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시변(時變)을 보지 못했고 장동혁은 알고 거기에 올라탔다. 장동혁, 살생부부터 만드시길

장동혁이 국힘당 대표로 당선됐다. 김문수에게 마음을 두었으나 그가 하는 주장과 공약들 곧 안철수를 만나거나 “화합하자.”는 말을 듣고서, 내가 알던 투사 김문수가 맞나? 의심했고, 경선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그런 행보를 하기에 대선 때까지의 김문수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당원이 무엇을 원하지는지 살피지 않으니 김문수도 나이가 들었나, 총기(聰氣)가 흐려졌나? 의아했다.

김문수는 시대와 바람의 흐름을 잘못 읽고 그저 착하고 선한 모습만 보이려 한 대신에 장동혁은 언(言)과 동(動)이 나날이 거칠어졌다. 여기서 문수는 시변(時變)을 보지 못했고 장동혁은 알고 거기에 올라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장동혁이 당선될 것을 믿었다.

김문수가 당선되지 않음으로 해서 국힘당의 말류(末流)의 폐해는 극복 되겠구나 생각하며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국힘당에 당장 요긴한 선무(先務)와 대본(大本)이 무엇인지 변방의 노생(老生)도 아는데, 문수야. 문수야 어찌 자네가 몰랐더란 말인가. 아니면 외면한 다른 이유가 있었더란 말인가?

국힘당이 망하게 됐던 이유는 평생토록 '화합'과 '외연 확장'에만 매달렸기 때문이요 인요(人妖) 때문이다. 당이 망할 문턱에 한 발을 디딘 지금도 인순고식(因循姑息)하게 화합을 외쳤으니 고치지 못할 중병에 걸린 것은 분명하다. 이때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화합을 구하지 말고 인요를 쫓아내야 한다. 국힘당은 한번도 투쟁적이지 않았다' 이제 안 해 본 투쟁을 해야 할 때다' 완악하고 배신을 즐긴 아이들을 무겁게 책벌하고 다시는 국힘당 근처에서 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당은 저절로 강해지고 우뚝해진다' 여태껏 국힘당에 없었던 모습, 싸우려고 나선 장동혁이 대표가 됐으니 남쪽 갯가 촌무지렁이도 기쁘다' 안도의 숨을 길게 쉬며 한시름 놓는다.

장동혁이 원래 투사 기질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시대정신을 정확히 간파한 것으로 보아 남달리 총명한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나날이 강성 발언을 했고, 배신자를 쫓아내겠다 했고, 한동훈을 공천하지 않겠다 했다. 이랬던 사람은 당선됐고, 화합을 말한 사람은 낙선했다.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드러난 것이다. 장동혁은 우선 살생부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첫째는 찬탄派 둘째는 화합파. 셋째는 외연확장파, 넷째는 위장귀순파, 다섯째는 무기력파, 여섯째는 원로派다.

사람이나 국가나 전략적으로 살아야 살아 남는다. 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모습까지 바꾼다. 그러나 국힘당은 평소에도 화합을 주장하면서 위기가 되면 더욱 화합과 외연확장으로 벗어나려 했다. 사상적으로 부실(不實)하고, 인간적으로 나태하고, 정신적으로 퇴영(退嬰)하고, 체력적으로 무력했던 것이다. 그것이 오래되어 뿌리 박힌 병통이 되고 국힘당식 민풍(民風)이 되고 습속이 되고 말아 고칠 길이 없다가 장동혁을 만났으니 세상에 기쁜 일이 많지만 아직까지 이런 기쁨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은 선택과 집중이다. 화합도 좋고 중도 확장도 좋지만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에 골몰해야 한다. 화합할 땐 화합하고 싸울 땐 싸워야지, 싸워야 할 때에 화합하겠다는 이가 낙선한 것은 지지자들의 정신과 가치가 건강함을 알 수 있다. 국힘당이 버릴 것은 ’화합‘이고 세울 것은 투쟁이다

손자에게서도 배운다는 옛말이 있듯이 적수에게서도 배워야 한다. 더민당이 한번이라도 ’화합‘을 말하던가 ’외연 확장‘을 말하던가? 나같은 사람조차 싸우지 않는 국힘당보다 행실은 나쁘지만 자기답게 사는 더민당이 부럽던 차에 장동혁 같은 투사가 나왔으니 국힘당에는 축복이요 나라엔 수명 연장이다. 장동혁은 부디 초심을 잃지 말기 바란다. 지금 더민당은 무엇이든 하지 못할 짓이 없게끔 되고 말았다. 악법을 함부로 만들면서 도리어 애국이라 한다 .장동혁이여. 더민당이 애국을 독차지하게 하지 마시라.

김문수가 떨어졌다는 비보(悲報)에 대낮부터 술을 처마시고 쓰다 보니 두서가 없고 문채도 없다. 읽어주신 회원님, 여름의 끝에 더욱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