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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건설이냐 봉급인상이냐
 공장건설이냐 봉급인상이냐
 
 공장건설이냐 봉급인상이냐
 
 이석제 총무처장관은 정원제도 정비, 공정한 임용시험제도 정착, 인사고과제도 도입, 처우개선, 연금제도 등 다섯 가지 직업 공무원 제도 확립 방안을 목표로 정했다.
 
 이장관은 각 부서별 정원제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정부조직의 말단까지 업무와 인원을 파악한 뒤 관련 업무를 묶어 단계별로 유능한 사람이 감독할 수 있도록 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 조직 정비를 통해 각 부서별 정원을 결정하고, 매년 발생하는 결원 만큼만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하도록 했다.
 
 공무원 선발 시험이 골치거리였다. 특정인의 합격을 위한 청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국가 공무원 이외엔 기업이나 사회에 일자리가 흔치 않은 시절이어서 공무원 채용을 위한 인사청탁은 정치인이나 사회 명사들의 일거리가 되던 시절이었다. 이장관은 공정한 시험제도 정착을 위해 육군 대학에서 시행되던 문제은행 방식을 택했다. 응시자들의 이름과 접수번호를 마구 섞어 채점과정에서 특정 답안지를 잘 봐주려면 담당자 다섯 명이 모여야 번호 추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장관은 접수번호를 부여하는 과정을 도표로 만들어 자신의 책상 위 유리판에 끼워 넣었다. 국회의원들과 저명인사들이 장관실까지 찾아와 청탁을 하면 이장관은 이 도표를 설명하면서 '제가 그 사람을 합격시키려면 접수번호를 결정하는 주사 다섯 명과 장관이 짜고 해야만 합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 상대방도 하는 수 없다는 듯 체념하고 나가더란 것이다.
 
 이장관은 집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던 마산고등학교 출신의 큰 처남에게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라고 했다. 별 다른 준비없이 시험을 치른 이장관의 처남은 두 번이나 낙방하고 말았다. 이석제 장관은 이 사실을 퍼뜨리고 다녔다.
 
 ''총무처 장관 처남도 두 번이나 떨어졌다'는 소문이 퍼지자 비로소 청탁이 잠잠해 집디다. 이렇게 만드는 데 5년이란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많이 드는 공무원 처우개선이었다. 공무원들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가족을 봉양해야 하니 부정부패가 근절될 수 없었다. 그 여파는 국가발전의 저해는 물론,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여 사회를 갈등구조에 빠지게 하며 정치불안을 낳는다. 후진국 사회가 겪는 모순의 한 단면이다.
 
 정부 예산 결정과정은 각 부처 예산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여 토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렇게 하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우므로 통상 다른 장관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임석하에 국무총리, 경제기획원 장관, 공화당 정책의장, 청와대 비서실장만이 참석해 예산을 심의 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공무원 처우개선 같은 거액의 예산이 드는 사안은 경제건설이 우선인 상황에서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 이석제는 공무원들도 우선 밥 먹고 살아야 나라를 위해 일할 기운이 날 것이란 생각에서 비상한 방법을 연구했다.
 
 1965년 8월 어느 일요일, 이장관은 청와대 별관에서 다음 해 예산심사를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총무처 장관은 예비심사에 참석할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장관이 무턱대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정희 대통령은 태연하게 쳐다 보았으나 다른 참석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이석제는 대통령에게 꾸벅 절을 하고 아무 말 없이 빈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장기영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다음 해의 예산편성에 대한 내용과 편성 기준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시간이 지날 즈음 공무원 처우개선 항목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장기영이 설명을 계속했다.
 
 '내년엔 여러가지 할 일이 많아 부득이 처우개선 문제는 보류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석제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하, 우선 각하 면전에서 장관들끼리 논쟁하는 것이 무례인 줄은 압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좀 심한 표현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 각하와 여러분들께 실례를 좀 하겠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이석제 장관은 장기영 부총리의 발언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공무원의 하루 세 끼 밥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 부정을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보는 국민은 공무원을 도둑같이 미워하고 정부까지 불신하게 됩니다. 공무원이라고 가만 있겠습니까.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아무런 해결책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정부를 원망하게 되니 이런 불만이 쌓이면 누가 정부를 위해 일하겠습니까. 우리는 공무원을 잘 대접해서 국민과 호흡을 맞춰 나가야 합니다. 빠듯한 예산으로 공장 하나 더 짓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 각하와 공무원의 호흡이 일치하도록 출발태세부터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석제 장관의 말이 끝나자 장부총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장관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을 건설해 부를 축척해야 처우개선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돈 벌 공장도 짓기 전부터….'
 
 이장관은 장부총리의 말을 막으며 언성을 높였다.
 
 '공장 자꾸 짓는다는 데 공장도 사람이 짓는 거요. 공장하나 짓는다면서 옆으로 새는 돈들이 한 두 푼이오? 식구 많은 말단 공무원 가족들은 밤낮으로 성냥갑 만들기, 봉투 만들기를 부업삼아 생계를 유지하고 일부는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하기도 하는데 공장 짓는다고 그들을 이렇게 방치할 거요?'
 
 회의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박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필기하던 만년필을 거꾸로 들고 책상을 톡, 톡 치며 듣기만 하고 있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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