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역주행 하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야당에서는 대기업(재벌)들이 돈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내심 벼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말처럼 그렇게 현금을 쌓아 놓은 것도 아니지만 설사 쌓아 놨다고 해도 아무데나 함부로 투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돈 될 만한 곳에 투자하려 해도 온갖 제약을 거미줄처럼 쳐 놓은 상황에서 운신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손발을 묶어놓고 뛰지 않는다고 난리 치는 꼴이다.

한편에서는 청년창업, 벤처창업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벤처기업 일으켜 성공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사업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 살리겠다고 대기업들의 운신을 제지나치게 약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돈을 벌고 싶은 대로 벌어보라고 응원하면 어떨까? 그 돈이 결국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고용창출로 이어질 텐데. 큰 댐이 있어야 작은 댐이나 보(洑)도 필요하고 안전한 경제운용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잔챙이 저수지를 아무리 만들어봐야 조금만 가물면 말라버리게 된다.

세계는 지금 북한을 제외하면 재벌 없는 나라 없을 것이다. 미국도 영국도 엄연히 재벌이 존재한다. 우리와는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를 게 별로 없다. 한국이나 어느 나라나 사업가 개인의 양심적 차이일 뿐이다. 다르다면 우리는 재벌이라 하고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기업이라 하는 인식 차이 정도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생존이나 번성 환경이 보다 나은 곳으로 이동 내지는 진화한다. 기업도 사람들이 꾸려가는 것이니 마찬가지다. 삼성, 현대차가 아직 한국에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로서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야권이 일제히 법인세 인상 공세를 폈다고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하나마나 한 말 했다고 졸지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여당 의원도 있다. 그들은 기업들에서 법인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고 한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현재 22%이고 대만과 싱가폴은 17%다. 일본이 우리보다 높은 23.4%다. 우리가 25%로 올리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稅率만 올리면 稅收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유치원생 계산법이다. 세수 증대는 세율이 아니라 稅源(기업 실적)의 문제다. 늘어난 세 부담은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깎거나 상품가격 인상으로 반영된다. 또한 근로자 임금에도 반영될 것이다. 한 쪽을 당기면 다른 쪽이 들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돈을 잘 벌게 해줘야 하는 이유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OECD 34개국 중 20개국이 법인세를 내렸다고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으로 기업들이 탈출 움직임을 보이자 현재 법인세율 20%를 15%로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즉 세계는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역주행 하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이 새는 돈 막자는 기본 발상은 좋았다고 본다. 그러나 어떻게 막아야 할지 그 방법을 몰랐던 듯하다. 정부에서 돈을 풀면 과장해서 반쯤은 샌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특별한 대책없이 푼 것이다. 보육원, 요양원 등 수많은 복지성 지출에서 그랬다. 그러면서 담뱃값 인상하고 지금 또 경유 가격 인상하겠다고 하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던 자가 박수 받는 것이다. 서민들만 죽어난다. 이 정부가 옳은 일 하면서도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이유다. 누가 좋다 하겠는가?

대우조선 수사상황을 지켜보노라면 "거기가 어딘데, 거기 가서까지 도둑질이냐?"는 한탄이 절로 난다. 전두환이 돈 많이 먹었다고 모두들 욕 하지만 전두환 정권 때는 이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