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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의 당혹
 정구영의 당혹
 
 정구영의 당혹
 
 1965년 12월, 국회는 2년 임기가 끝나는 국회의장단을 새로 선출하게 되었다. 김종필 의원의 당의장 복귀 소식에 김종필계인 김용태, 박종태, 예춘호 등 구주류 측은 고무되었다. 이들은 1964년 6·3사태 이후 김종필 당의장의 외유로 당내에서 세력이 약화되어 있었던 차에 김의원이 복귀하는 것을 계기로 단합과 세력과시를 위해 국회의장에 전 당의장 정구영, 부의장에 민관식을 밀기로 결정한다.
 
 정구영 생전 회고-.
 '11월 하순일 겁니다. 대통령의 전화가 있어서 갔었지요. 12월에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당내 문제를 얘기했습니다. 김종필을 당의장으로 복귀하게 하는 데는 대통령의 생각도 나와 같았어요. 나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부터는 민주 방식에 마음을 써달라고 당부를 했지요. 대통령도 문제 처리에 무리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박정희는 정구영에게 '내달에는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는데 후임 국회의장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정구영은 좀 뜻밖의 질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정구영 회고록- '실패한 도전'). 2년전 박정희는 정구영에게 국회의장직을 맡아 달라고 했다가 방침을 바꾸어 이효상을 지명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구영은 '원칙적으로 이효상씨를 재추천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박정희는 뜻밖의 대답을 들었는지 얼굴색이 변하면서 '어째서 그렇습니까'하고 되물었다.
 
 '세계 여러 나라 의회법을 보면 국회 요직 임기는 의원임기와 같게 한 예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국가에서 임기 중간에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원래 의장은 다수당에서 나와야 하는데 연립으로 다수당이 된 경우 2년을 지나는 사이 연립의 변동으로 다수당이 달라질 수도 있고, 혹은 단일 다수당일 경우, 당내의 사정, 즉 의장이 소속 정당의 신임을 잃어 바꾸어야 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의장을 지명하던 당시와 사정 변경이 없다면 유임이 원칙이 아니겠습니까.' '이의장도 당의 정책을 어긴 일이 자주 있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내각책임제 개헌이니 정계 개편 얘기나, 공화당의 의원직 사퇴론, 그런 게 대표적인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것들이 심히 곤란한 당내 혼선이었던지는 대통령께서 판단할 일입니다. 가령 파문이 컸던 것은 그 양반이 대구에서 행한 의원직 사퇴발언 아니었습니까. 그때 이의장은 아침에 기자들한테 한일회담을 반대해서 야당이 의원직을 총사퇴한다면 공화당도 사퇴해야 옳다 그랬단 말입니다. 기자들이 나한테 와서 어찌 보느냐고 물어요. 내가 몹시 낭패한 입장에 몰렸어요.'
 
 정구영은 자신이 기자들에게 답변한 내용을 세세히 언급한 뒤 '그 때 내 생각은 이런 중대 문제는 당의장이나 당총재와 상의를 했어야 하는데 어찌 가볍게 개인의 의사를 말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 문제는 오직 각하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정구영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오늘에 와서 보면 도리어 이의장의 그 발언이 공로일지도 모르겠고요'라고 했다. 박대통령이 '공로라니요'라고 되물었다.
 
 '그렇지요. 당시엔 야당이 여론을 일으키려고 총사퇴론을 편 것인데 야당의 흥분을 완화시키려는 정치적 고등 전술로 공화당도 총사퇴해야 한다고 했을 수도 있지요. 또 한가지, 각하께서 당총재로서 이효상씨와 짜고 그같은 고등 전술을 쓰기로 했다면 더군다나 이것은 각하만이 판단할 일이지요.'
 
 박정희는 빙그레 웃으며 '선생님도 거기까지 상상하시다니! 저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965년 12월에 접어들면서 박정희는 국회 및 공화당의 인선을 위해 당간부들과 접촉을 계속했다. 12월10일 오후 2시부터 박대통령은 전예용 당의장 서리와 함께 청구동의 김종필 의원집을 방문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김의원은 '박총재가 상임위원장은 전원 경질할 뜻을 밝혔다'면서 국회의장 인선에 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무렵 공화당 간부들은 정구영의 집으로 찾아와 '대통령께서는 선생님을 지명하실 생각입니다'라는 말을 해 주고 돌아가곤 했다. 그때마다 정구영은 '그거야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봐야지' 라고만 했다고 한다. 12월12일, 박대통령은 뜻밖에 이효상 의장, 장경순 부의장은 유임으로 내정했다고 당에 알려왔다.
 
 '이렇게 되니 나를 지지하던 의원들이 반발이 심했지요. 매일같이 몇명씩 내게 와서는 당총재인 박대통령의 지명은 '의장단 후보는 의원총회가 선임한다'는 당헌을 무시한 것이다, 공식 지명이 아니다, 따를 수 없다고 했어요.'
 
 12월15일 아침 박대통령은 한국은행 맞은 편의 상업은행 본점 건물 신축 기념식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돌아와 원내 요직 후보 명단을 공화당에 공식적으로 통고했다. ▲ 국회의장=이효상(유임) ▲ 부의장=장경순(유임) ▲ 원내총무=김동환(유임) ▲ 부총무=서인석(당내 대변인 겸무), 오치성, 전휴상 ▲ 국회 상임위원장 12명=전원 경질.
 
 비슷한 시간에 민중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의장단 선거 대책을 협의하고 있었다. 김영삼 민중당 원내총무는 기자들에게 의원총회 경과를 설명하면서 '각자 의사에 따라 투표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이효상 의장의 유임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평소 이국회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내왔던 야당의 태도와 별 다를바 없이 보였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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