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없어 탁주로 칼로리 채우던 사람들 보기 민망한 광고. 밥이 없어 탁주로 칼로리 채우던 사람들 앞에서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마산에 ‘주도(酒都) 마산’이란 말이 흔했다. 마산이 주조, 양조기술에서 전국 으뜸인 것은 맞았다. 그러나 酒都란 말은 짐작컨대 막걸리 도가에서 만들어 퍼뜨린 말일 성싶다. 그 당시 “탁주 한 사발은 쌀밥 한 그릇”이란 문구가 적힌 탁주 광고 포스터가 가게마다 안 붙은 데가 없었다. 광고이긴 했으나 우리의 기아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배고픈 사람들이 저 말을 믿고서 음주한다는 의식 없이 안심하고 요기를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막걸리 한 사발의 칼로리가 쌀밥 한 사발의 그것과 같다는 말인 것을 모른 채, 반가운 마음에 진실로 받아들였고 “그게 아니다.”며 말릴 지식인도 없던 시절이었다.

인터넷판 조선일보에 상품 광고란이 있는데 오늘 이런 제목의 밥솥 광고가 있다.《밥 짓는 방법 바꿨더니, 쌀밥 칼로리 30% 확 줄어》

참. 눈물 나려 한다. 막걸리 한 사발로 한 끼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는데 저런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나도니 사람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신체장애자에게 ‘병신’이라고 말하면 잡혀갈 수 있는 세상에서, 배고픈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듣는 데서 저런 광고를 해서야 쓰겠나? 배고픈 설움보다 더 큰 비애는 없다.

공장의 점심시간에 점심 도시락이 없어서 막걸리 한 사발을 사서 들이키고 다시 일했던 사람들. 공장에 다니던 것만으도 선택되었다며 기뻐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하다가 대신에 노가다를 했던 사람들. 그들이 이 나라를 건설하는 데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배고픔은 거룩한 기아(飢餓)였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다른 광고 문구를 쓸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