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아니라 輕油입니다』
그때만 해도 吳수석이나 金비서관은 포항에 서 정보부가 시추를 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석유가 나왔다는 흥분된 보고가 허위로 밝 혀지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었다. 우물을 파다가 기름이 떠오른다고 해서 현장조사를 해보면 근처에 미군이 6·25전쟁 때 기름 탱크를 갖고 있었고 그 기름이 땅속으로 스 며들어 우물을 팔 때 물에 섞여나왔다는 식 이었다.
金光模 비서관은 가까이 지내는 호남정유의 기획담당 임원이자 일류 화학기사인 韓聖甲(한성갑)을 불렀다. 吳源哲 수석은 기름 이 든 유리병을 韓씨에게 넘겨주면서 엄숙 하게 말했다.
『가장 빠른 편으로 미국 칼텍스에 보내서 시험을 하되 신중을 기하시오. 원유일 가 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내주시오』韓씨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라고 물었다.
『더 이상 묻지 말아요. 비밀을 철저히 지 켜야 합니다』
한 4일이 지났을까, 韓씨가 분석보고서를 들고 들어와 吳수석에게 설명해갔다.
『이것은 原油가 아니고 輕油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포항에서 나온 기름을 갖고 가서 蒸溜(증류 )시험한 그래프를 펴보였다. 원유에 열을 가하면 어떤 성분은 낮은 온도에서 증발하 고 무거운 성분은 높은 온도에서 증발한다 . 이걸 온도곡선으로 그리면 野山의 능선 모양이 된다. 그런데 韓聖甲이 보여준 그래 프는 담배갑을 측면으로 세워놓은 모습이었 다. 제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되다가 輕油가 증발하는 온도에서 갑자기 선이 수직으로 올라가서 한동안 평평해졌다가 경유 성분 이 끝나는 곳에서 갑자기 떨어져 다시 제로 가 되는 모습이었다. 이 그래프를 보고 吳源哲은 이 기름은 경유 성분만 있고 다른 성분은 없다는 것을 간파했다. 휘발유, 등 유, 경유, 중유 성분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원유인데 경유 성분만 검출되니 이 기름은 경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韓씨는 이렇게 덧붙였다고 한다.
『이 그래프를 보니 호남정유에서 경유를 만드는 온도곡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러니 대한석유공사 제품일 것입니다』
『경유는 거의 투명한데 무엇이 섞여 있다 는 거요?』
『重質油가 극소량 있습니다』吳源哲 수석은 지질연구소 소장을 전화로 불렀다.
『포항에서 기름을 파고 있다면서요?』 소장은 마지못한 듯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시추할 때 경유를 潤滑(윤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吳源哲은 포항 B孔에서 경유가 나왔고 정보 부에서 이를 原油라고 오해한 까닭을 이렇 게 추리해보았다.
1. B공 지하 1475m에 空洞(공동)이 있었다. 그 공동은 물로 차 있었을 것이다. 이 공 동 부근의 지층에는 틈이 많이 가 있었다. 2.B공 가까운 곳에서 A공을 먼저 시추할 때 냉각수로서 물을, 윤활제로서는 경유를 상 당량 高壓으로 注入시켰다. 시추기를 가동 하면서 기어오일이나 그리스 같은 機械油( 기계유)도 썼다. A공이 지하 1500m쯤에 도 달했을 때 「이런 기름 섞인」 물의 일부가 바위 속 틈을 타고 이동해갔다. 모여든 곳 이 B공 지하 1475m 공동이었다. 여기에 조 금씩 모여든 기름이 수십 리터가 되었다. 3. 이런 상황에서 새로 시추하기 시작한 B 공의 위치가 바로 이 공동이 있는 地上이었 다. B공 시추기가 지하 1475m까지 도달하여 이 공동을 뚫고 지나가게 되었다. 이 시추 기는 이 지점에서 2m쯤 뚝 떨어지는 현상이 생겼다. 경유와 윤활유 등은 공동 안의 물 위에 떠 있었는데 시추 坑井을 메우고 있 는 순환 泥水를 타고 지표면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것을 본 현장 사람들이 원유가 나왔다고 오해한 것이다. 때는 1975년 12 월3일 새벽 2시30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