠습니다, 하고 왜 당당히 말을 못하는 겁니까.'
 
 정구영 공화당 의장서리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박대변인의 말씀은 뼈에 사무치는 바 있습니다. 김의원의 말씀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뜻이지 다른 뜻이 없을 것입니다. 각하, 그점 너 그러이 알아주셔야 합니다.'
 
 이로써 개헌론은 잠잠해졌다. 박대통령은 자신의 정치력에 한계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공화당이 자신의 심부름은 하지 않고 야당과 내통하여 정계 개편 논의나 하고 있는 것은 김종필의 외유 후 자신의 하명을 충직하게 시행할 직계 정치세력을 갖지 못한 때문이라고 판단 했다. 언론법 파동이 일단락된 1964년 10월1일 박대통령은 박상길 대 변인을 불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소. 뭘 좀 해보라니까 엉뚱한 짓들만 하고, 그렇다고 다 집어치울 수도 없고···.' '각하, 길이 있다고 봅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방법이 있겠소?' '각하, 문제는 단순하게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오 늘 이 꼴이 된 것은 혁명주체와 비주체, 주류와 비주류, 군인출신과 민간인이 서로 싸우기 때문이고 다음에는 모두 각하, 각하 하지만 기 실은 각하 자신의 정치세력이 없다는 데 모든 원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쨌단 말이오.' '그러니까 군인출신-주체세력에서 하나를 뽑고, 비주류-민간인쪽 에서 하나를 뽑아, 둘을 뭉쳐가지고 각하가 막 바로 쓰실 수 있는 새 로운 친정세력 곧 중도세력을 만들어서 이것을 키워가지고 직접 부리 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누구면 되겠소?' '제 생각에서는 비주류에서는 김성곤 의원, 주류에서는 길재호 의 원이면 될 듯싶습니다. 김성곤 의원은 각하와 같은 영남출신이고 통 이 큰데다가 돈도 있고 정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길재호 의원은 군출 신으로서는 말이 적고 듬직한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이 두 사람이면 믿어도 될 것입니다.'
 
 '좋소, 내 특명이오. 모든 것을 맡길 터이니 당장 만나고 꼭 되도 록 하시오.'
 
 박상길이 물러나려고 하는데 박대통령이 다시 불렀다고 한다.
 
 '그···길재호보다 김동환이가 어떻소. 그 사람이 모가 안나고 둥글둥글해서 야당에서도 좋아한다는데?' '각하, 제 생각으로는 이같은 일은 사람이 좋다고만 된다고는 생 각지 않습니다. 좀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더라도 신념이 있어야 된다 고 생각합니다.' '알겠소, 그렇게 해봅시다.'
 
 박상길은 먼저 길재호를 찾아갔다.
 
 '그런 싱거운 이야기는 그만둡시다.'
 
 길재호는 박상길의 설명을 듣고 상대를 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나 박 아무개가 아닌 대통령의 특명인데도 말입니까?' '여보시오, 박선생. 우리가 목숨걸고 혁명을 할 때 그런 자(김성곤) 하고 뭐 손잡으려고 한 줄 압니까.'
 
 박상길도 지지않고 논전을 벌인 끝에 두 사람은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길재호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첫째 는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의 보장, 둘째는 김성곤과 상대할 만 한 자금의 뒷받침, 셋째는 대통령이 번의를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보 장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박상길은 청와대로 돌아와 박대통령에게 길 재호 의원의 요구사항 가운데 세번째 것은 빼고 두 가지를 전달했고 대통령의 보장을 받았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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