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월 11일에 개성에서 회담하자고 초대하더니, 임금을 평균 75달러에서 300달러로 올리고 이미 50년치로 1600만 달러를 받아 챙긴 토지 임대료도 추가로 5억 달러 더 내라고 윽박질렀다. 현대아산의 직원 한 명을 이름도 밝히지 않고 80여일 동안 인질로 잡아두고,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협박하면서, 북한이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유엔의 새 제재 1874호에 대해, 7년간 딱 잡아떼던 우라늄 핵폭탄도 우렁차게 개발하겠다고 반발한다.
한국이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면, 북한 대표는 그 자리에서 돌주먹을 날리며 돌려차기로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는 어떡하든 개성공단을 살리라는 엄명을 받았는지, 어이없다는 표정만 짓고(북한 대표 입장에서 보면 바싹 얼어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유모씨처럼 억류될까 봐 부들부들 떨면서), 총총히 물러나 진의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국민들에게 매우 이성적으로 해명했다.
6월 17일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3차 개성회담을 이틀 앞두고 한 말씀했다.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 말만 했으면 좋으련만, 필패(必敗)의 패를 보여 주는 말도 덧붙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개성공단의 유지와 발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해석의 달인 김정일이 이 말을 듣고, 어깨를 흔들며 껄껄 웃을 것이다.
‘리명박 역도는 나와 김대중 동지를 번갈아 곁눈질하면서 절대 개성공단의 문을 닫지 않고, 다른 명목으로 그에 상응하는 돈이나 현물을 바칠 것이다.’
개성공단에 취업한 북한노동자 4만 명은 서류상으로만 평균 75달러를 받는다. 평등의 이름 아래 북한 돈으로 5천 원 정도 받는다. 시중 환율로 2달러도 안 된다. 노동당이 75달러에서 73달러를 삥땅해서 고스란히 김정일의 사금고로 한다. 공식환율 1달러당 140원은 북한 노동자와 한국인 포함 외국인 등치기용이다. 5000원을 140원으로 나누면, 35달러 가량되니까, 명목상으로는 월급의 절반은 주는 셈이다. 그러나 그걸로는 쌀 2kg밖에 못 산다. 한국은 북한 노동자에게 월급을 직접 못 준다. 직접 고용하지도 못한다. 외국인이 북한에 들어가면 공식환율을 적용하여 북한 돈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모든 것을 약 20배 비싸게 사야 한다. 관광할 때도 그렇다. 금강산이나 개성으로 관광가면 음식이 한국보다 비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이 한 끼 식사로 20인 분의 돈을 내는 격이다. 중국도 개혁개방 후에도 한참 동안 이런 짓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0.5배를 넘지는 않았다. 그것을 주용기 총리가 1994년에 단일화하여 국제적으로 신용을 지키는 한편 위안화의 가치를 50% 낮추면서 세계시장의 수출을 싹쓸이하여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빙긋이 웃으며 중국이 승승장구한 적이 있다.
한국은 북한 노동자에게 직접 월급을 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해야 한다. 임금은 현재보다 50% 깎아도 그렇게만 하면, 북한 노동자 4만 명은 ‘리명박 역도’를 ‘이명박 상감마마’로 ‘이명박 어버이’로 높이 받든다. 2달러에서 40달러로 오르면 무려 20배다! 그러면 북한에선 1년 안에 재벌이 된다.
5억 달러 임대료 억지는 계약 위반으로 되받아쳐 벌금을 물어야 한다. 2004년에 지출한 1600만 달러 중에서 절반은 돌려 달라고 해야 한다. 약속을 어기면 어길수록 더 큰 것이 돌아오더라는 6·15 신화를 깨뜨려 주어야 한다. 한국의 돈으로 개발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앞에서는, 이제 더 이상 찬란한 햇볕 신화는 없고 차디찬 얼음 현실만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 이전에 개성공단의 한국 사람들을 귀신도 모르게 철수시켜야 한다. 인질 한 명에도 벌벌 떠는 걸 보고, 아직도 500여 명이 남아 있으니, 북한이 한국을 독안에 든 쥐로 볼 게 틀림없다. 북한 군부가 한국 기업에게 군사 지역을 공단으로 빌려 준 게 아니라, 한국이 북한의 군사 지역에 500여 명을 비무장 상태로 들여보낸 점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이 꿰뚫어 보는 대로 개성공단의 한국인은 언제든지 인질로 억류될 수 있다.
(2009. 6.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