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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鍾泌의 낭만
 金鍾泌의 낭만
 
 朴正熙는 感傷(감상)이나 낭만, 또는 겉멋을 애써 억제하면서 겉으로 딱딱 한 모습과 표정을 내세우도록 훈련받은 사람이었다. 詩心(시심)과 感想이 남다른 이였으나 그런 것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삼고 남 앞에서 드러내지 않 아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金鍾泌(김종필)은 달랐다. 여유 가 있고 때로는 화사했다. 예술, 문학취향을 정치의 현장에서 드러내는 것 을 즐겨했다. 朴대통령으로서는 그런 金鍾泌이 못마땅하기도 했다. 대중 앞 에서는 부끄럼타고 감정표현을 쑥스럽게 생각해온 그는 거침이 없고 그래서 대중적 인기도 모으는 金鍾泌에 대해서 때론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金鍾泌의 일면을 보여주는 盛夏對談(성하대담) 기사가 1966년 8월13일자 조 선일보 1면에 실렸다. 음악평론가 朴容九(박용구)가 金鍾泌을 찾아가 대화 한 내용이었다. 金鍾泌 의장은 격의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저번 외유 때의 일이지요. 마침 탱글우드(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에서 저 유명한 유진 올만디가 보스턴 심포니를 지휘해서 연주를 한다지 않아요 . 그래서 3백50km를 달려가 들었지요. 그 레퍼토리 가운데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쇼팽의 제1번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나는 솔로보다는 콘체르토를 좋아해요. 피아노에선 쇼팽의 제1번, 바이올 린은 멘델스존의 콘체르토이지요』
 
 
 『솔로는 역시 개인플레이에 그치는 것이고 콘체르토는 솔로 악기와 오케스 트라의 대화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 사회가 염원하는 건 그런 대화지요. 그 대화 속에 서 하모니가 빚어지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음악을 동경하 는 건 어쩌면 정치에서 이룩해보고자 하는 이상이 그곳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음악이 흐르는 정치,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스웨덴에서 목격한 일입니다. 국왕이 소년 오케스트라에 끼어서 클라리넷 을 불고 있더란 말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메말라 있어요. 낡은 권위의식 에 사로잡혀서 민중과 어울려 하모니를 만들 생각을 안하니까 메마를 수밖 에 없지요. 음악도 우리나라에선 전문가가 되면 그렇지 않습니까?』
 
 『…』
 
 
 『어머니가 극성스럽게 비싼 수업료를 바쳐가면서 피아노를 가르치지만 그 피아노가 생활을 부드럽게 해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악이 생활 화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가 회사에서 피로해서 돌아오 신 아버지를 위해서 피아노를 들려준다든가 하여 가정의 하모니에 음악이 참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아닙니까』
 
 
 『소위 비틀즈라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안됩니다. 나는 재즈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경박에 흘러버린 것은 인간 사회의 하모니를 깨뜨리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金鍾泌은 5·16 혁명 직후 예그린 악단을 만들었으나 두 차례의 외유로 해 산되었다. 그는 당 의장에 복귀한 뒤 악단을 재조직했다. 金의장은 유럽을 외유할 때 유명한 교향악단의 심포니 연주를 담은 레코드판을 많이 사 모 았다면서 『가끔 이화여고에 다니는 딸이 피아노를 치고 둘째 형님이 기타 , 나는 아코디온으로 합주를 즐긴다』고 소개했다.
 
 이 무렵 金鍾泌은 고다마 사건에 휘말려 마음고생을 좀 했다. 일본 우익의 거물 고다마 요시오는 나중에 록키드 뇌물 사건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는 金鍾泌이 정보부장일 때부터 가까웠고 朴鐘圭(박종규) 경호실장과도 의기투합하는 사이였다. 고다마는 한국에 와서 丁一權(정일권) 총리, 金炯旭(김형욱) 정보부장, 朴鐘圭 실장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고 다마는 金鍾泌의 측근인 金龍泰(김용태·전 공화당 원내총무) 등과 만나 나 눈 대화를 꺼내면서 『한국의 진짜 실력자는 朴대통령입니까, 金의장입니까 』하고 물었다. 이 말이 보고되자 朴正熙는 金炯旭 정보부장에게 조사를 지 시했다. 정보부에서 조사해보니 醉中放談(취중방담)으로 밝혀졌다. 조사과 정에서 金鍾泌 측근의 방담이 녹음된 테이프가 등장하는 등 궁중음모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金의장의 직계로 알려진 芮春浩(예춘호) 공화당 전 사무총장은 朴鐘圭 실장 에게 부탁하여 朴대통령을 만나 金의장이 직접 말할 수 없는 사정을 전달하 고 金龍泰를 변호했다. 朴대통령은 중류 정도의 가정집 같은 청와대의 작은 방에서 친형이 동생을 타이르듯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였다고 芮씨는 회고했다. 대통령의 말씨며 표정은 격의없게 말을 건넬 수 있게 해 주었고 陸英修가 진로소주, 돼지족발, 오징어를 내와 소박하고 잔잔한 분위기였다. 거나하게 취한 朴대통령은 옛날 金의장과의 만남, 金의장의 장단점, 특히 무슨 일이 있을 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꼭 남을 시켜 전한다는 불평을 말했다.
 
 『芮총장, 팔은 안으로 굽지 밖으로 안 굽는단 말이야. 종필이에게 전하시 오. 종필이는 주변의 못된 것들 때문에 큰일이오』
 
 대통령은 몇 사람의 이름을 대며 큰 소리로 욕을 했지만 결코 부아가 치밀 어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芮 전 총장은 朴대통령의 말을 충실하게 金鍾泌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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