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절대자는 유한한 인간을 속임의 역설로써 발전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계산과 의도대로만 삶이 귀결되는 게 아니라서, ‘축복 속에 재앙(curse in disguise of bliss)’이 있듯이 ‘재앙 속에 축복(blessing in disguise of curse)’도 있다. 윤석열이란 재앙도 축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2년 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찬양했나? 그가 다닌 교회는 왕을 배출한 영광스런 교회로 보도됐고, 그가 다닌 충암고도 명문으로 칭송됐고, 그의 스승들과 부모들도 만민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계엄 반란한 2024년 12월3일 부모·스승·목사 등 윤석열의 지인들은 모두 윤석열을 모른다고 손사래 치지 않았을까? 마치 베드로가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한 것처럼? 

이제는 윤석열을 축복된 인생이라고 찬양하는 사람이 없다. 2025년 4월4일 ‘윤석열의 계엄으로 계몽 당했다’는 변호사를 제외한 윤석열 만세족들도 그를 부인하기 시작해, 올해 후반기에는 윤석열을 안다고 자랑하는 국민을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이게 허업에 몰두한 정치꾼의 운명이다. 윤석열이 과거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할 때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특검팀장 할 때에 그가 저주받은 좌빨전사라는 사실을 파악한 우리 같은 ‘종북감별사’도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물론 윤석열을 지지한 보수인사들도 작년 12월3일 억지·깽판·반란·망국에 찌든 윤석열의 민낯을 확인했을 것이다. 촛불영웅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때에 이미 그는 축복 속에 재앙이었고, 지난해 12월3일 그의 계엄반란은 ‘대한민국에 재앙’임을 확인시켰다. 

그러면 거짓과 폭력의 화신 윤석열은 축복 속에 재앙으로 끝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나는 본다. 성 어그스틴, 마르틴 루터,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기독교 정통주의적 역사관을 존중하는 필자는 “윤석열은 대한민국 정치적 발전과 경제적 번영의 측면에서 ‘재앙 속에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윤석열의 부침과 성패를 해석한다. 윤석열은 절대로 등장하지 말아야 될 민주팔이 촛불좌익세력의 적폐인간인데, 안보팔이 태극기극우세력의 등에 타고 날뛰다가 이카루스의 날개가 꺾이듯이 급락한 인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윤석열과 대깨윤들(윤석열 광빠들)의 심판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神는, 산업화 군부정권과 민주화 문민세력의 적폐를 다 계시하고 청산하며, 후기현대사회를 넘어선 책임적 정치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주었다.

계엄반란으로 자기 자신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문화의 대문을 열어준 윤석열의 초인적 한계와 단점들은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승급시키려는 역사신의 꼼수(cunning of historical god)로 풀이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귀를 피해간 총알을 ‘신의 섭리나 하나님의 손길’로 번역하듯이, 나는 자멸적 계엄을 통한 윤석열의 자발적 궤멸을 ‘대한민국을 재도약시킬 가장 값싼 정치개혁의 기폭제’라고 번역한다. 윤석열의 반란계엄과 자멸탄핵을 ‘계몽’으로 번역하여 국민과 후세의 교훈거리로 활용되듯이, 윤석열의 모든 정치행각은 한국민들에게 계몽교재로 활용될 것이다. 윤석열의 후안무치한 거짓과 위선은 모든 정치인·법조인·언론인들에게는 물론이고 좌우진영에 더할 나위 없는 계몽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 역사신의 계몽 섭리가 아닌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살한 대통령보다, 암살된 대통령보다, 축출된 대통령보다 더 소중한 계몽의 교훈을 온몸으로 남긴 헌신과 희생의 통치자가 윤석열이다. 윤석열이 죽어 나라가 산다. 그는 가장 먼저 안보와 애국을 팔아먹은 소위 보수우익세력의 망가진 민낯을 철저하게 노출시켰다. 윤석열을 통해 장교단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안보·국방단체들이 계엄내란세력에 동조한 망국집단으로 타락됐음이 증명됐다. 다행히 윤석열에 의해 박살난 퇴역군인·경찰단체 향군·경우회는 이번에 윤석열의 계엄내란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빨치산과 좌익선동꾼들을 제압해온 군인·경찰의 자존심을 지켰다. 윤석열의 국가초토화에 동조하고 부역한 자칭 안보단체들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윤석열과 함께 심판되고 척결되는 자멸의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 위장우파 윤석열의 망상·음모에 근거한 계엄반란은 안보·애국팔이 보수세력의 적폐를 노출시키면서, ‘보수우익세력만 나라를 지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보수우익진영의 허상을 윤석열이 폭로한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의 계엄은 소위 진보좌파도 국가안보에는 책임적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석열의 자폭적 계엄반란에 동조해온 태극기부대는 국가안보·국리민복을 해치는 최악의 망국집단으로 나타난다. 안보 구호나 애국 명분만 외친다고 국민들이 믿고 따르는 이분법적 단순사고에 의존되는 일차원적 군중사회는 이제 사라졌다. 반공을 팔아 빨갱이가 되고, 빨갱이로 몰리면서도 자유민주체제를 지키는 가치전복현상이 이번에 벌어졌다. 일차원적 대립도식으로 국민을 미혹·착취하던 냉전시대가 한국사회에서도 종식되고 있다.

냉전시대의 구호팔이 사기세력이 퇴출될 기폭제를 윤석열은 마련해준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공산주의에서 벗어나면서 무서운 국가 부강을 이루는 시기에 냉전에서 승리한 한국과 미국에서는 좌경화의 미친 질주를 해왔다. 그리하여, 군사정권과 보수세력이 이룩한 자유민주체제가 자칭 보수우익세력에 의해 위협받은 기막힌 이념적 가치전도가 벌어졌다. 이제 짝퉁보수우익을 적폐청산할 호기를 윤석열의 자멸탄핵이 보수세력에게 제공해준 것이다. 윤석열 일당의 태연한 거짓과 사기를 망국의 씨앗으로 취급해서 수술 하듯이 도려내야, 자유대한민국을 이룩해온 보수우익세력이 되살아나고, 겉 자란 진보좌익세력의 철지난 번성을 제압할 수 있다. 윤석열의 몰락은 보수우익세력의 재활과 진보좌익세력의 갱생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윤석열로 인해 대한민국은 각종 형태의 좌경화를 멈출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우경화를 상징하는데, 한국의 우익세력은 윤석열과 더불어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2024년 2월 14일 쿠바와 수교 맺은 윤석열을 겨냥해서 현재 미국 국무장관인 마르코 루비오는 이틀 뒤에 “베네수엘라의 마약 테러리스트(마두로) 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국의 최대 동맹(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테러지원국과 협력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뿐 아니라 심각한 역효과를 낳는 일”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오랫동안 도와 온 쿠바의 범죄정권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동맹을 강화시켰다는 윤석열의 좌경적 외교는 미국을 따돌린 ‘계엄 배반’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의 괴랄한 안보외교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보수우익세력은 안보국방에 독점적 수호세력이 아님’을 객관화시켰다. 한국의 좌익세력도 이제는 냉전적 체제전복의 망상을 배척하고 책임적 국가수호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좌파정당의 국민들이 윤석열의 계엄반란을 막으러 국회로 몰려든 현상을 ‘국가의 치안과 안보에 책임적 역할자로 좌파가 자처한 사례’로 의미 부여해서, 앞으로 진보좌익세력도 국가의 안보와 국방에 관해서는 매우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나가도록 마음을 굳혀야 할 것이다. 이번에 89.8%라는 전무후무한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의 21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도 윤석열의 계엄반란이 주는 정치적 효과를 활용하여, ‘좌익야당은 안보국방을 해치는 반국가집단’이라는 과장된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민주화의 긍정적 측면만 찬양할 게 아니라 민주팔이 선동·깽판꾼들의 적폐를 청산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민주팔이 선동정치를 극복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사실 촛불난동세력의 총아인 윤석열은 집권 초기나 이번 탄핵 때에 ‘오월정신’을 팔아먹은 ‘민주팔이 적폐인간’이다. 윤석열이 2016~17년 박근혜 우파정권을 타도할 때 촛불난동세력의 불쏘시개였다는 사실을 소위 민주화세력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의 계엄반란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와 엮어서 군사독재정권의 적폐로만 몰고, 보수세력의 수치스런 역사로만 모는, 좌익세력의 해석·평가는 결코 진실하거나 공정하거나 공익적이지 못하다. 문재인 촛불좌익정권의 검찰총장일 정도로 윤석열이 촛불난동세력의 총아라는 사실을 좌익세력은 시인·반성해야 한다.

물론 윤석열 지지세력인 자칭 보수우익세력도, 황당한 이번 계엄을 지지·찬양할 것이 아니라, 군사정권의 어두운 측면을 자인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도 광화문 일대에서 종교집단과 함께 윤석열 수호를 외치는 군인단체들은 보수우익세력의 수치스러운 흑역사가 될 것이다. 워낙 윤석열의 사기·공작의 기운이 강해서 황당한 음모·망상 수준의 계엄 명분에 미혹되어 양심을 팔아버린 군출신들도 헌법재판소의 완벽한 윤석열 탄핵 후에는 정신차렸어야 한다. 윤석열이 왜곡·선동으로 조성한 과잉 안보위기의 망상에서 벗어나, 참칭보수세력은 친중·종북세력에 농락당하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총론적으로 반국가세력척결을 외치면서, 각론적으로 국가파괴 주범(윤석열) 수호를 외치는 괴랄스런 참칭보수세력의 처지를 자성해야 한다. 

이번 윤석열의 자멸적 계엄은, 보수우익 진영에게는 안보팔이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고 진보좌익 진영에게는 안보 무시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면서도, 보수·진보 양측에게 ‘한국의 성숙한 민주체제 운영을 과시할 능력이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줬다. 윤석열의 계엄반란은 한국정치의 시대착오적 후진성을 온 세계가 놀랄 정도로 알렸지만, 이를 진압·심판·정리하는 한국 입법·사법·언론기관들의 움직임은 한국정치의 성숙한 수준을 만방에 알렸다. 조선일보의 윤석열 비호선동을 제외하고, 한국 언론들은 대체로 윤석열의 반민주적 폭거를 차분하게 제압하는 데에 기여했다. 자유민주적 시스템으로 윤석열의 군사적 친위쿠데타를 평화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국가가 경제적 10강국인 대한민국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세상이 축복이 되지 않을 정치적 사건이 있을까? 재앙도 깊이 보면, 축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통기독교(Orthodox Christianity)는 사탄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둔다. 이승만·박정희를 찬양하면서 보수세력을 속여온 윤석열은 사특한 산업화·보수우익 팔이다. 김대중·노무현을 숭배한다는 윤석열은 사특한 민주화·진보좌익 팔이다. 윤석열이 가는 곳에 거짓과 사기가 퍼지고, 반란과 자멸이 벌어진다. 그가 스쳐간 정치검찰·촛불정권·태극기부대는 다 망했다. 조응천 전 의원의 말처럼, ‘윤석열이 지나간 곳은 몽골 기병이 지나간 곳처럼 초토화’ 된다. 이제 윤석열과 그 찬동집단을 철저하게 적폐청산 초토화시켜, 선동·폭력이 맥을 못 쓰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한국사회에 안착시켜야 한다. 윤석열도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향도처럼 쓰일 수 있게. 역사의 신 앞에서 인간사의 오묘함을 겸손하게 음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