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사설] '정치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보여준 安·李 AI 토크》

제목만으로도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된다. 그래서 읽지 않았다. 안철수와 이준석이 비록 용빼는 재주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지난 행실머리는 정치인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을 개별적으로도 아닌 한 자리에 앉혀놓고 칭찬을 하다니 조선일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여하튼 정치를 사설의 제목대로 저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또 있겠나. 범죄자 이재명이가 왜 나오겠으며 헌법에 탄핵은 왜 올라와 있겠는가. 정치를 저렇게만 하면 시방세계가 극락세계로 바뀔 것이다.

“이성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문명은 이성이 이룩한 것일까 폭력이 이룩한 것일까? 폭력 없는 역사는 없다. 다만 폭력이 줄어들 뿐이다. 폭력은 생각의 차이에서 발생하고 모든 생각의 근원은 정치이다. 그러한데 보기에 아름다운 정치가 가능하겠는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속임수이다. 평화는 신국(神國)에만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다투고 싸워야 한다. 적수와 나란히 앉아 평화로운 모습을 지어 보이는 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이라 하겠다.

“쇠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이란 속담이 있듯이 사람은 모습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고 관심도 다르고 재주도 다르다. 그러므로 정치가 존재한다. 다름을 벼루고 녹여서 섞는 것이 정치이다. 그 과정이 때론 폭력적일 수도 있어야 정치다운 정치일 것이다. 그저 사이좋은 모습만을 원해서는 안 된다. 주어진 룰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이지 좋은 정치는 사이좋은 모습에 있지 않다.

역시 대한민국도 조선조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조선 위정자들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관념 속의 것을 이루려고 허위의식에 빠져 살았고 평화만을 추구하며 실용을 천대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기사를 싣고 있다.《“우크라 특공대원 8명, 북한군 25명 섬멸”…교전 영상 공개》우크라이나軍의 용맹한 활약상을 소개했으면서 다른 쪽의 사설은 책상머리의 조선조 양반 모습을 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