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탁주 都家들이 '공동 탁주'로 합쳐지며 경쟁이 사라졌다. <저의 글에 의문하던 분들에 대한 대답>

나는 4월 3일에《경쟁 없는 북한 맥주에도 밀린 한국의 맥주》라는 제목의 졸문을 써 올린 적이 있었고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우리가 어릴 때에 마산에는 막걸리 도가가 동네마다 있었다. 부자 동네에는 한 동네에 서너 개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고급 술인 청주 공장은 7개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살아남으려 노력한 결과, 마산의 주조(酒造)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덩달아 간장 제조 기술까지 발전하여 전국 최고의 양조 기술을 자랑했다.”

이 구절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의아해 했다 대표적인 반응이 이랬다

“그렇게 좋고 많은 마산의 막걸리가 왜 이름도 없이 사라졌는냐?”

당연한 의문이고 질문이다. 유명한 마산 막걸리가 없어진 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해 드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 글을 쓴다. 대답은 간단하다.

1960년대에 맹위를 떨치며 동네마다 있던 마산 막걸리가 70년대 초,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산업화 바람을 타고 무엇이든 '합동' 혹은 '공동'으로 하는 게 시대 트렌드였다. 막걸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산에 있던 모든 탁주 도가가 합동하게 되었고, '공동 탁주'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경쟁이 사라진 것이다. 경쟁이 없으니 망하게 돼 있었고 게다가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고급 술이었던 맥주가 대중酒로써 서민에게 파고 들었다. 막걸리가 내리막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막걸리뿐만 아니다 가내공업처럼 개인이 자기 집에서 만들어 팔던 마산의 두부도 ‘합동’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심지어는 개인이 취미처럼 기르어 팔던 콩나물도 합동 공장으로 변했다. 마산의 수많은 막걸리 도가와 두부 공장을 어떻게 쉽사리 ‘합동’으로 바꿀 수 있었겠나? 애당초 그 일을 마산 ‘어깨’들이 추진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고, 간혹 그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해 주었기에 그 내막을 조금 알고 있다.

이렇게 하나가 돼버리고 경쟁이 사라지니 발전성도 따라 사라져 버렸고, 합동을 추진한 어깨들만 한때의 이익을 거머쥐었다. 반면에 ‘합동’의 미명 아래 힘 없는 개인은 생계 수단을 잃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요사이 문제가 많은 재개발 혹은 재건축도 조합장만 배 불리고 각 개인은 ‘개별분담금’에 골머리를 앓는 것을 대입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는 재개발에 따른 개별분담금 탓에 자기 집만 잃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막걸리 도가 주인이고 두부를 만들어 팔거나 콩나물을 길러 판 사람으로 바꾸어 놓으면 조금 이해될 것이다. 재개발은 노무현 대통령 때 80%만 찬성하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었다. 그래서 재개발이 쉬워졌고 너나없이 재개발 조합장을 하려 뛰어든다.

소비자는 가내공업이 '합동'이란 공장으로 변했으니 막걸리 맛이 더욱 좋아지겠거니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 해 추석 직전에 마산에 난리아닌 난리가 터졌다. 추석 차례용 두부를 못 구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합동 두부'가 되기 전에는 명절 대목이라도 두부를 못 사는 일이 없었는데 합동이 됨으로 저런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 것이다. 이에 사장이던, 내가 좋아하던 선배가 스스로 물러났다. 역시 '어깨'와 '무혼(武魂)'은 통하는 것이다.

마산의 양조 기술과 품질도 같이 막을 내렸다. 마산 막걸리가 망하게 된 한 원인을 제 나름으로 설명드렸다. 이 글이 마산시민의 의문을 푸는 작은 이바지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