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相賢과의 대화
항공사진들을 보고 자리로 앉은 金相賢의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각하께서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敵을 상대하더라도 진실로 대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길만이 대화도 될 수 있고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金의원이 「眞實」을 강조하자 朴대통령은 너무나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 진실로 정치 얘기 한번 합시다. 도대체가 야당이 말이오, 반대를 위한 반 대만 하고 말이오』라면서 집무실 벽을 가리켰다.
『金의원, 저것이 고속도로요. 내가 헬기를 타고 수십 차례나 다니면서 직 접 그려서 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라는 것이 앞으로 산업화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야당은 그것도 이해하지 않으려 들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말이오.
석유류세 인상법안도 고속도로 건설자금 마련을 위한 조치인데 그것 가지고 도 야당은 반대하고…. 마, 지난번 6·8 선거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 여당도 이걸 인정하고 양보해서 야당과 의정서까지 만들어 놓고도, 또다 시 야당이 깨버리면 도대체 정부와 여당은 뭘 어떻게 하란 겁니까』金相賢 의원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여당 입장만을 전해 듣고 있다고 느꼈 다고 한다.
『각하께서 일방적인 정보만 보고받고, 야당이나 국민들의 정치 상황에 대 해 보고 받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게 뭐요』
金의원은 여당의 실책을 사례를 들어가며 나열한 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처칠이나 루스벨트 같은 사람을 보면 국가의 중요 정책 결정과정에서는 야당을 먼저 만나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하면서 일 해나가는데, 대통령께서는 언제 야당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고 하 셨습니까. 국회문제라면 여당 총무 보고를 받으셔야 하지만 야당 총무 보고 도 받으시는 길을 만들어 놓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金相賢 의원은 朴대통령 앞에서 기선을 잡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 데 대뜸 朴대통령은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아, 내가 그래서 金의원 만나고 있는 거 아니오. 지금 우리 여당 국회의 원 예순일곱 명이 날 만나자고 면담 신청 해놓고 있소. 李실장, 육십 몇 명 이지? 그런데 내가 오늘 아침 10시에 전국 도지사 회의가 있어 참석하러 가 는 길에 金相賢 의원의 면담신청이 왔다는 말을 듣고 오전에 만나려다가 연 락이 안 되어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요』
다시 金의원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全국민들이 파행국회를 보고 우리나라 정치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 습니다. 이런 시기에 야당 총재와 영수회담을 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 각합니다. 우리 兪鎭午 총재와 영수회담 기회를 한번 마련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소! 兪鎭午 총재가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이 兪총재 입장에서 좋다면 내 그걸 수락하겠소. 내가 兪총재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해서 兪총재가 유리 하다면 내가 그렇게 하겠소. 그리고 장소도 꼭 청와대가 아니어도 되오. 우 이동 같은 데도 좋습니다』
金相賢 前 의원은 당시 朴대통령의 화답에 몹시 기뻤다고 회고했다.
『각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화로 정치문제를 풀어나가면 국민들도 기뻐할 겁니다』
『金의원, 술은 얼마 합니까』
『저는 술이라면 부끄럽게도 한도 끝도 없습니다. 장가 갈 때는 제 처 얼굴 도 모른 채 양조장집 딸이라는 소리에 결혼했습니다』
朴대통령은 껄껄 웃으며 자신의 술 실력을 털어놓았다.
『나도 군대 때 너무 마셔가지고, 지금도 속이 쓰리고… 이거 죽겠습니다. 金의원. 거, 술 적게 자셔야 됩니다. 李실장, 언제 저녁에 우리 金相賢 의 원하고 술자리 한번 갖자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 金相賢 의원으로부터 연락 이 오면 언제라도 즉시 나한테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장기집권 문제로 옮아갔다. 朴대통령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하더란 것이다.
『만약에 내가 장기집권한다든가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다고 하면 야당이 극한 투쟁을 해도 좋습니다. 내 임기가 3년 정도밖에 안 남았습니다. 내가 만약 장기집권한다면 金兄이 극한 투쟁에 앞장서시오』
『각하께서 그런 불행한 일은 하셔서도 안 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각하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웃음으로 대화가 매듭지어질 즈음 배석했던 李厚洛 비서실장이 끼어들었다.
『각하, 사실 金相賢 의원이 청와대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 고는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여기서 각하를 만났다는 것을 야당에서 알면 사쿠라로 몰아 金相賢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장날지도 모릅니다』朴대통령은 놀란 얼굴이 되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金의원, 그런 정도라면 우리 오늘 만난 것을 비밀로 합시다』
『각하, 그 점에서는 제 의견은 각하와 조금 다릅니다. 각하께서 불편하시 지 않으시다면 오늘 제가 대통령과의 면담한 것을 공개해 주시기를 부탁드 립니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正道를 걷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李실장, 申範植(신범식) 대변인에게 연락하도록 하시오』 이때 朴대통령은 申대변인이 발표할 문안을 직접 작성하더니 金의원에게 보 여 동의를 구한 다음 잠시 후 들어온 申대변인에게 건네주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기자들은 申範植 대변인이 발표하는 내용을 받아 적 어 「-언제든 兪黨首 만나- 朴대통령 「대화의 풍토」 강조 - 金相賢 의원 맞아」라는 제목하에 보도했다.
<金相賢 의원의 면담을 요청받은 朴대통령은 『야당도 정부의 옳은 일에 대 해서는 협조하는 태도를 가져달라. 국민이 볼 때 야당이 政權을 인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춤으로써 앞으로는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고 강조했다(하략)>
이날 약 1시간 20분 동안의 면담을 마치고 악수를 나눈 뒤에 집무실을 나오 려는데 朴대통령은 『金의원, 가지 마시고 잠깐 밖에서 기다리시오』라고 했다. 그리고 朴대통령은 李실장을 따로 부르더니 뭐라고 지시를 하고 있더 란 것이다.
金相賢 의원은 청와대 2층의 李厚洛 비서실장 방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잠 시 李실장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더니 두툼한 봉투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고 한다.
『제가 청와대에 있으면서 각하께서 이런 일을 부탁하신 것은 처음 있는 일 입니다. 이것 얼마 안 되지만 정치자금에 보태어 쓰십시오』金의원은 놀라서 두 손으로 돈 봉투를 막으며 거절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받은 걸로 하고, 저는 정치자금 필요없습니다』 돈 봉투는 두 사람 사이에서 세 번을 왕복했다가 결국 李厚洛 실장의 손에 돌려졌다고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정치자금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은 야당 의원 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