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하는 대통령
1·21 사태와 푸에블로호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일째가 되던 1968년 2월9 일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무력 보복을 준비하는 등 對美 시위를 지속하 는 데 대해 미국측이 M-16 소총 지급 및 추가 軍援 1억 달러 제공과 美 대 통령의 특사 파견을 서둘러 제의해 온 시점이었다.
이날 오전 9시, 朴正熙 대통령은 金聖恩(김성은) 국방장관과 任忠植(임충식 ) 합참의장을 비롯한 3군 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등 軍 수뇌를 청와대로 불러 주체적인 국방태세 확립에 관해 지시했다. 회의가 끝난 뒤 朴대통령 은 軍수뇌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對美시위」의 중간 점검을 했다. 당시 朴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전쟁 수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끼리 한번 북괴놈들을 쳐보느냐, 아니냐에 대한 여러분들의 솔직하고 기탄없는 생각을 들어보고 싶소』
이 자리에서 金聖恩 국방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푸에블로호 납치 이후에도 비무장지대를 통해 20명씩 무장 군인들 을 남파시켜 총격전이 두 차례나 벌어졌습니다. 제 생각엔 6·25 때 기습남 침을 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우리의 공격을 유도하려고 계속 자극하는 것 같 습니다. 우리가 공격하면 저들은 中·蘇의 지원을 받아 반격할 것으로 예상 되므로 말려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석한 다른 요인들도 같은 생각이었고 朴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더란 것이다.
2월11일 일요일 오전 8시, 사이러스 로버트 반스 美 대통령 특사가 美 공군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짤막한 도착성명을 통해 『朴正熙 대통령을 만나 북괴 만행으로 빚어진 최근 한국 사태에 관한 협의를 기 대한다』고 밝힌 뒤 헬기 편으로 美 8군 사령부로 떠났다.
이날 오후 3시경, 점퍼 차림의 朴대통령은 청와대에서 陸英修 여사와 함께 朴鐘圭(박종규) 경호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청와대 新館 지하에 있는 경호 실 사격장으로 향했다. 25m 길이의 5개 射路(사로)가 마련된 이곳에서 朴正熙 대통령은 군용 권총과 카빈 소총을 번갈아 가며 사격했다. 陸英修에게도 총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며 사격을 시켰다. 이날 평균 80점을 기록한 朴대통령은 『이만하면 나도 급할 때는 싸울 수 있겠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대통령의 사격하는 장면을 촬영해 이날 각 언 론사에 배포했다.
5·16 이후 朴正熙가 태릉 사격장을 찾을 때마다 사격 안전요원으로 곁에 서서 보좌했던 徐康旭(서강욱·72·대한사격연맹 부회장 역임)씨의 회고.
『5·16 직후 軍출신 장관들을 대동하고 태릉 사격장을 찾았을 때 곁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육군 사격지도단장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朴 의장의 사격자세가 일품이었습니다. 총을 든 손끝의 흔들림이 없었고, 목표 를 노려보는 매서운 눈매 하며 총을 把持(파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자세 는 그때까지 제가 만나본 역대 將星(장성)들 중 최고였습니다. 사격 후 표적지를 보면 黑點(흑점) 안에 모두 명중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장성들은 표적지에도 명중시키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었지요. 그 후 朴대 통령은 매년 한 두 차례씩 태릉 사격장을 방문했는데, 1968년 2월 朴대통령 이 경호실에서 사격하는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저는 「대통령이 행동을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왕실에서 弓道(궁도)를 유행시켰 듯이 朴대통령이 솔선하여 사 격을 유행시키려 한다고 생각했지요. 실제로 2년 뒤 朴대통령의 허락에 의 해 朴鐘圭 경호실장은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겸직하면서 한국 사회에 사격 붐을 일으켰고, 1971년 제2회 대통령배 쟁탈 봉황기 사격대회 때부터 「행 정 부처 대항 사격대회」를 열어 대통령 이하 장·차관 및 국장급까지 참석 하여 부처별 사격 시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전국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도 사격부가 신설되는 등 尙武(상무)문화가 조성되었습니다』 실제로 朴대통령의 사격소식이 전해진 2주일 뒤엔 2월26일, 공화당 창당 5 주년을 맞은 공화당 당무위원들은 기념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 경호실 사격 장을 찾아가 사격 연습을 했다.
2월12일 오전 10시, 朴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한 반스 美 대통령 특사를 맞 아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측에서 丁一權(정일권) 국 무총리, 崔圭夏(최규하) 외무부 장관, 金聖恩 국방부 장관, 金炯旭 중앙정 보부장, 李厚洛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고, 미국측에서는 포터 駐韓미 국대사, 본 스틸 駐韓유엔군 사령관, 월시 美 국무성 비서실 차장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