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박선호의 고민
 박선호의 고민
 
 궁정동의 정보부 안가 책임자인 박선호는 이날 김재규의 암살지령을 충직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세 부하 --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을 끌어 들임으로써 저승으로 함께 데리고 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번개 같은 대통령 암살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건만 그 뒤에 더 불안해졌다.
 
 그 는 오로지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나간 김재규가 쿠데타에 성공하고 오기 를 빌 뿐이었다. 박선호는 이기주와 김태원이 나동으로 들어간 뒤 총성 이 나는 것을 들으면서 신관2층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식당관리인 남효주가 따라들어왔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은 크게 벌어졌다. 나도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박선호는 궁정동 본관에 있는 부장 수행비서 윤병서에게 인터폰을 걸 었다.
 
 '오늘 퇴근하지 말고 대기해. 그리고 말야 전화는 받지도 걸지도 마!'.
 
 그는 저녁8시20분쯤 운전사 정용화를 불렀다.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아이와 아내 생각이 났다(이날 밤의 위기에서 가족이 생각났다는 사람 들이 상당수이다). 크라운 차를 몰게 하여 대방동 아파트로 갔다. 아파 트 마당에서 일곱 살 된 아들 동준이가 놀고 있었다. 바로 동준이를 태 우고는 방배동 삼호 아파트에 있는 처가댁으로 달렸다. 장모와 처남이 놀러 와 있었다. '동준이를 여기에 좀 맡겨 놓겠다'고 한 뒤에 집에 있 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동준이는 여기 데려다 놓았으니 이리로 와서 기다려라'고 했다.
 
 박선호는 궁정동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초조하게 '좋은 소식'을 기다 리고 있었다. 밤10시쯤 본관에 있던 윤병서 비서가 전문이 들어오고 있 다고 하면서 읽어주었다. 그는 궁금해서 본관으로 뛰어갔다. 어느 사단 이 출동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문인데 나오다가 끊어졌다. 박선호는 상 당히 고무되었다. '야, 이건 완전히 계획적인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불안한 가운데서도 무슨 일이 되어가는구나'(군검찰 진 술조서)하고 설레게 된다.
 
 그러면서도 전문이 끊어진 것이 불안하여 남산의 부장사무실로 전화 를 걸었다. 그쪽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 눈치채 지 못하고 있었다. 박선호는 무전기로 부장 차를 불렀다. 박흥주수행비 서관이 받았다. 육군본부벙커 앞에 대기하고 있는데 벙커로 들어간 부 장으로부터는 아무 소식도 없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박선호 는 일이 계획대로 잘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박선호가 신관으로 돌아오니까 한 부하가 와서 '식당에서 여자 소리 가 납니다'라고 했다. 그제서야 박선호는 '아참 내가 깜빡 잊고 있었구 나'했다.
 
 그는 심수봉, 신재순 두 여자를 신관 경비원 대기실로 데려왔다가 내자 호텔까지 모셔다주게 했다. 자정 무렵에 윤병서 비서 방으로 또 보 고전문이 들어왔다. '1979년10월26일24시를 기해서 계엄령이 선포되었 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궁정동의 부장비서실로 들어온 긴급전문은 정보부 통신부서에서 정승화총장과 육군본부에서 계엄령선포에 대비하여 수도권부대에 출동 준비지시를 내리는 통화를 감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통신중에 '24 시를 기해서 계엄령이 선포될 것이다'(실제는 27일새벽4시를 기해서 선 포)는 내용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피 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박선호는 새벽3시30분쯤 남효주에게 '걱 정하나 마나다. 이제는 내려가서 쉬어'라고 한 뒤 운전사를 불러 남산 의 중앙정보부 분청으로 달렸다.
 
 부장비서실에서 신종관비서를 만나 박선호는 '무슨 일이 없는가'하고 물었다. 신비서는 '아무 일도 없는데요. 아까 2차장보께서 들렀다가 사 무실로 가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박선호는 2차장보 부속실에 서 김정섭차장보를 만났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대뜸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질책하듯 묻는 것이었다. 박선호는 '모르겠습니 다'하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김차장보의 표정을 보니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 박 과장을 상대도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비서실로 돌 아와서 의자에 앉아 생각하니 아무래도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판 단이 섰다. 새벽5시에 라디오로 대통령 유고와 비상계엄령선포소식이 흘러나왔다.
 
 아침6시, 그는 처가로 떠났다. 장모, 처, 처남이 잠을 자지 않고 기 다리고 있었다.
 
 박선호는 '내가 사람을 죽였다.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입장이다. 자결 하겠다'고 말했다. 장모와 처, 처남이 일제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있다가 뉴스를 들어보면 알 거야.'.
 
 가족들은 자결이 왠 말이냐고 울고불고 했다. 박선호는 유언처럼 당 부할말을 남기고는 아침8시에 궁정동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기주를 불 러서 상황을 물었다. 계엄군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유성옥을 데리고 와서 나동을 조사하고 갔고 지금 병력이 그곳을 경비하고 있다고 보고 했다. 오전11시 정보부 감찰실로부터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감찰과장 실에 가니 과장은 식사하러 나가고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데 과장이 들 어오면서 '계엄사에서 당신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박선호는 과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후2시쯤 들이닥친 합수부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김재규가 이날의 거사를 아무런 사전포석 없이 일으켰음을 알게 해주 는 것은 그의 경호를 책임진 정보부 비서실 안전과 1조장 김인수육군대 위와 안전과장 장윤수의 행적이다. 이날 부장경호책임자인 김대위는 조 원 3명과 함께 효자동의 2층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다가 남산분청 경호상황실로부터 무전을 받았다.
 
 '1호차(부장차)가 5분 전에 떠났으니 빨리 수행하라'.
 
 이때가 밤8시였다. 김 대위는 부장이 안가에서 행사를 마치고 장충동 의 공관으로 귀가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경호차를 세게 몰아 장충동 까지 갔으나 부장 차를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원래의 대기장소인 효자동 골목으로 돌아왔다. 궁정동 안가의 쇠문은 굳게 잠긴채 적막에 싸여 있었다. 그는 부장이 아직도 안에 있다고 판단하고는 경호차를 골 목에 세운 채 차중에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밤8시50분쯤 박흥주대령 이 전화를 걸어왔다.
 
 '너희들 지금 어디 있나. 청와대 쪽에서 아무 일 없나.' '저희들은 효자동에 그대로 있습니다. 아무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독립문을 돌아서 육군회관으로 빨리 와.'.
 
 육군회관에 도착한 김대위가 박대령을 만나니 '지금 즉시 서울역전과 남대문에 요원을 1명씩 배치하여 육본쪽으로 오는 병력의 이동 상황을 보고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밤9시15분경 김대위는 남대문이 내려다 보 이는 도큐호텔 앞에 차를 세우고는 직속상관인 송웅익 기획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도큐 호텔 앞으로 나온 송기획관은 '여 기는 3조원들을 배치시킬테니 자네는 육군회관으로 가서 부장차만 수행 하라'고 했다. 김대위가 다시 육군회관으로 돌아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밤10시10분경 서울역전에 배치된 3조장 홍시교 대위가 '개미 두 마리 지 나갔다'고 보고를 해왔다. 김대위가 박흥주에게 '군인 두 명이 지나갔다' 고 보고했더니 '그런 건 필요 없어'라고 했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