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대통령의 高聲
 대통령의 高聲
 
 1968년 2월28일, 고속도로 건설 재원으로 사용될 석유류세법 개정법안이 會期를 하루 남긴 시점에서 주무부처 장관에 의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해졌 고, 대통령의 지시를 어길 수 없었던 공화당 의원들은 국회에 이 안건을 제 출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총 비용은 330억원. 석유류세법 개정을 통해 휘발유 값을 100% 인상하여 상당 부분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야당은 『사전에 무슨 설명도 없이 무조건 불쑥 들고와 심의 상정해 달라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오전 11시30분, 퇴장해 버렸다. 법안 개정의 목 적은 고속도로 건설 재원 마련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여당 의 원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신민당에서는 국방장관 경질을 조건으로 공화-신민 양당 원내총 무 사이에 이미 합의를 본 李澔 내무장관 해임안 철회문제가 다시금 불거지 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신민당 의원들은 이 문제로 2시간 반 동안 설전을 벌였다. 高興門, 金大中, 金相賢, 金守漢, 宋元英 의원 등은 『이미 원내 총무가 당을 대표해서 공화당과 약속을 한 이상 신의를 지키는 것이 옳다』 고 주장했으나 金應柱, 鄭雲甲, 朴炳培, 鄭相九 의원들은 『인책의 대상을 당초 국무총리 등 네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압축한 것도 부당한데, 이제 다시 李내무 해임안을 철회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맞섰다. 鄭相九 의원은 총무단의 일원이면서도 27일의 합의 내용을 전혀 몰랐다면서 『李내무 해임안을 관철하면서 당의 신의를 지키고, 공화당 총무에 대한 金泳三 총무의 신의는 총무단이 사퇴하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신민당 의원들이 내린 결론은 「李澔 내무장관 해임안 관철」이었다. 이날 오전, 朴대통령은 在鄕軍人 제9차 전국대회에 참석해 즉흥 연설을 통 해 鄕軍武裝계획을 밝혔다. 제63회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월29일 오후 4시 40분, 국회 본회의가 석유류세법 개정법안과 도로정비촉진에 관한 법 개정 법안을 상정시켰다. 이때부터 야당의원들은 본격적인 지연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金泳三 총무와 金守漢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宋元英 의원은 1시간 25분 동안 단상을 점거한 채 연설을 강행하자 李孝祥(이효상) 국회 의장은 오후 6시 40분, 停會를 선언했다. 이후 여야 총무단이 회담을 열었 지만 타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공화당측은 李孝祥 의장에게 야당측의 발언자 수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으 나 李의장은 『지난번 28 파동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꼴이 됐는데 지금 또다 시 변칙 사회를 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밤 9시30분, 李厚洛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를 방문, 李孝祥 의장을 포함한 공화당 간부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李비서실장이 다녀간 뒤인 밤 10시30분 경, 金鍾泌 당의장, 吉在號 사무총장, 金振晩 원내총무와 李萬燮 부총무 및 국회 상임위원 전원이 청와대로 朴대통령을 찾아갔다.
 
 청와대 집무실에는 朴대통령이 담배를 피우며 무거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朴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李孝祥 국회의장과 국무위원 및 총무단이 앉고, 왼쪽으로는 金鍾泌 당의장 등 공화당 간부들이 앉았다. 李萬燮 부총무의 자리는 오른쪽 맨 끝이었다. 金鍾泌 당의장이 굳은 표정 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던 朴대통령에게 당 대표로서 말을 꺼냈다(李萬燮 現 국회의장의 증언).
 
 
 『각하, 야당이 농성을 해버리니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하겠습니다. 다음 회기에 통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金당의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朴대통령의 高聲(고성)이 터져나왔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이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드 는데, 뭐? 야당이 반대한다고 국회에서 통과를 못 시켜? 뭐 이런 게 다 있어!』朴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李孝祥 의장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고 고개 를 팍 숙인 金鍾泌 당의장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朴대통령은 다시 한번 소 리를 질렀다.
 
 
 『내가 나라 살리겠다고 산업도로 만들려고 하는데, 야당이 반대한다고 여 당이 그걸 하나 통과 못 시켜? 여당은 뭐하는 놈들이야!』
 
 李萬燮 現 국회의장의 회고.
 
 
 『그때 朴正熙 대통령의 붉으락푸르락하는 화난 얼굴은 무섭다는 표현말고 는 어울릴 말이 없을 정도였어요.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숨소리조차 안 들릴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그런 침묵이 한 1분 이상은 갔을 겁니다. 맨 끝에 앉아 있던 제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요』
 
 朴대통령은 손을 덜덜 떨면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李萬燮 부총무가 입을 연 것이 이때였다. 李부총무는 경상도 억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애원 조로 한마디를 했다.
 
 
 『각하-, 고마 한번만 봐 주이소-』 표준어투의 사무적인 말들이 긴장감을 타고 오갈 분위기에 난데없는 경상도 사투리의 애원하는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조금 후, 朴대통령이 참느라고 애쓰던 웃음을 『쿡쿡』 하며 흘려버리고 말았다. 이 틈을 이용해 다른 의 원들도 웃음을 참다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살벌했던 분위기가 일순 뒤바뀌 었다. 李萬燮 부총무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애원했다.
 
 『각하, 그만 저희들한테 맡겨주십시오. 잘해보겠습니다』朴대통령은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알아서 하라고!』라고 말했다.
 
 
 『예!』 대답은 모두가 이구동성이었다. 李萬燮 국회의장의 회고.
 
 『대답이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청와대를 빠져 나오기 바빴습니다. 밖에서 제가 金振晩 총무에게 「이거, 합시다. 해야지 어쩝니까」라고 말했지요. 이때부터 국회에 돌아와 단상 점거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불과 30분 도 안 되었을 겁니다. 사람이 한번 혼이 나니까 전부 달라집디다』 이들은 會期 종료 40분을 남긴 밤 11시 20분에 국회로 돌아왔다. 李萬燮 부 총무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덩치 큰 의원들이 앞장서서 단상에 접근하라고 지시했다. 밤 11시48분, 공화당 의원들이 停會 중이던 대회의장에 들어서자 신민당 의원들은 미리 단상을 점령, 뒤늦게 올라오는 공화당 의원들과의 격돌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李萬燮 국회의장의 회고.
 
 
 『그때만 해도 감정싸움은 없었습니다. 신문을 보면 아주 격앙된 싸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야, 살살해라」거나 「내 체면좀 봐주라」는 말들을 하며 옷을 잡아당기곤 했거든요』
 
 여야 의원들끼리 高聲을 주고받으며 단상 점령 공방전을 벌이던 그 순간 유 도 高단자인 張坰淳(장경순) 부의장이 재빨리 의장석에 접근했다. 「2·28 파동」 때에도 張坰淳 부의장이 부러진 의사봉을 들고 변칙 통과를 시킨 주역이어서 이날 張부의장의 행동은 이미 신민당 의원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신민당 의원들은 단상에서 의장 전용 출입문을 막았다. 金相賢 의원은 의장석에 마련된 의사봉과 마이크를 철거시키고 있었다. 이 순간 공화당 柳凡秀(유범수) 의원이 金相賢 의원으로부터 의사봉을 빼앗아 張坰淳 부의장에게 던졌다.
 
 허공을 가로지르던 의사봉이 張坰淳 부의장의 손에 닿으려는 순간 달려든 다른 신민당 의원들의 손에 옮겨가 버렸다. 당황한 張坰淳 부의장은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續開(속개)를 선언하고 두 개 법안을 일괄 상정한다고 소리쳤다.
 
 아우성치는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의장석을 점령했던 신민당 의원들 은 수가 많았던 공화당 의원들에게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약 7분 동안의 변칙 의사진행을 통해 두 법안은 비로소 통과되었다. 張부의장은 폐회선언 도 하지 않고 내려가 버렸다. 신민당 의원들은 퇴장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5분 뒤 임시국회는 회기를 다하고 막을 내렸다. 3월1일 새벽, 金泳三 신민당 원내총무는 『국민과 더불어 분노를 금치 못하 며 예고도 없이 강도적인 수법으로 의장석에 앉지도 않고 날치기 통과를 자 행했다』고 비난하고 『이같이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다수의 폭력을 자 행한 것은 구제받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張부의장이 동물적인 방법으로 통과시킨 것은 눈물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金振晩 공화당 총무가 『 미안하지만, 다음에 신민당이 요구하는 다른 안건하고 바터하자』고 제의하 자 金泳三 총무는 『버터는 고사하고 치즈도 못해주겠다』고 맞섰다. 李萬燮 現 국회의장의 회고.
 
 
 『고속도로 건설은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는데 왜 그토록 반대에 집착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때 국회에서 석 유류세법 개정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더라면 고속도로 건설이 중단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는데 야당은 한사코 반대만 했다는 인상 을 저도 받았습니다. 朴대통령도 야당이 항상 반대만 한다는 선입견을 결코 버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