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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식
 박정희식
 
 박정희식
 
 박정희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은 확인-현장-실무-결과 중시로 요약할 수 있다. 실사구시 정신, 즉 현실과 사실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행동하는 실용주의자로서 박대통령은 책무를 해내는 사람일 경우 도덕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덮어주고 중용했다. 그는 이석제(총무처장관 및 감사원장 역임)가 부패 공무원들의 문제를 제기하자 '일 잘하면서도 깨끗한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 봐!'라고 했다.
 
 공무원들의 월급이 생계비에 미달되는 상황에서 깨끗한 사람만 찾다가는 무능한 사람들만 모을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이 담긴 말이었다. 그는 또 잘해보려다가 실수한 부하들을 잘 감싸주었다. 아울러 장관들에게 차관 인사를 위임하는 등 인사권을 보장해주었다. 권한을 많이 주는 대신 결과를 철저히 따져 무능을 아부나 선전으로 메우려는 이들에게 현혹되지 않았다.
 
 그는 공무원 집단을 일 잘하는 조직으로 개조하고 이들을 견인차로 내세워 국민들을 끌고가게 했다. 박대통령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겠으나 '국민들로 하여금 가장 열심히 일하도록 한 사람'이란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생산성이 가장 높았던 대통령이란 의미이다.
 
 황병태(전 민자당 국회의원 및 주중대사 역임)는 경제기획원 외자도입과장 시절부터 박대통령한테 자주 불려갔다. 박대통령은 실무자가 사안에 대해 가장 정통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장-차관을 제치고 직접 실무자를 불러 의견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인 고려를 많이 하게 되어 있는 고위직보다는 실무자들이 국가이익의 관점에 설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1966년에 소양강 댐 건설을 둘러싸고 고댐이냐, 저댐이냐로 논쟁이 있었다. 고댐은 종합적 용도의 다목적댐인데 공사비가 비싸게 먹히고 저댐은 순수 발전용인데 싸게 먹힌다. 건설부는 국토개발이란 종합적 관점에서 고댐을 원했다. 이후락 비서실장과 한국전력은 저댐 편이었는데 장기영 부총리도 저댐쪽으로 기울었다. 김학렬 차관은 고댐을 지지했다. 이해관계가 끼여드는 양상까지 보이자 박대통령은 선택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날 박대통령은 황병태 국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황국장은 청와대로 헐레벌떡 들어가다가 장기영 부총리, 서봉균 재무장관, 주원 건설장관과 마주쳤다. 장부총리는 '자네, 여기는 왜 왔어?'라고 했다.
 
 '부름 받고 왔습니다.'
 
 박대통령과 네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박대통령은 주일대사가 보냈다는 청어알을 황국장에게 권하면서 '이거, 자네 맛 좀 보라고 불렀어'라고 했다. 식사가 끝난 뒤 박대통령은 황국장에게 잠시 남으라고 일렀다.
 
 '황국장, 소양강 댐 말이야, 고댐, 저댐 중 어느 것이 좋아?'
 
 황국장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장단점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말고 황국장 생각을 말해보라고, 어때?'
 
 황국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
 
 '사실은 백년지사 차원에서 생각하면 아무래도 고댐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맞는 말이구먼. 돈 몇 푼 아끼는 것보다는…, 결론 내렸어!'
 
 황국장이 옆을 보니 장기영의 표정에 노기가 서리고 있었다.
 
 박대통령은 포항종합제철 부지를 정할 때도 황병태를 이용했다고 한다. 당시 정계 실력자들 사이에서는 종합제철소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충남 비인은 김종필 의장의 연고지, 울산은 이후락 실장의 고향, 삼천포는 박대통령의 대구사범 동창생이자 재계의 막후인물인 서정귀의 연고지 하는 식이었다. 포항만은 아무도 미는 사람이 없었다. 정부가 후보지 18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포항이 가장 적합한 곳으로 나타났다. 어느 날 박대통령은 황병태 국장을 부르더니 김포로 가는 자신의 차에 동승하게 했다. 차중에서 대통령은 황병태의 무릎을 잡으면서 말했다.
 
 '황국장, 소신대로 이야기해주어야겠어. 종합제철 입지를 놓고 말이 많은데 어디가 제일 좋아?' '다른 데는 미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상 포항이 제일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 용역회사 보고서도 수심이 깊은 포항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알았네. 포항은 미는 사람이 없으니 자네가 미는 걸로 하지. 나중에 경제동향보고회의 때 자네를 부를테니, 그때 소신대로 이야기하게.'
 
 며칠 뒤 월례 경제동향보고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황병태는 맨 뒷자리에 있었다. 보고를 경청하고 지시를 내리던 박대통령이 갑자기 '뒤에 황국장 있나. 이리 나오게.'라고 말했다.
 
 '요새 종합제철소 입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은데 어떤가.' '실무적 입장에서는 포항이 적지라고 판단됩니다.'
 
 '왜?' '바다 수심이 깊어 배가 드나들기 용이하고….'
 
 황국장은 미리 준비한대로 자세하게 설명해갔다. 다 듣고나서 대통령이 말했다.
 
 '좋아, 그러면 포항으로 하지.'
 
 아무도 이견을 말하지 못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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