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쟁점
 쟁점
 
 김재규가 서빙고분실에서 얻어맞고 있었던 27일은 권부와 그 가까 이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상황이 유동적으로 보였다. 청와대 주 변에서는 한때 김재규가 쿠데타에 성공, 정권을 잡았다는 소문이 퍼지 기도 했다. 그날 새벽에 한 인사가 김재규의 동생 김항규에게 이 소식 을 전해주었다. 김항규는 '각하를 죽이고 정권을 잡은들 그게 무슨 가 치가 있느냐'면서 집안에 대통령 빈소를 차리기 시작했다.
 
 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하고 계엄령을 펴라고 설쳐댔는데 과연 군내에는 공모자가 없을까 하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구나 비상 계엄은 27일 새벽 4시를 기해서 선포되었다고 사후적인 발표는 있었지 만 서울시내에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진주한 것은 그 전인 새벽3시 전 후였다. 비상계엄선포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에 군부대가 서 울 도심부로 먼저 들어왔으니 여러가지 추측을 낳게 했다. 군부가 김 재규를 이용하여 쿠데타를 일으키고 심부름꾼에 불과한 김재규만 시해 범으로 몰아서 희생시키려고 한다는 추리도 무성했다.
 
 김성진 문공부장관은 국방부에서 계엄선포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있을때 벌써 군부대가 서울시내로 진입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장관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감출수가 없었다.
 
 '계엄령선포 의결 이전의 병력출동'이란 이 점은 지금까지 계속되 는 쟁점으로 남아있기에 사실관계를 밝혀둘 필요가 있다. 쿠데타란 것 은 '합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병력이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1979년 10월26일자 육군본부상황일지를 본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육군본부벙커에 도착한 것은 밤8시5분. 8시 15분에 총장은 국방부장관 노재현과 통화. 8시20분 총장은 1,3군 사령 관에게 '진돗개 둘'을 발령하라고 지시. 8시26분부터 총장은 연합사부 사령관 유병현, 합참의장 김종환, 수경사령관 전성각에게 전화하여 벙 커로 오도록 통보. 8시40분 30사단에 병력출동준비 지시, 45분에 33사 단에 출동준비 지시. 8시53분에 총장은 제9특전여단장에게 9여단이 출 동 준비가 되는대로 육본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한다. 8시55분에 총장은 이건영 3군사령관에게 전화하여 '20사단의 출동준비가 되는대로 육사 로 이동하라'고 명령. 9시30분 최규하총리와 장관들이 벙커에 도착.
 
 밤10시10분 이희성 육군참모차장은 20사단과 9여단은 27일 새벽0시(자정) 1분부터 이동하라고 지시. 밤11시22분 20사단은 사단사령부가 있는 양 평을 출발했다고 육본으로 보고. 차량 269대가 이동중. 새벽4시30분에 육사에 도착예정. 밤 11시55분 수도군단장에게 국가보안목표 점령준비 지시.한수이북은 수경사가, 한수 이남은 수도군단이 점령할 수 있도록.
 
 27일 새벽0시에 9여단 이동개시, 새벽1시50분에 육본 도착 예정. 새 벽0시53분 33사단 1개 임시헌병대대 출발, 새벽 1시43분에 육군본부에 도착예정. 새벽1시30분부터 새벽4시 사이에 수경사와 수도군단이 서울 에 진입하여 국가보안목표 점령 예정. 새벽2시55분에 20사단의 선두는 육사에 도착, 새벽4시30분에 도착완료.]
 
 이 기록에 의하면 정승화 총장은 정부에서 계엄령을 논의하기 전에 이미 군부대의 출동을 명령하고 있다. 정 총장은 김재규가 '내부의 소 행'이라고 한 말을 차지철에 의한 쿠데타 기도라고 오해하여 비상조치 를 취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부대의 서울진입을 명령한 것이다. 정총장이 김재규의 '빨리 계엄령을 선포하여야 한다'는 말에 따라서 그의 쿠데타기도를 돕기 위해 부대동원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정권을 뒤엎을 수도 있는 무장병력을 서울 시내로 진입시킨 결정이 어떤 경황 에서 이루어졌는가를 정확히 알아내는 일은 중요하다.
 
 12·12사태 때도 문제가 되지만 군병력의 동원에 대한 엄격한 규 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위기시에 엉뚱한 세력에 의해서 엉뚱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20사단은 제3군의 예비, 육본의 예비, 미8군의 예비, 연합사의 예비사단 역할을 중첩적으로 수행하는 중무장의 정예부대였다. 사단장 박준병 소장은 26일 밤9시 직전에 이건영 3군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육 군사관학교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출동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박 소장은 왜 출동하는지 영문을 모르고 부대를 끌고 서울로 들어와 부대 이동을 끝냈을 때 비로소 박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 다. 사단장조차 자신의 부대가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모르고 서울로 끌고 들어왔다는 것은 군부대 이동명령권을 가진 군 지휘부의 행동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정권 전복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보 여주고 있다.
 
 당시 유효했던 계엄법시행령은 '국방부장관과 내무부장관이 국무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령선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 었다. 국방부훈령으로 된 '국군병력 및 장비사용절차에 관한 규정'은 '합참의장과 각군참모총장은 독립 전투여단급 이상의 부대이동은 장관 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육군참모총장도 계엄령 선포를 전제로 하여 군부대를 허가없이 출동시킬 권한이 없다는 뜻이 다.
 
 정승화 총장은 연락을 받고 육본벙커로 나온 노재현 국방장관에게 군부대 출동준비등 비상조치상황을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노 장관은 12·12사건 뒤에 합수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정 총장으 로부터 1,3군에 비상태세를 하달한 사실, 20사단에 출동명령을 하달한 사실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가 그 뒤에 있었던 군검찰과 법 정증언에서는 '대통령의 서거 이외에는 일체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 고 말했다. 노재현 전장관은 1994년 8월17일 서울지검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때는 '합수부에서 진술한 것이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라 고 했다. 노 장관은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 총장으로부터 비상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사단에 출동명령을 내렸다는 식으로 보고하지는 않았 습니다. 그런 것은 참모총장이 알아서 해도 됩니다. 내가 최 총리에게 보고하고 부대출동허가를 받았는지의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날 총리께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나에게 맡겼습니다.'.
 
 최규하 총리 일행이 육군본부벙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 총장이 계엄령선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총리를 비롯한 다른 장관들도 계엄령 선포의 필요성에 이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측에 서는 '김재규의 주도에 의하여 이미 계엄령 선포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놓은 분위기에 군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편승한 것이다'는 취지의 비판을 하고 있다.
 
 최총리가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권력의 공백기에, 군지휘부가 비상계엄령선포를 논의해야 하는 국무회의가 열리기도 전에,또 김재규가 체포되기도 전에 이미 사 단 규모의 대부대를 서울로 이동시키고 있었다는 점은 쟁점으로 남는 다. 이 '비상계엄선포 이전의 부대이동 개시'가 김재규의 정권장악 도 구로 이용되지 않은 것은 새벽1시쯤 김재규가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김재규가 자신의 시해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정보부장이란 자리를 유지한 상태였다면 수도권에 진입한 부대는 엉뚱한 목적으로 이용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교훈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군부대의 이동을 어 떻게 국군통수권자가 관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중대한 화두를 던 지고 있다.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군대의 생리를 모르면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다.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