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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권 문제
 작전권 문제
 
 작전권 문제
 
 파월 맹호사단장 겸 주월한국군 사령관 채명신 소장은 이훈섭 준장을 부사령관으로 발탁했다. 이준장은 이동외과 병원 및 태권도 교관단 파병-비둘기 부대 파병 때의 선발대장, 그리고 맹호부대 파병 때는 연락장교단의 일원으로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월남에 갔다. 그는 미군과 월남군 사이에서 한국군의 지위, 작전관할권 문제 등 여러 가지 행정적인 준비작업을 진행했던 인물이었다.
 
 채명신 장군은 이장군에게 '나는 일선을 책임질테니 이장군은 사이공을 책임져주시오'라면서 동행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준장이 김성은 국방장관에게 보직신고를 하자 김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장군에 대한 좋지 않은 보고서가 미군측에서 올라와 있어요. 월남에서 미국측과 치열한 논란을 거듭하면서 국익 확보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소. 우리 군도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미군을 상대로 소신대로 하는 것이니 개의치말고 가일층 노력해주시오.'
 
 맹호부대가 미해군 수송함을 타고 월남으로 떠난 뒤 채명신 장군을 비롯한 사령부 병력은 1965년 10월20일 미군 수송기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그날 저녁 사이공에 도착했다. 다음날 채명신 사령관은 동해안의 퀴논으로 가서 상륙하는 맹호부대를 맞았다.
 
 주월한국군 사령부가 맨처음 당면한 문제는 작전지휘권 문제였다. 주월미군은 한국에서 그러듯이 한국군을 주월미군의 작전지휘권 아래 두고 싶어했다. 우리측은 양국군의 협의체제로 하자고 하여 한국군이 상륙할 때까지 작전지휘권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10월23일 캄란의 해병여단(청룡부대)으로부터 사이공의 한국군 사령부로 보고가 올라왔다. 미군 야전사령부에서 해병여단의 제2대대에게 임무변경 명령을 내려 부대를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훈섭 부사령관은 작전지휘권과 관련한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퀴논에 나가 있던 채사령관을 찾았다. 전화에 나온 채장군에게 '미 야전사령관과 청룡부대 운용에 관련하여 협의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채장군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훈섭 준장은 한국군 사령관과 협의도 하지 않고 우리 부대를 통제한다는 것은 지휘체제의 혼란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미군사령부 참모장 로슨 장군을 찾아가 항의하고 이동명령을 취소시켰다.
 
 이세호 소장을 단장으로 한 파월전투부대 연락장교단은 맹호부대의 상륙 전에 월남에 가서 작전권 문제에 대하여 미군측과 논의할 때 파월 한국군의 작전권은 미군 및 월남군과 협의하여 행사한다는 선을 고수했었다. 미국측은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날 박대통령은 김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
 
 '며칠 전 브라운 대사와 비치 8군 사령관이 날 찾아왔어요. 작전지휘권의 일원화에 김장관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니 날더러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각하, 우리의 작전지휘권을 미군한테 주면 그들은 우리 군을 밀림속으로 배치할 것입니다. 그러면 360도로 방어해야 하고 전멸할지도 모릅니다.'
 
 김장관은 월남에서 작전지휘권이란 결국 작전지역의 결정권이라고 이해했다. 밀림, 내륙지역을 한국군이 담당할 경우 대민접촉이 끊어져 외교적 성과는 달성할 수 없고 건설업체를 비롯한 우리 인력수출의 교두보 확보에도 차질이 예상되었다.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김성은 장관은 박대통령이 육군출신임을 감안해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해병은 해군함정의 화력을 등에 업고 전방의 적과 대치함으로써 내륙에서 사방의 적과 맞서야 하는 육군에 비해 전투력이 크게 발휘됩니다. 주월한국군이 해안을 따라 배치되면 전방만 감시하면 됩니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사방이 포위될 위험이 있습니다. 디엔비엔푸 전투 때 프랑스군 2만여명이 월맹군에게 포위되어 항복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정권도 위험해집니다.'
 
 이해가 빠른 박대통령은 '김장관에게 맡길테니 버티어보시오'라고 했다. 1965년 11월2일 맹호부대의 기갑연대가 상륙한 뒤 채명신 사령관은 비로소 미군 지휘관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 채장군은 그동안 미군측의 회의참석 요청을 무시해버렸었다. 회의장에 나가니 퀴논지역을 맡고 있는 라슨 야전군사령관이 신경질을 냈다.
 
 '한국군은 우리가 먹여주고, 훈련도 시켜주고, 봉급도 주는데 왜 우리 통제를 안받으려 하오.'
 
 채명신 장군은 이런 질문부터 던졌다.
 
 '우선 이 전쟁의 성격부터 따져봅시다. 이 전쟁은 군사적 전쟁입니까, 아니면 정치전쟁입니까.'
 
 '당신이나 나나 제복을 입고 있으면 정치고 뭐고 신경쓸 것 없이 싸워서 이기면 되는 거요.'
 
 '이게 군사적인 전쟁이란 이야기인데 내가 반문하겠소. 왜 미군은 M-16소총과 B-52전폭기와 항공모함, 헬리콥터로 구성된 항공기갑부대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죽창과 활, 일본군이 쓰다버린 장총으로 무장한 베트콩을 소탕하지 못하고 있소? 이 전쟁은 기본적으로 정치전쟁입니다. 우리는 월남국민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월남 땅을 빼앗으려 온 것이 아니고 월남을 자유-자립시키려고 온 것이란 점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한국군의 지휘권이 미군에 속하게 되면 우리는 미군의 청부전쟁에 동원된 군대로 전락합니다.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권을 갖고 있다고 해야 서로가 당당해집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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