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式 브리핑(?)

지난 8월25일,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과 북괴의 황병서·김양건이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인터넷에선 이 합의문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4일간 회담했다는 결과가 고작 그것뿐이냐는 반응부터 매우 구체적인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거론된 게 합의문 2항에 나오는 ‘유감(遺憾)’이라는 단어다.   

홍용표 장관은 지난 8월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이번 합의가 북한으로부터의 ‘유감’표시를 이끌어 낸 첫 사례로, 포격 도발 등에 대한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자평(自評)했다. 홍 장관은 ‘북측의 유감 표명은 북한이 책임있는 자세를 인정한 것’이란 취지의 말도 했다.

“유감은 사죄의 뜻으로 볼 수 없어”

네티즌들은 지뢰 도발의 주체(主體)가 명확하지 않고, ‘유감’이라는 단어는 사죄(謝罪)의 의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1968년 북한 121부대가 청와대를 기습한 것에 대해 김일성은, “맹동분자들이 한 짓”이라고 사건의 주체를 밝힌 후, ‘유감(遺憾)’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유감의 뜻은 완전히 달라진다. 제3자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애석하게 되었다’, ‘애석하게 생각한다’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유감(遺憾)의 사전적 의미도 사죄(謝罪)와는 거리가 멀다. 사전(辭典)에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적혀있다.

美 외교관 경력 25년의 버제스 씨는 자신의 SNS에 “유감은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불운(不運)했다는 것을 나타낼 뿐 사과도, 책임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위안부(慰安婦)에 대해 일본이 ‘유감이다’라고 하면, 그것도 사죄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비꼬았다.

네티즌들의 남북합의문 再해석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번 남북합의문에 대한 해석을 한 글이 올라왔다.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합의문 2항에 대해, ‘누구 짓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놈들이네. 정말 유감이다. 민족애를 발휘하여 위로해 줄게’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각 조항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 한 번 만나줄게. 대북확성기 꺼주라.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 누구 짓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놈들이네. 정말 유감이다. 민족애를 발휘해 위로해줄게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 일단 꺼봐. 만나줄게.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 우리 애들 힘드니까 이제 쉬려고 하는데 너희(남측) 때문에 해제하는 척 해줄게.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초에 갖기로 했다.
→ 이산가족 고려는 해볼게. 그런데 안 할지도 몰라.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 돈 줘.

특히 6항에 대한 해석은 압권이다.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표기하지만 북괴의 속내는 ‘돈 달라’는 것이다. 정부式 해석보다는 네티즌이 올린 합의문에 대한 再해석이 보다 명쾌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對北방송을 중단만 보면, 이번 회담은 북한이 이긴 게임이다. ‘유감’이란 말 한마디로 눈에 가시같은 對北방송을 중단시켰으니 말이다. 북괴는 한국 정부로부터 민간교류 명목으로 ‘퍼주기’를 노릴 수도 있게 되었다.

정부의 자화자찬에 망신 준 황병서

우리 측의 자화자찬은 불과 하루도 안돼 북괴에 의해 부정되었다. 북측 대표였던 황병서는  ＜조선중앙TV＞에 직접 등장해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서의 망언에 ‘유감’이 사죄의 뜻이었다는 통일부 장관의 설명은, 군색해지고 말았다.

김관진 실장은 국방장관 시절부터 北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벌어지자 원점타격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 실장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도 있지만, 그의 말에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