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下 1,475m 화강암층에서 나온 기름의 정체
정보부는 국내에 석유개발 전문가가 부족함 을 알고 외국 전문가들을 수시로 초청, 의 견을 들었다. 1975년 6월에는 프랑스 국립 석유연구소의 라트레이유 박사가 포항을 답사, 「퇴적층이 너무 작다. 학술 목적의 시추가 아니라면 몰라도 경제적 목적의 시 추로는 적합지 않다」는 비판적인 보고서를 냈다.
시추 작업도 비관적으로 진행됐다. 퇴적층 이면 으레 나오는 천연가스 발견을 제외하 고는 별다른 낭보 없이 가을로 접어들었다 . 신생대 제3기 지층을 다 뚫고 중생대 화 산암층을 계속 굴진해도 鄭長出(그는 시추 현장에 시험실을 두고 지질 및 암석 분석을 하고 있었다)의 예견처럼 퇴적층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A孔은 지하 1150m부근에 서부터 단단한 화강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푸석한 퇴적암이어야 석유가 괼 수 있는 데 강철 같은 화강암이 등장하자 자문위원 들 사이에서는 『그만 끝내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의 B공에서는 지하 900m쯤에서 화산암 층이 나오다가 지하 1400m쯤에서부터 화강 암층이 나타났다. 자문위원들은 『이제 그 만하자』는 의견을 냈다.
1975년 12월3일 새벽 2시30분경, 포항 시추 현장 당직실에서 숙직 근무하던 광업진흥 공사 파견 직원 곽승진은 전화벨 소리에 잠 을 깼다.
『지금 이상한 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추공의 흥분된 소리가 들려왔지만 곽씨는 냉정하게 말했다.
『더 자세히 살펴본 뒤에 다시 보고하시오』 그동안 포항 시추 현장 책임자였던 동신산 업 崔甲東 사장(중앙정보부 과장)은 시추공 들에게 『기름이 나오는 걸 발견하면 상금 1백만원을 주겠다』고 하여 종종 시추공들 이 오인 보고를 해 오는 경우가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이상한 예감에 잠이 오지 않 았다는 鄭長出도 전화를 받았다. 그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 나왔다. 鄭씨가 현장에 가 보니 구멍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두는 큰 통에서 물이 넘쳐 배수로를 따라 논도랑으 로 흘러들고 있었다. 시추 구멍에서는 샘솟 듯 하는 지층수와 함께 시커먼 액체가 솟아 나와 수면 위로 확 번지고 있었다. 鄭씨는 논도랑을 따라 300m쯤 걸어갔다. 시커먼 액체와 뒤섞인 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시추공들의 설명이 있었다.
『새벽 2시경, 시간당 1cm 정도의 느릿한 속도로 내려가던 시추봉이 지하 1475m 지점 에서 갑자기 푹 꺼지듯 쑥 들어갔다. 마치 공동을 통과하듯 약 2m를 그렇게 지나갔다 . 우리(야간 작업반 시추공)는 사고가 난 줄 알고 굴진을 중단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액체가 시추공을 통해 솟아나기 시작 했다. 불을 당기니 연기를 내며 탔다』鄭씨는 문제의 액체를 채집하기 전에 사진 촬영부터 해 두었다. 그는 동신산업의 회 장격이던 陸東蒼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陸국장은 『속단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 었다고 한다.
한편 인하공대 화공과 이희철 교수는 이날 아침 8시30분경 인천의 학교로 출근했더니 정보부로부터 온 전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 崔甲東 사장이었다. 즉시 서울역으로 나 와 포항 시추현장으로 내려오라는 이야기였 다. 李교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포항 시 추 자문위원이었던 李교수는 다른 자문위원 들과 함께 바로 전날 포항에서 서울로 돌아 왔던 것이다. 10여명의 자문위원들은 포항 에서 이틀 동안 B공 평가회의를 가졌다. 거 의 모든 학자들이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 그런데 하루 만에 기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李교수를 태운 정보부 승용차가 포항에 도 착한 것은 정오가 조금 지나서였다. 갱정에 서 샘솟듯 나오던 암갈색 액체는 오후 2시 쯤 끊어졌다. 약 12시간 동안 한 드럼 가량 의 액체가 나온 셈이었다. 이희철 교수는 샘플 한 통을 받아 싣고 곧장 울산 정유공 장의 원유 분석실로 달려갔다. 기술자들에 게 엄중한 함구령을 내린 李박사는 샘플 분 석을 지시했다. 증류 시험, 가스크로마토그 래피 및 형광 분석 등을 거친 뒤 분석자는 『경질의 원유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 곁에 있던 정보부 직원은 이 낭보를 본부 로 전했다.
이 액체는 두 갈래 경로를 따라 고위층에 전달됐다. 鄭長出은 그날 아침 서울로 전화 를 걸어 부인을 급히 포항으로 내려오게 한 뒤 기름이 든 유리병을 코리아 타코마 金鍾珞 회장에게 전달했고 金회장은 친동생인 金鍾泌 국무총리에게 갖다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崔甲東-陸東蒼-申稙秀로 연결된 정보부 명령계통을 따라 기름이 든 유리병이 옮겨 다녔다. 12월5일 申稙秀 부 장은 분석표를 붙인 공식적인 기름 병을 金鍾泌 국무총리와 朴正熙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朴대통령은 기름병을 받아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곁에 서 있던 金正濂 비서실장에 게 『하느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우리 도 이제 산유국이 될 수 있구나』라면서 재 떨이에 기름을 붓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 다. 그리고는 『이걸 그냥 마시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