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신문 기사 제목 批評: 이 모든 걸 한글로만 표기하다니… 오늘字 한국경제 일면 탑 기사 제목이 'A기업, 삼성전자 52주 신고가 화답'이었다.

60대 중반인 우리 대학 총장님이 내게 '기사제목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알 수 없게 다느냐,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주식에 문외한인 총장님은 신고가를 '신고하는 가격'으로 짐작했다. '52주 신고가'가 52주 만에 새롭게 기록한 최고 가격[新高價]임을 몰랐다.

52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호하다(이 기사에서는 1년을 의미하는 52週). '주'가 주식(株式)의 株인지, 주간(週刊)을 뜻하는 週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자로 표기하면 주식투자를 안 하는 사람도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걸 한글로만 표기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다.

한자에 능한 舊시대 지식인도 이러한데 신세대에겐 완벽한 암호일 것이다. 한자어의 장점은 처음보는 단어도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한자를 전혀 쓰지 않음으로 인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자를 쓰지 않고 배우지 않는, 현대 한국인들이 만든 비극이다.

필자의 제자 중에 베트남人이 있다. 漢字 문명권이던 베트남이 수십 년 전에 영어 알파벳을 도입하여 베트남 말을 표기하면서, 신세대는 과거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이 글 도입부에 쓴 '문외한'이란 좋은 단어도 신세대들은 전혀 그 뜻을 모를 것이다. 이 단어 '문외한'을 다른 순수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아마 해당 단어는 없고, '주식에 대해서 잘(전혀) 모르는 사람' 등으로 길게 풀어 써야 할 것이다. 세 음절밖에 안 되는 그 좋은 단어 '문외한'을 두고 12음절 표현을 이용하는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는가?

설사 아마추어라는 말이 문외한의 대체어라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 역시 정확한 건 아니다. 전문적인 주식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주식용어는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