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法治:술판, 모닥불, 깽판의 현장. 시청 공사장 담벼락엔
검은 옷 입은
남자들이 베이스 캠프를 치고
드러누워서 자고 있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촛불다방' 트럭에선
커피와 생수를
무료 제공하고

급식 픽업트럭 앞엔
커다란 솥을 걸고
버너로 물을 끓여
라면 야식을 내놓으니
줄을 서서 받아가고

장례식장
밤샘 분위기를
그대로 빼닮았다.

순대랑 막걸리랑 파는
이동식당 앞엔
갓 나온 한겨레신문을
수북이 쌓아놓고
한 부씩 가져가라고 하니
얼마 안가 동이난다.

서슬퍼런 '공안정국'
민주주의 질식위기
공권력 폭력 회개해야
제목부터 선동적이다

촛불컵에다 불을 붙여
신문지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패거리를
대책위 사람이 나와서 제지하니
욕지거리를 마구 쏘아 붙인다

10여명이 빙둘러서서
한참을 의논하더니
남대문으로 가자고 외치면서
우루루 나서나
호응이 적어 제풀에 멈춰 버리고

시나브로 쏘아대는
딱총불꽂이 눈요기감이다

새벽 1시48분
광장옆에 대기중이던
전경버스들이 철수하다.

불법시위 엄정단속을
공포했으면
엄격히 시행해야지

불법텐트 철거한 지
이틀만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에 들어간 저들을
강제해산도 하지 않으니

맨 주먹에 말뿐인
공권력은 空拳力이 된 지 오래
어느 누가 두려워하랴?

서울광장은
공권력의 장례식장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