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바깥에 나가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과거 '김정은 특사'도 이재명 대통령보다는 더 대접받았다.

다수 국내 언론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화기애애한 140분', '이 대통령의 서명 펜에 관심' '농담과 웃음보가 터진 회담' 등으로 보도했다.

어느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윽박지르거나 망신 준 것과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까지 간 이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분칠 마사지'를 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을 불러놓고 아예 미친 인간처럼 노골적으로 모욕을 준 회담이었다. 좋든싫든 이 대통령은 선거로 당선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다.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과 같다.

한국의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에 가서 이런 경멸과 푸대접을 받기는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5·16 군사혁명을 하고 미국에 불러가 케네디를 만난 박정희 대통령도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다. 전두환 대통령도 취임 직후 자신의 정권 정통성을 위해 레이건을 만났을 때도 이런 대접은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대통령에게 백악관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조차 내주지 않았고, 이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했을때는 공항에 국무부의 부(副)의전장만 내보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날 회담이 있기 몇 시간 전에 트럼프는 갑자기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곧 얼굴을 맞댈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다.

이어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 자리에서“최근 며칠 동안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들에 대해 아주 거친 급습을 벌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심지어 (미군) 군 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얻었다는데 사실이라면 그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다시피 한국의 새 대통령이 곧 이곳에 온다. 몇 시간 뒤에 도착하는데 만나 뵙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그런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행정명령 서명식을 이유로 예정된 회담 시간도 늦췄다. 이런 안하무인의 무례를 단지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로 봐주고 넘어갈 수 있나.

공개된 회담 동안 이 대통령은 '피이스메이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다우존스 주가 상승' '평양 트럼프월드 골프' 등 트럼프에게 찬사와 아부를 열심히 늘어놓았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입에 발린 말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안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무표정하게 그냥 듣기만 했고, "평양에 트럼프월드를 지으면 거기서 저도 골프치고 싶다"는 아부에만 미소를 지었다.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는 취재진 앞에 함께 서서 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또 떠나는 이 대통령을 오벌오피스 바깥으로 나와 환송하지도 않았다. 여성 실무자 한 명을 보내 이 대통령을 환송했을 뿐이다.

과거 2019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 건물 밖까지 나와 직접 영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까지 나와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부위원장과 몇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도 했다.

트럼프에게 이재명이 김정은 특사보다 하찮은가. 비록 이 대통령을 싫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는 우리 국민들이 많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바깥에 나가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는 이재명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트럼프의 문제다. '오만한 황제' 트럼프가 대한민국를 코딱지처럼 여기며 모욕을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