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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기자회견
 
 몇 시간이나 다소 지리하게 계속되던 일문 일답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도 석유 이야 기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열 번째 질문으 로 어느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포항 근교에 석유가 나왔다는 說이 일부 국민간에 퍼져 있으며 제주도 남쪽 7광구 에도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들이 대단히 궁금하게 생 각합니다. 이 기회에 사실여부를 밝혀주십시오』朴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기술진이 오랫동안 탐사한 후 3개 공 을 시추한 결과 그 중 한 군데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된 것이 사실입니다. 석유가 나온 양은 비록 소량이나 지하 1500m 부근 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 니다. 그동안 KIST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양질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고 고무적인 이야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장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왔다 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경제성이 있을 만큼 매장량이 있을지는 더 조사해보 아야 합니다. 이 지역에 대한 탐사 및 조사 를 위해 연초부터 외국 기술자를 불러오고 필요한 장비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4~5개 월이 지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입니 다. 외국 기술자들이 有望하다고 이야기하 고 있으나 땅 밑에 있는 문제로 아직은 무 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더 조사해봐야 할 것입니다. 좀더 확실한 것을 안 후 발표하 기 위하여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기름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 서 기름이 나온다니까 국민들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심정은 충분히 알 수 있으나 직접 파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하늘 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같이 국민들이 번영된 조국건설을 위해 근면, 자 조, 협동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열성을 다하 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기자는 이 대목이 끝나자마자 회사로 뛰기 시작했다. 마감시간을 늦추면서까지 석유 발표를 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우리 신문 에 준비해둔 기사를 넣기 위해서였다. 吳源哲 수석은 이 기자회견장에 배석하고 있었는데 석유관련 질문이 나오자 불안했었 다고 한다. 朴대통령의 설명을 분석해보면 그는 포항석유가 원유가 아니란 사실을 알 면서도 원유가 발견된 것처럼 말했고 마치 매장량이 많아 油田으로 성립될 수 있으리 란 기대감을 주는 방향으로 대답을 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경제성이 있다는 이야기 를 하지 않았으나 포항석유 발견에 대단한 의미를 두는 발언이었다. 朴대통령의 이 발표에다가 혹을 덧붙인 것이 언론의 소나 기 같은 과장·조작 보도였다. 거의 모든 신문은 포항석유발견 발표를 1면 머리에 통단 컷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런 편집은 북한이 남침하거나 현직 대통령이 사망한 경우에나 사용한다. 대통령은 석유 가 나왔다고만 했는데 거의 모든 신문들은 油田이 발견된 것처럼 보도했다. 퇴적층을 뚫으면 소량의 석유는 자주 나오지만 경제 성이 있을 만한 유전 발견율은 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무시하고 「우리도 산유국 이 되었다」느니 「이제 세금을 내지 않아 도 될 날이 오고 있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 어느 중앙지는 「포항유전의 매장량은 일 본 최대 유전의 열 배, 중동 최대인 멜라님 유전과 맞먹는 69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백일몽 같은 기사를 쓰고 있었다. 이런 기 사로 해서 주식값이 연일 폭등했다. 참고로 일본에서 당시 가장 큰 유전은 매장 량이 약 6천만 배럴이었고 중동에서 가장 큰 유전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 으로서 매장량이 약 700억 배럴이며 멜라님 이란 유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기자는 朴대통령의 석유발견 발표 다음날부 터 포항석유에 대해서 비관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포항시추에 관계했던 기술자들과 접촉하면서 언론보도나 朴대통령의 희망 서린 발표와는 다른 냉담한 견해를 듣기 시 작한 것이다.
 
 기자는 포항석유가 油徵(유징) 정도이고 그 한 해 전 부산 앞바다인 제6광구 도미 A 갱정에서 발견된 含油層(함유층)보다도 오 히려 의미가 작은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 다. 도미 A 갱정 석유발견 특종을 해본 기 자로서는 기름 몇 드럼의 발견이 유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을 실감한 때문에 포항석유가 油田성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다. 朴대 통령의 언급에서 기자가 느낀 것은 『아하 , 이분이 석유를 무슨 우물 파는 식으로 이 해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그는 지하 1475m에서 기름이 발견되었으니 더 깊게 파면 더 많이 나온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 는 것이 틀림없다는 感을 갖게 된 것이다. 목표로 하는 지층에서 기름이 나오지 않으 면 더 깊게 판다고 해서 기름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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