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의 수준이 연설의 방향을 결정한다. 대통령이, 국내에선 중도적으로, 해외에 가면 보수적으로 말하는 이유.

외국의 청중과 한국의 청중은 다른 질을 가지고 있다

조영환 편집인


청중(audience)이 연설(address)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다. 청중에 따라서 연사는 달리 말할 수 밖에 없다. 청중의 바탕 위에 연사는 생각과 의지의 씨를 뿌리게 마련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전체주의적 군중집회에서 자유민주주의자가 자유의 사상과 민주적 의지를 심을 수는 없다. 허구와 폭력, 불만과 당황, 저항과 반란에 찌든 광우난동자들에게 적합한 군중선동가는 따로 있게 마련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애국인사들이 좌익세력이 동원한 폭란군중들의 타도대상으로 지목되는 것도 다 청중이 연사를 만들어내는 현상의 한 증거이다. 지난 1년은 한국사회에서 좌익혁명가의 선동(연설)에 미혹된 군중(청중)들이 반란적 폭란을 일으킨 기간이었다.

청중은 연사를 만들어낸다. '히틀러가 없었으면, 소외감과 환멸감에 빠진 독일의 군중들이 히틀러를 만들어내었을 것이다'라는 군중연구가의 말처럼, 청중은 연사를 만들어냈다. 로버트 니스벳은 '수백만의 독일 민중이 나찌즘의 해괴한 교리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그들이 가진 소외감과 환멸감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히틀러나 스탈린도 청중(군중)의 부산물임을 지적했다. 정권을 잃고 좌절감과 환멸감에 시달리는 좌익세력의 권력금단현상은 화끈한 뒤집어엎기를 선동하는 사이비 민주투사를 요구하게 되어있다. 광신자들이 군중선동가를 메시아로 섬기게 되는 것은 군중연구에 초보적 지식이다. 연사가 청중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청중도 연사를 지배하기도 한다.

오늘날 김대중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매도하면서, 군중폭란을 부추기는 연설은 항상 좌익분자들을 청중으로 하여 실행된다. 김대중이 연설할 때에 청중으로 나타난 사람들은 대부분 김대중과 같은 좌익분자들이다. 김근태가 대학생들 앞에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후퇴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외칠 때에도 미숙한 청년기의 학생들을 상대로만 가능하다. 성숙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이 김대중이나 김근태의 연설을 들으면, 제정신이 아닌 군중미혹가 혹은 폭란선동가로 보이게 마련이다. 인간의 대화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특정 연사는 특정 청중과 같이 호흡하며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청중과 연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하버드에서 두 교수가 나에게 던진 '너의 주장에 청중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이 기억에 생생하다. 사회의 특별한 영역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나의 공부와 성격을 염려한 교수들의 애정어린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특정 분파주의자들을 나의 청중으로 삼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파벌초월적 논조를 분파주의자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파벌에 예속되어야, 이 세상과 쉽게 소통하는데, 특정 분파에 예속되지 않는 파벌초월적 사상이나 언행은 파벌주의자들에게 불편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특정 연사에게 특정 청중이 필요하다. 청중에 따라 연사는 코드를 맞추어서 반응한다. 청중과 연사는 물과 물고기와 같다. 대체로 청중과 연사는 서로에게 영감과 불어넣는다.

이제 청중과 연사의 이야기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옮겨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진영에 흥미롭고 애매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외국에 나가면 보수적인 발언을 하다가, 국내에 들어오면 중도적인 발언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매우 정상적 자유민주주의자로 보수진영에 보이는데, 국내정치에 관해서 발언하면 보수진영으로부터 중도좌파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과 동구 방문에서 대북문제에 아주 정상적인 발언을 했다. 그런데 국내에 오면 그는 '중도'발언 등으로 이상하게 꼬이거나 헷갈린다. 대한민국에 아주 나쁜 기운이 넘치거나 언론이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는 이상하게도 소통이 나쁜 연사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에서는 정상적 자유민주인사로 찬사를 받는데, 국내에 들어오면 중도좌파로 취급될 언동을 연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에서 '중도'와 같은 비정상적인 발언을 하면, 외국의 정치인과 기자들로부터 비정상인으로 취급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한국에 오기만 하면, 주위에 좌익세작들이 우굴대어 이명박 대통령은 상식인들이 보기에 헛소리를 하는 비정상적 지도자로 비쳐지는 게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에서는 탁월한 지도자로 나타나는데, 국내정치에서는 가장 무능한 지도자로 나나타는 이유가 신비롭다. 많은 보수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외국에서는 잘 하는데, 국내에서 잘 못 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한다.

6월 15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북한의 한반도 핵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UN안보리결의 1874호를 우리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참여해서 이행할 것을 촉구하자는 뜻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앞으로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협력해서 북한 핵을 확실하게 폐기시키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지도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은 나타났다. 외국에서 보여준 언동을 국내에서 보여주면, 이명박 대통령은 일등 지도자로 이미지를 굳힐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7월 7일 유럽 ‘유로뉴스(Euro News)’와 인터뷰하면서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이다. 김정일은 그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다'라고 말했고,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 대해) 남한에서 지원한 막대한 돈이 북한의 核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유럽인들에게 보편적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딴소리를 하기 힘들다. 만약 이 대통령이 위와 같이 '유로뉴스'에서 주장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청중(기자와 정치인)들은 이명박을 김정일과 같은 비정상적 통치자로 봤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에서 좋은 연사로 나타난 것은 그곳의 청중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유럽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7월 11일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부터 불거진 북한 핵 문제는 그간 협상을 통한 합의와 파기의 과정을 반복해왔는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를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무기 추구가 한반도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다. 또한 북한의 핵 개발은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선명하고 정상적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인가? 외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도 상식적이고 애국적인 발언을 하는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국내문제에만 직면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상한 발언을 한다. 광우난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서 야밤에 수십만이 진격하는데, 청와대 뒷산에서 올라가서 '아침이슬'을 불렀다면 외국에서는 미친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내적 문제에 봉착할 때에는 그 주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해괴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의 청중(대통령의 측근들과 기자들)들이 지난 10년 동안에 많이 좌경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청중의 수준과 코드에 맞추어서, 중도와 같은 해괴한 발언을 하면서 비정상적 판단력을 노출시키는 것 같다. 건강한 자유대한인들을 청중으로 삼아 이 대통령은 잘 연설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좌익세력의 깽판꾼들을 자신의 청중으로 착각한 연사가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한국민중들의 여론을 듣고 싶다면, 좌경화된 언론의 보도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들을 피하고, 택시를 타고 자영업자들을 만나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킨 자들은 관료, 기자, 학자들이 아니라, 자영업자, 기업가, 회사원들이다. 이 대한민국지킴이들의 여론을 대통령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을 둘러싼 좌익세작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이명박을 둘러싼 과거 운동권출신의 좌익세작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도로 몰아가면서, 이명박을 비정상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좌익세력의 도전 앞에 이명박 대통령이 공권력을 포기하고 굽신대게 만든 측근들은 정상적인 이상과 양심을 포기한 좌익세작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나쁜 측근들이 둘러싸서, 이명박 대통령이 나쁜 연사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청중이 좌익세작이나 친북인사일 경우에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김대중과 같은 비정상적 언동을 연출하게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청중들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일 경우에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은 건강한 자유민주적 논조를 유지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체불명의 '중도 노선'을 벗어나서 건강한 자유민주투자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그의 청중들이 바로 건강한 자유민주시민들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압도적 지지했던 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시민들을 자신의 청중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외국에서 정상적인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정상적인 연사로 국민들로부터 평가받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 속에 자신의 주요 청중이 좌익정권이 싫어 그를 지지한 다수의 자유민주시민이면, 그는 자신의 청중에 맞추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청중을 좌익폭란자들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서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멀쩡한 자유대한민국을 두고 '중도'로 가겠다고 헛소리를 하게 된다. 북한사회에 자유민주주체제를 깔아서 북한동포들을 해방시킬 자유대한민국을 중도집단으로 착각한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의 청중들에게 거부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경제적 용어인 중산층을 이념적 용어인 중도로 착각한 이명박 대통령은 각성된 한국 청중들을 무시했다.

대한민국의 청중들은 자유민주시민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시로 국민들에게 '내 말을 오해했다'고 불평한 이유는 그가 선명한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주장들은 자유민주사회의 청중들에게 암호와 같았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의 중도를 모두 오해한다'고 불평한 것도 그의 말이 자유민주시민(청중)들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의 청중이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유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언행해야 한다. 바른 소통을 하는 좋은 지도자로서 찬양받기 위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폭란군중이 아니라 자유시민을 청중으로 삼아야 한다. 좋은 청중(국민)이 좋은 연사(대통령)를 만든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