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 임시 검문소:『우리는 방첩대다!』
1968년 1월21일밤 8시경, 朴正熙 대통령은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강 한 체질이어서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던 朴대통령은 저녁 식사 후 드물게 감기약을 먹고 9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 시각, 北漢山 碑峰 밑에서 마지막 공격 캠프를 차린 金新朝와 무장공비 30명은 조용히 개인 장구류를 챙긴 뒤 눈 덮인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각자 기관단총, 소련제 TT 권총, 수류탄 10발 및 對전차 수류탄 2발, 실탄 300발 그리고 대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방한모 차림에 한국군 군복이었으 나 소련군式 장외투에 검은 농구화여서 어딘지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추 위와 어둠이 이를 가려주었다.
밤 9시30분, 이들은 산길을 내려와 내리막인 일반 도로로 접어들었다. 접철 식 AK소총과 수류탄을 숨긴 외투가 밖으로 불룩했다. 이들은 행군하는 군인 처럼 2열 종대를 갖추고 침묵 속에 움직였다. 반짝이는 것은 눈동자뿐. 金新朝 목사의 회고.
『생각해 보세요. 1개 소대가 휴전선을 넘어 4일 동안 한번도 걸리지 않고 서울까지 온 겁니다. 중간에 나무꾼을 살려두어 경계령이 펴진 것을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남한의 경찰이나 군인들을 한번도 겁낸 적이 없었습니다 . 지난 4일간의 경험도 우리가 그들을 비웃는 계기가 되었지요. 검문을 당 한다 해도 해치워버리면 그만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영화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대범함 뒤에는 한국군의 약한 戰力이 배 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碑峰에 숨어 있을 동안 이들은 세부 작전 계획을 수 립했다. 침투, 습격, 탈출조 등 3개 조로 나누어 3∼4분 만에 끝낼 계획이 었다고 한다.
침투조가 청와대 보초를 제거하고 경계를 펴는 동안 습격조는 청와대 내부 를 공격하고 철수하면 그동안 탈출조는 청와대 경내의 차량을 탈취해 시동 을 걸어 놓고 있다가 임무를 마친 동료들을 싣고 문산 쪽으로 도주하는 임 무를 띠고 있었다.
습격조는 목표에 따라 네 개조로 세분되었고 제1조는 청와대 2층을 습격하 여 朴대통령을 살해하고, 2조는 청와대 1층, 3조는 경호실, 4조는 비서실에 침입하여 기관단총과 수류탄으로 전원 살해한 다음 도피 및 탈출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청와대 1층 습격을 맡은 2조 조장이 金新朝 인민군 소위였다. 이들이 세검정 길을 2열 종대로 걸어갈 무렵 서울 시내는 甲號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무척 뜸해 있었다. 이 괴한들을 처음 확인한 사 람은 李珏鉉(이각현) 서대문경찰서장이었다. 그는 정제불명의 괴한들이 나 타났다는 무전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李서장은 구평동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세검정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는 괴한 들을 목격하고 즉시 세검정 파출소에 들어가 서울시경에 보고했다. 그 직후 李서장은 스리쿼터에 6명의 형사를 태우고 괴한들을 쫓아가 대열 선두에 차를 세웠다.
『당신들 뭡니까』
『우리는 CIC 방첩대다. 훈련 끝내고 돌아가는 길인데 참견 말라』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자 李서장은 차를 타고 뒤쫓아 갈 수밖에 없었다. 밤 10시경, 자하문 고갯길로 방향을 돌린 괴한들은 누각이 있는 언덕까지 올 라와 청와대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고개 아래 30여m 쯤엔 당시 종로구 청운 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있었고 그 담을 끼고 종로경찰서 관할의 자하문 임시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날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종로 경찰서 수 사 2계 朴泰安(박태안), 鄭鍾壽(정종수) 형사가 언덕길을 내려오는 괴한들 을 발견하고 검문소 밖으로 나왔다. 괴한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었다.
『당신들 뭐요』
『너는 뭐냐』
『종로서 형사다』
『우리는 CIC 방첩대원들인데 특수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서장에 게 알렸는데 아직 아무 얘기도 못 들었나. 우리는 너희와 상대할 사람들이 아니다. 알려거든 너희 서장에게 물어보라』
공비들은 조금 전 서대문경찰서장을 따돌린 것과 같은 방법을 썼다. 함경도 억양이 묻어 나왔다. 공비들은 긴장해서 과장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외투 속에 숨겨진 총구가 드러나는지도 몰랐다. 朴형사는 살짝 드러난 총구를 순간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들이 경기도 북쪽에서 신고된 공비들이란 직감을 했다. 곁에 섰던 鄭형사가 朴형사의 눈치를 보고 예삿일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두 형사는 서로 거리를 좁혀 이들과 맞섰다. 그러자 공비들은 이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대열이 옆으로 지나가는 동안 두 형사는 崔圭植(최규식) 종로경찰서장에게 「불신검문에 응하지 않는 괴한들이 나타났다」고 무전 보고를 한 뒤 저만 큼 가고 있는 이들의 앞을 달려가 가로 막았다.
『거, 신분증 좀 봅시다』
『신분증 같은 거 없어』
『우리나 당신들이나 비슷한 수사기관에 있는데 피차 고생하는 처지에 서로 신분을 밝히는 게 좋지 않습니까』
『우리 신분을 알려면 계속 따라오면 될 것 아니야』 자하문을 내려가 효자동에 이르면 육군 방첩대 본부가 위치하고 있어 딱히 이들의 말에서 거짓말임을 발견해 내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지리를 확실하 게 익히고 들어 온 공비들이었다. 그러나 형사들은 직감을 믿었다. 두 형사는 공비들과 숫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고 자신들은 권총 한 정 없 는 상태여서 진땀이 흘렀다. 다시 공비들의 대열이 움직였다. 두 형사는 조 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대열 맨 뒤에 따라가는 공비에게 말을 걸면서 자하문 고갯길을 함께 내려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