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입장에서 들을 때는 교활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유네스코 前職 한국인 위원으로 알려진 사람이 오늘자 조선일보에 기고문을 실었다. 위안부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이 일본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내용의 글이다.

이것은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의 위안부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추진이 정말 일본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그 말은 한국인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라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평가되고 발언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봐서 '이것은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곤란케 하고자 벌이는 일은 아니구나'라는 판단이 섰을 때 그것은 정말로 일본 공격용이 아닌 순수한 의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등재를 추진하는 一方 當事國의 사람이 '일본 공격용 아냐'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인 입장에서 들을 때는 교활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업의 취지가 한국인들이 自評하는 것처럼 정말 순수한 의도에 불과하다면, 등재 추진에 앞서 일본정부에 충분히 그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반대하는 일을 다른 나라 시민단체들끼리 똘똘 뭉쳐서 관철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봐도 일본과 공격, 방어를 펼치는 다툼에 해당한다.

조선일보 기고자는 세계기록유산이 다른 유네스코 사업과 달리 전문가 집단 토론을 통해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만큼 특정 국가와 집단의 이해에 근거한 정치적 주장이 차단된다고 설명하지만, 그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람들의 국적과 성향에 따라 정치적 利害關係가 개입될 수도 있고, 특정국가에 불리한 등재 판정이 내려질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한국사람들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못믿어 독도문제를 가져가지 못한다 하면서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어찌 공정하다고 말하는가. 기고자는 '2015년에 난징 대학살 관련 기록물의 등재에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개입되기 시작했다'라고 적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발하게 된 것은 결국 중국이 일방적으로 남경사건 기록물 등재를 추진한 것이 발단인데 그렇다면 정치적 색채 개입에 대해 중국은 책임이 없는가.

기고자는 '설사 등재에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패배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등재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정신승리를 미리 선언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등재가 성공할 경우 그것이 한국의 승리는 아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등재가 성공하면 한국이 일본에 큰 승리를 거둔 것이지만 실패해도 한국의 패배는 아니라는 논리에 다름아니다. 이런 식의 '되면 좋고 안돼도 본전'이란 생각의 反日 운동은 실로 무책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