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교사들은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능력자들이다. <순경과 교사, 순경이 먼저 개심(改心)하다>

이전에는 집을 짓거나 수리를 할 때 빠지지 않고 찾아들며 공사판 주변을 얼쩡대는 사람이 있었다. 순경이다. 공사 주인에게 막걸리 한 되라도 얻어먹고서야 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신원조회’가 파출소에 내려오는 날은 더 땡잡은 날이다. 아예 집에 와서 “용돈 좀 도라.” 한다. 요사이는 구경할래야 할 수도 없는 광경이다. 이런 순경의 호주머니를 터는 사람은 누굴까? 교사이다. 교사들끼리는 자조삼아 자랑삼아 자주 하던 말이었다.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

《킬러문항 실체 드러났다 수능 검토 교사도 전원 오답
사교육 카르텔 감사 결과…교사들, 학원에 213억어치 문항 장사》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별지어 말하는 것도, 공교육이 오늘같이 낙후된 것도 교사들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전에 과외수업을 망국병이라 했는데 과외수업이 얼마나 심했으면 저런 말을 했겠나. 이 나라에 ‘과외수업’이란 용어가 있게 한 것은 교사들이고 과외수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도 교사들이다.

방과 후에 교사가 자기 집에서 자기 학교 학생들을 몇 명 모아서 가르치던 것이 과외수업의 효시였는데 그것을 교사들 간에는 “꿀꿀이죽 먹인다”란 은어로 통했다. 그러다가 교사의 과외수업 금지가 법제화되었지만 나라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사회문제화 되고서야 비로소 법으로 막았던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나뉘게 된 것도, 사교육이 공교육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선 것도 교사들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순경의 저런 심심소일 같은 공사장 출입은 싹 사라졌지만 교사들의 교육 분탕은 여전히 남아 있었던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213억어치 문항 장사’가 가능했겠나. 졸병이라면 졸병일 순경의 추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식인이라면 지식인일 교사의 그것은 뼛속의 염증처럼 잘 낫지 않는 모양이다.

교사와 어울리는 기회가 드문 사람은 교사를 숭고한 직업인으로 오인하거나 성직자 반열에 있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대접한다. 반면에 교사와 어울려 생활하는 사람은 교사의 속속들이를 훤히 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교사 무리에서 떠난 다른 일자리 갖기를 소원한다. 교사의 잘못을 비판하려면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사립 중⸱고등학교의 재단 업무를 본 사람이므로 교사들이 자기 이익 챙기기에 갖는 악착성을 안다. 그들은 말 잘하고 글 잘 쓴다.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자들인 것이다.

같은 교사라도 공립학교 교사는 많이 낫다. 공립학교 교사는 벽촌으로 발령내어 근신하게 할 수도 있지만 사립학교는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이제 사립학교가 거의 없어져 가니 국가적 다행이라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