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 연휴에 서해상으로 남으로 넘어온 북한주민 31명 중 27명이 40여일 만에 판문점이 아니라 서해상으로 송환될 모양이다. 정부는 정원 5명의 5톤 목선으로 통계원과 간호사 포함 31명이 타고서 고기잡이하던 중 단순 표류된 것으로 결론짓고 귀순 의사가 없는

27명을 3월 4일에 판문점으로 송환하려고 했으나, 21세기 지구촌에서 인도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북한이 인도주의를 내세워 전원 송환을 고집하는 바람에 시일이 늦어졌다.

 4명의 귀순자는 귀순공작이 아니라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북에 남은 가족이 북한방송국에 강제로 끌려가서 ‘장군님 품으로 돌아오라!’고 애절히 불러도 들은 척도 않았다. 27명을 감안하지 않고 이 자체로 보면 대단히 훌륭하게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애가 닳아 있는지 알 수 있다. 27명 중 몇 명이 또 귀순의사를 밝힐까 봐, 전전긍긍했다. 다음 기사에 이런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정부가 이들을 배에 태워서라도 돌려보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북한 주민 27명을 남측에서 장기간 데리고 있는 데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귀순자 4명이 나온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우리 측으로서도 27명 가운데 추가 귀순자가 나오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2011.03.10.)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다. 황해도에 소문이 퍼질 수도 있고, 역귀순공작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서, 몇 명이 개인적으로 화장실 가거나 식사하러 갈 때에 유관순 누나가 일제의 순사와 헌병을 헤치고 번개같이 가슴속의 태극기를 꺼내어 흔드는 용기로 한국인만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어 돌출적으로 귀순의 자유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27명은 4명의 귀순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의 띄움 후에 본인뿐 아니라 전 가족이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신세다. 전원이 돌아가더라도 카다피가 탱크와 전투기로 쥐를 잡듯이 어차피 정치생명은 끝이다. 북한에서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것은 원폭에 피폭되어 온 몸이 문드러진 채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친구도 적이 되고, 스승도 적이 되고, 가족도 적이 된다. 아무도 곁을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는 탈북자 31명을 대단히 부담스러워했다. 단순표류다, 어민이다, 귀순의사를 일부가 밝혔다는 것은 헛소문이다, 등으로 처음부터 돌려보낸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비치며 시도하고 있던 물밑 남북대화 작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처럼 바로 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원 받아줄 수도 없었다. 31명 전원을 돌려보내려는 찰나 갑자기 4명이 단체행동에서 돌출적으로 이탈했던 것이다. 합동조사란 명목으로 이명박 정부는 거의 31명은 한 자리에 모아 두었던 것 같다. 귀순공작이 아니라 귀순역공작을 벌인 것이다.

 4명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 그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정통우익에게 크게 생색을 내고 대한민국의 친북좌파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질 수 있다. 김정일에게는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낼 수 있다. 결론: 이명박 정부는 좌27 우4의 중도실용 정부다.

  (201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