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世杓 前 외환은행장
1967년 5월14일 林錫珍 교수가 고심 끝에 찾아 간 사람은 한국은행에서 근 무하던 洪世杓(홍세표·65·前 외환은행장·陸英修의 언니 陸仁順의 장남) 로 朴대통령의 처조카였다. 洪씨는 한국은행에서 재직하던 중 1964년부터 약 3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며 林錫珍과도 친분 을 맺고 있었다. 귀국한 지 얼마 안되었던 洪世杓는 사무실로 자신을 찾아 온 林錫珍을 반갑게 맞았다.
『그 양반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나를 반기면서 의자 하나를 끌어 대더군요. 담담한 이야기나 나눌 요량이었겠지요. 나는 그 자리에서 독일 유학시절에 북한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며 상세한 내막을 털어 놓기 시작했 습니다. 洪世杓씨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더군요. 도중에 그는 제 말을 중 단시키고 한국은행 앞 중국집에 방 하나를 잡아 둘 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한 시간쯤 뒤에 洪世杓씨가 나타났지요』
林錫珍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한국 지식인 사회를 얼마나 집요하게 흔들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 자신이 지난 5년 동안 포섭해 북한 대사관과 연결시 킨 교포와 유학생이 20여 명이나 되었다고 했다. 林錫珍의 이야기를 다 듣 고 난 洪世杓는 『일단 남산으로 올라갑시다』라며 자리를 옮겼다. 말없이 한동안 걸으면서 洪世杓는 곰곰 생각을 정리한 뒤 『朴대통령이나 金鍾泌 (김종필) 공화당 의장 혹은 金炯旭 중앙정보부장을 찾아가 털어 놓도록 해 봅시다』라고 제의했다고 한다. 다음은 洪世杓 現 태평양 법률법인 고문의 회고.
『당시 林錫珍씨는 「한국에는 도처에 북괴에서 심어 둔 사람들이 있다. 귀 국해서 보니 교수 사회나 정보기관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며 강한 불신 감을 나타냈습니다. 저더러 「대통령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는 겁니다. 하여간 사흘간 시간을 달라고 했지요』林錫珍 교수가 33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에게 털어놓는다.
『나의 목표는 청와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곳곳에 북한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고 본 저는 막무가내식으로 수사를 하다가는 지식인들의 반감을 사게 되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金炯旭 정보부장에 대한 평을 듣고 있었던 차에 그에게 말해 봐야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아 朴대통령에게 운 명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 분에 대해서는 독일 유학 시절에 洪世杓씨로부터 들은 바가 있었습니다 . 가난 속에서 대구사범을 나왔으며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졸업하면 서 메달을 받았고 한때는 남로당원으로 옥고도 치렀다는 내용이었지요. 19 64년 12월 朴대통령 부부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저는 유학생으로 초청받아 만찬장에서 그 분을 뵌 적도 있었습니다.
그무렵 나의 가슴속 깊이 朴대통령이 각인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朴대 통령 일행이 라인江가를 차를 타고 달리다가 돌산을 개간해 포도농장을 만 든 곳에 이르자 朴대통령은 차를 세우게 한 뒤 산 기슭에 올라 맨손으로 흙 을 파보고는 진짜 바위산이었음을 확인하더란 겁니다. 그러면서 바위산을 이런 옥토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산을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교민 사회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국토개발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진짜 지도자 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감격이요, 희망이었습니다』
1967년 5월16일, 朴正熙 대통령은 5· 16 기념식에 참석한 뒤 며칠 후부터 시작될 지방시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洪世杓는 처삼촌인 대통 령을 찾아가 林錫珍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朴대통령은 묵묵히 듣고만 있 더니 『이북놈들이 교활한 수법을 잘 쓰니까 그렇게 넘어간 사람도 많겠지 』라고 한 뒤 『내일 오후 3시까지 데려와 보게』라고 했다고 한다. 5월17일 오전, 林錫珍은 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교 직원이 들어오더니 급한 전화가 왔다며 받아 보라고 했다. 洪世杓의 전화였다.
『만나기로 한 분과 약속이 되었소. 2시 반까지 내 사무실로 오시지요』 누구와 만나게 되냐고 물었지만 洪씨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오후 2시 반, 한국은행 정문 앞에 검은 지프차 한 대가 서 있었다. 林박사 는 洪씨를 따라 무작정 차에 올랐다. 두 사람만을 태운 차는 시청 앞을 지 나 광화문 쪽으로 달리더니 효자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林錫珍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洪世杓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은 朴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