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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령 준비
  위수령 준비
 
 위수령 준비
 
 1965년 8월19일 아침 서귀포 관광호텔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8개월만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대통령은 '오랜만에 만나니 여러분들이 할 이야기가 많을텐데 어디 이야기해 보시오'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기자가 '정치인들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박정희는 웃으면서 '점차 고쳐지겠지'라며 그런 계획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 주제는 시국수습과 개각문제 등을 거쳐 학생 데모로 옮겨갔다. 박정희는 격앙된 어조로 '내용도 모르고 명분도 없는 학생데모의 버릇을 고쳐야 나라 일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1965년 8월20일 오전 11시경 개학을 맞은 서울 경희대학교의 1000여 학생들이 한일협정 비준성토 대회를 갖고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학교앞 골목길을 800m 가량 나가다가 200여명의 기동경찰과 충돌했다. 최루탄이 발사되고 연이어 학생들로부터 돌멩이가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경기대와 서울대 법대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귀포에서 휴가를 보내던 박정희 대통령 일행은 다시 진해로 옮겨와 8월22일 휴가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이날 오후에 삼남지방을 시찰하던 김종필 의원과 구태회, 최석림 의원 등이 진해에 머물던 박대통령을 찾아 왔다.
 
 이날 저녁 대통령과 김종필 의원은 약 한 시간에 걸쳐 비준 파동 이후의 시국 수습 대책과 예산안 심의 및 대야협상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두 사람은 대좌가 끝난 뒤 구, 최 두 의원을 합석시켜 정구영 당의장 사퇴고수에 대한 사후문제와 공화당 결속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8월24일 아침, 일당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던 정구영 의장은 북아현동 자택을 찾은 기자가 '박대통령이 사표를 되돌려 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절대로 정치적 쇼는 안합니다. 정치적 쇼를 하는 걸 보면 눈을 부릅뜨고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박대통령께서 꼭 사표를 받아 주실 줄 믿습니다. 작년에 사표를 냈을 때 잘못 쇼를 했기 때문에 오늘에까지 이르렀어요'라며 후회하는 빛마저 보인 그는 '위원장직에 계속 눌러 앉아 있으므로 해서 당의 자연적 생성발전을 막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꼭 물러나야 하겠다'고 말했다.
 
 1965년 8월23일 오전 11시40분 박정희 대통령 일행은 전용기편으로 7박8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귀경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학교 법대생들은 '무기한 동맹휴학'을, 서울대학교 문리대생과 고려대학생들은 학기말 시험거부를 결의했다. 서울대 11개 단과대 학생 대표들도 모임을 갖고 대학교 전체가 학기말 시험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하루만 전국에서 1만여 대학생들의 데모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학생 2백52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가운데 학생 13명이 중경상을 입고 후송되었고 경찰도 28명이 부상당했다고 서울 시경은 발표했다.
 
 이날 오전 내무-법무-문교-공보 등 4부 장관은 공동담화문을 통해 요즘 사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단정하고 이를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박영수 치안국장이 '요즘 학생데모가 반미-반국가적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8월25일 아침, 박대통령은 김성은 국방부 장관과 김용배 육군 참모총장에게 위수령 준비를 시켰다. 김성은은 다음날인 26일 아침에 또 다시 데모가 시작되면 즉시 위수령을 발동, 서울 지구 위수사령관에 수도 경비사령관을 임명하여 수도경비사 자체병력 3개 대대와 서울 근교의 모사단을 진주시켜 데모를 저지키로 했다.
 
 오전 10시경, 서울은 고등학생들까지 가세하여 시위가 과격해졌다. 무장군인들이 본격적으로 진압작전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대-고려대-한양대학 1만여 학생과 성동공고 고교생 1000여명이 '매국정권하의 미국은 싫다'(고대), '일당국회 해산하라' (건대-한양대), '성토는 끝났으니 실력행사뿐이다'(서울대)라는 함성을 지르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오후1시30분경에는 트럭 22대와 지프차 4대에 분승한 약 500명의 무장군인들이 방독면을 착용한 채 고려대학교 교정에 들어가 약 30분 동안 도서관, 강의실, 고대 신문사, 방송실 등의 유리와 실험기구 일체를 권총자루로 부수고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교내에 있던 학생 34명을 연행했다.
 
 이날 오후에는 고려대학교 이종우 부총장과 현승종 학생처장, 여석기 교무처장이 김 국방부장관과 윤 문교부장관을 찾아가 항의했다. 김 국방부장관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군인들이 고대 앞을 지날 때 투석했기 때문에 일부 군인들이 격분, 교정에 들어가 현행범인 36명의 학생을 잡아 경찰에 넘긴 것이다. 기물을 부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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