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法 반대 나선 박근혜, 왜 이러나?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박근혜 씨는 정말로 '미디어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나? 정말이라면 박근혜 씨의 그런 행보는 무엇을 말하는가? 두 가지 정도를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그녀는 좌파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을 더 미워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는, 그녀는 좌파와 김대중 진영에 대해 추파를 던지기로 한 것 같다는 점이다, '유신 공주'라는 자신의 '原罪(?)'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관련해서그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촛불 때도, 용산사태 때도 그녀는 양비론 아니면 이명박 정부 비난으로 나갔었다.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등에 대해서도 한 번도 따끔한 비판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박근혜 씨는 좌익 진영에 대한 '햇볕' 정책을 자신의 정치행보의 기본 전략으로 설정한 것 같다. 그녀에게도 물론 '이론'은 있을 것이다. 예컨대 '국민통합' 운운 하는 식의... 그러나 그 '이론'이 무엇이든 대한민국 호헌진영으로서는 이제 박근혜 씨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기서 호헌진영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쉽게 단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경상도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영남의 김대중'이다. 그래서 우선은 박근혜 씨를 놓고서 호헌진영이 일대 난상토론을 거쳤으면 한다. 박근혜 씨의 그간의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이냐의 치열한 논쟁을 일으켰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호헌진영, 특히 영남인들이 '박근혜가 아니라면 누구를?'이라는 질문을 던져봤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박근혜밖에 없는가?'를 물어야 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 '나는 박근혜 씨의 그간의 행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외치며 커밍 아웃을 하는 도전자가 나와야 한다. '2012 대선'의 경선과정을 박근혜 씨의 일방적 독무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百花제방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씨가 그 어떤 명분과 '이론'을 가지고서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용산사태와 촛불을 감싸고 돈다 해도, 박근혜 씨는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녀가 부동의 1위를 점하든 말든, 잘못하는 것을 잘한다고 해줄 수는 없다. 이것은 물론 필자의 개인 생각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차제에 화끈한 토론을 한 판 벌렸으면 한다. 우리가 왜 벌써부터 박근혜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건지 필자는 그 이유를 도저히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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