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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신 소장
  채명신 소장
 
 채명신 소장
 
 국회에서 월남파병 동의안이 통과된 3일 뒤인 1965년 8월16일 오후 김성은 국방장관은 파월전투사단부대창설 명령을 내리고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 채명신 소장을 초대 사단장으로 결정, 박정희 대통령에게 상신했다.
 
 황해도 곡산 출신인 채명신은 조만식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되어 옥사한 채은국 지사의 장남이다. 그는 6·25 당시 중령으로 '백골병단'이란 유격대를 이끌고 적진에 침투, 1000여명의 적 사살 전과를 올렸고, 인민군 대남유격대 총사령관 길원팔과 참모들을 포로로 사로잡았으며 김일성의 작전명령서를 압수하는 등 비정규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육군본부내 동료들도 채소장의 발탁에 '모택동의 유격전술과 쿠바, 월남, 중남미 공산주의자들의 게릴라 전술을 고루 익힌 그를 적소에 기용했다'고 평했다.
 
 이미 며칠 전 김용배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채명신 장군을 파월 전투부대 사단장으로 추천받은 김성은 국방장관은 박대통령에게 '파월 한국군 사령관으로서 한국군을 대표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채명신 소장이 어떻습니까'라고 떠 보았다. 김성은 전 장관은 '조선경비사관학교 5기생인 채명신은 2기 출신인 박정희의 사관학교 후배인 동시에 5·16 혁명주체였던 점도 참조했는데, 박대통령이 아주 좋아하면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회고했다.
 
 채명신 소장은 8월23일 동부전선 수도사단(일명 맹호부대)에서 주월 한국군 사령관 겸 사단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채 장군은 이날 수도사단 제1기갑연대와 제1연대를 맹호부대의 주축으로 삼고 부대 편성식을 지휘했다. 주월 한국군 부사령관 겸 부사단장은 이남주 준장, 군수지원 사령관 이범준 준장, 참모장 최영구 대령, 제1기갑연대장 신현수 대령, 제1연대장 김정운 대령, 포병사령관 김창복 대령, 군수지원 사령부 참모장 장근 대령, 병원장 이규동 대령. 박정희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기자들을 만나도 외면해 버리지만 큰 계획이 순조롭게 해결되어 기분이 상쾌한 날이면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곧잘 털어 놓곤 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때보다는 해수욕장 등 휴양지에서 기자들에게 흉금을 털어 놓고 소신과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해 주곤 했다.
 
 1965년 8월17일, 박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 진해 저도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진해에 도착 즉시 육영수 여사는 해군 공관으로 수행기자들을 초청해 과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한 기자가 말했다.
 
 '각하께서 원래 허식을 싫어하는 분이란 걸 알지만 기왕 카메라 맨이 사진을 찍을 때는 좀 포즈를 취하도록 충고해 주십시오.'
 
 수줍음이 많았던 박대통령은 어쩌다가 사진기자들이 기회를 포착해 카메라를 들면 어느 새 고개를 돌려 버리거나 엉뚱한 짓을 해버렸다. 그래서 항상 무뚝뚝한 표정만 지면에 실려야 했다. 육영수는 기자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저도 몇 번이나 그렇게 일러 주었지만, 그 분은 도대체 듣지를 않으세요. 좀 쑥스러운 모양이에요'라고 했다.
 
 저도는 진해 앞바다에서 해군 함정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날 박정희는 먼저 해군 보트로 건너갔고 그보다 20분쯤 뒤 기자들이 탄 배가 뒤를 따랐다. 깊은 바닥의 모래와 자갈도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물이 맑았다. 모래사장 안쪽으로는 우거진 숲과 오솔길도 있었다. 북쪽 모래밭에는 파도에 밀려갈 듯 하얀 천막이 곱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박대통령이 이후락 비서실장 및 육해공군 장성들과 함께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기자들도 취재를 잊은 채 모래사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박종규 경호실장과 권투시합 흉내를 내던 여덟살된 지만군이 기자들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부산일보 김종신 기자는 '임마, 대통령 아들! 이리와!' 하며 불러내어 팔씨름을 했다.
 
 기자들은 서늘한 그늘 밑에서 대통령을 수행한 장관들과 장기와 바둑을 즐기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연신 폭소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영을 하던 이후락 실장이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 나오더니 김종신 기자 옆으로 지나가면서 '각하께서 지금 한가하니 가 봐'라고 귀뜸해 주었다. 일행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온 김기자는 수영복 차림 그대로 박대통령이 머물던 텐트로 들어 갔다. 대통령은 텐트 아래서 낮잠을 즐기는 중이었다.
 
 '각하, 오랫만입니다.'
 
 박정희는 슬그머니 실눈을 뜨더니 '난 또 누구라고! 그리 앉으시오'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수영복만 걸친 채 마주 앉은 김기자는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화제로 오렸다. 박대통령은 김종신 기자의 머리를 가리키며 농을 걸었다.
 
 '김기자도 머리카락이 곱슬해서 미국에 가면 깜둥이 취급받기 쉽겠어.' '각하는 뭐 반 곱슬머리 아닙니까?'
 
 박정희는 '예끼, 이 사람'하며 껄껄 웃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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