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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東元의 회고
 李東元의 회고
 
 급작스런 해임통보를 받은 李東元 장관은 잠시 동안 朴대통령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 꼈다. 李장관은 그 1년 전 한일 회담을 마 무리 지은 뒤에 건강이 나빠져 사임의사를 표명했을 때 이를 거절하며 朴대통령이 했 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고 한다.
 『같은 배를 탔는데,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 지. 당신, 한국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나 버리고 어디 가서 편히 살아? 나도 옛 생각이 그리워 주말이면 친구들과 대포집 에 가서 원없이 마시고 놀고 싶어. 그런데 청와대라는 이 허울좋은 감옥에서 맨날 내 가 무슨 고생인가. 당신이 비서실장 할 때 내가 대통령 출마 안한다고 하니 당신이 하라고 그랬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당신 만 편하게 빠져? 다음에 내가 출마하는데, 한일회담, 월남파병 등 굵직한 업적을 남 긴 李장관이 그만두면 내가 무슨 꼴이야』 이런 생각을 하던 李장관은 도저히 자신의 목이 달아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고 한 다. 그만큼 朴대통령에게 배신감도 컸다는 것이다. 李장관은 이틀 뒤에 있을 유엔 정치위에서 의 연설과 뒤이어 캐나다 공식 방문을 취소 하기 위해 金溶植 유엔대사를 불렀다.
 
 『아시다시피 난 이제부터 외무부 장관이 아닙니다. 그러니 내일 정치위 연설은 金대 사가 맡아 주시오』
 
 
 『말도 안됩니다. 모두들 李장관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는데…그리고 그들은 이 사실 을 아직 모릅니다. 유엔에 장관을 보내놓고 인사조처를 한다는 것도 나라 망신입니다 .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기분이야 어떻든 연설만큼은 강행하십시오』李東元 장관을 수행하던 朴槿 邦交국장도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있을 때 李장관이 경질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캐 나다를 거쳐 일본 동경에 도착했을 때 金東祚 駐日대사가 마중나왔는데 李장관을 아주 냉랭하게 대하는 바람에 비로소 장관이 경 질되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李東元 前 장관의 증언.
 
 
 『12월25일 김포에 도착하니 李厚洛 비서실 장과 洪逸 中東국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어 요. 李실장이 미안해 하면서 「각하께서 잠 시 뵙잡니다」라고 해요. 하지만 도저히 그 기분으로 청와대로 갈 수 없었습니다. 저 는 「너무 피곤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입니다. 李실장이 각하께 잘 말 씀드려 주십시오」라고 거절하고 집으로 돌 아갔지요. 그때는 朴대통령을 야만적인 사 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李장관의 경질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 도된 것은 12월26일. 그것도 「명년에 국회 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6部 장관」명단에 포 함되어 출마를 위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발 표되었다. 외무부장관職은 丁一權 국무총리 가 겸임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신문에서는 제가 城東 甲區나 全國區를 원한다는 식으로 보도했어요. 그때 저는 모 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가 學者의 길을 걷겠노라고 결심하고 있을 때입니다. 저에 게 명예박사학위를 준 켄트 대학교를 포함 해서 몇몇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의받은 것 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틀 뒤에 朴鐘圭 경호실장과 丁一權 총리가 집으로 찾아왔습 니다. 전국구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거절했 지요』
 
 다음날 李厚洛 비서실장이 『각하께서 식사 나 함께 하시자고 합니다』라며 전화를 걸 어왔다. 李東元 前 장관은 건강이 좋지 않 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 다시 李厚洛 비서실장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각하께서 말씀하시기를 李장관께서 승낙 하든 안하든 전국구 후보로 명단을 발표하 시겠다고 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반발하시면 아마 윗분께서는 의리없는 사 나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유엔총회에 참석중 난데없는 해임통보, 국 무총리의 외무부장관 겸임에 이어 계속된 전국구 제의…. 李東元 장관은 시간이 갈수 록 朴대통령에 대한 원한이 눈녹듯 사라지 고 金炯旭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혐의가 짙 어지더라고 회고했다.
 
 
 『최고권력자로부터 신임을 받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합니다. 그 이유는 신임받는 측근의 장난에 잘못하면 큰 禍를 당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 제가 겪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지요. 제가 외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직후에 외무부 를 둘러보니 곳곳에 정보부에서 파견나온 직원들로 차 있었습니다. 특별한 임무가 있 다면 이해하겠는데 사사건건 외무부의 업무 에 관여하길래 3분의 2 정도를 정보부로 돌 려보냈지요. 이때부터 金炯旭과의 관계가 틀어졌고, 그는 항상 저를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제가 실수하는 순간을 포 착해서 대통령을 자극한 거지요』 朴正熙는 李東元 장관을 해임시킨 뒤 서거 할때까지 한번도 李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말을 남기지 않았다. 李東元 장관은 그 후 1979년 10·26까지 7,8,10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대통령 외교안보 자문위원으로 朴 대통령을 도왔다.
 
 
 『모셔보니 朴正熙라는 분은 큰 사람입디다 . 그러나 자기 자리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朴대통령이 저를 해임시킨 것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미안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끝내 「실수였다」든지 「金炯旭의 농간 때문에 」라는 식으로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과묵 한 성격 그대로 침묵 속에 다 묻어 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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