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은 많으나 진정으로 黨과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先公後私를 실천하는 이를 보기가 어렵다.
중국 《史記》에 화씨벽(和氏璧)이라는 보석(구슬) 얘기가 전해진다. 춘추전국시대 한 제후국이었던 조나라의 혜문왕이 어찌어찌 이 구슬을 얻었다. 이를 안 이웃 진나라 소양왕이 탐을 냈다. 소양왕이 이 구슬을 빼앗으려 수작을 부리나 조나라의 사신 인상여(藺相如)의 기지(機智)로 혜문왕은 구슬도 지키고 체면도 살렸다.

인상여는 한 환관(宦官)의 식객으로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으나 이 공로로 왕으로부터 상대부라는 높은 귀족계급을 하사 받았다. 한낱 환관의 식객이 갑자기 벼락출세를 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가 있었다. 대장군 염파(廉頗)였다. "나는 목숨을 걸고 숱한 전장을 누비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사람인데, 세 치 혓바닥 몇 번 놀린 것밖에 한 일이 없는 자가 내 윗자리에 올라서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 자를 만나기만 하면 톡톡히 망신을 주고 말겠다"며 벼르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 들은 인상여는 염파를 피했다. 염파가 나오는 날에는 조회에도 병을 핑계로 불참하고, 저 앞에 염파가 보이면 숨어 버릴 정도였다. 이에 하인들이 불만을 나타내자 인상여는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진나라 왕을 꾸짖은 내가 염파를 겁내겠는가. 내가 생각해보니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염파를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 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즉 둘이 싸우면 나라가 위험해지니 비록 체면을 구기더라도 이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뜻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지금 새누리당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당은 망해가고 나라는 어지러워져 앞 날이 난감한데 모두가 저 잘 났다고 떠들며 서로 못 잡아 벼르고 있다. 저마다 자기 생각이 옳으니 자기 뜻대로 해야 하고, 맘대로 안되면 험하게 나온다. 똑똑한 사람은 많으나 진정으로 당과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先公後私를 실천하는 이를 보기가 어렵다. 여야관계도 마찬가지요, 온 나라가 이 지경이다.

위 고사의 뒷부분은 이렇다. 염파는 인상여의 심중을 헤아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 윗옷을 벗은 채 가시 채찍을 짊어지고 인상여에게 찾아가 자신의 행동을 사죄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목이 달아날 지경이라도 변하지 않을 절친한 사이가 된다. 문경지교(刎頸之交)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실제 인상여와 염파가 있는 동안 진나라는 조나라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앞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