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브루나이를 점령한 일본은 브루나이를 '日本國 브루나이縣'으로 制定하고 知事로 기무라 쓰요시(木村强, 당시41세) 씨를 임명했다.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북부에 위치한 나라가 '브루나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세금이 거의 부과되지 않으며, 의료비
도 거의 공짜다. 그런데, 이 나라는 과거에는 아주 가난한 나
라였다. 이 나라가 오늘날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계기
는, 한 일본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일본인이 브루나이에 온 것은, 70년 훨씬 전이다. 1941년
부터 일본은, 당시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 의해 식민지 상태
로 있던 동남아 지역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갔다. 1942년에
일본은 영국의 식민지인 브루나이를 침공했다. 영국은 퇴각
하고 일본이 브루나이를 점령하게 되었다.

일본은 브루나이를 '日本國 브루나이縣'으로 制定하고 일본
의 통치하에 두었다. 그리고 그때 일본 정부에 의해, 브루나
이縣 知事로 임명된 것이, 기무라 쓰요시(木村强, 당시41세)
씨다. 미야기(宮城)縣 출신인 기무라(木村)씨는 이미 미야기
縣廳에 근무하면서 상공업 과장 등 요직을 경험한 상태였다.
점령지 행정을 담당하는 司政官 역할로 현지에 부임한 기무
라(木村)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당시 브루나이 국왕인 '아하
마드' 왕을 만나는 일이었다. 브루나이가 일본에게 점령되어
'日本國 브루나이縣'으로 바뀌었지만, 일본은, 원래의 국왕
지위와 권위를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기무라(木村)씨는 국왕을 최대한 존중하며 예의를 갖춰 만
났다. 아울러 기무라씨는 국왕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브루나이 사람 한 명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무라씨
에게 있어, 브루나이는 미지의 나라였기 때문에, 브루나이
사정을 잘 아는 수행 비서관 역할을 해줄 현지인이 꼭 필요
했던 것이다.

국왕은 이에 브루나이 청년 한 명을 기무라씨에게 소개해
주었다. '오마르 알리 사이후딘'이라는 이름의 26세 청년
이었다. 자신의 조국을 점령한 일본이 파견한 司政官의
요청에 국왕은 순순히 응했지만, 당시 국왕을 포함한 브
루나이인들 모두는 일본을 신뢰하지 않았다. 직전까지
브루나이를 통치한 영국의 최대관심은 오직 油田개발
뿐이었다. 그리고 유전개발에 따른 수익은 브루나이 국
민들에게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브루나이 국민
들 대다수는 가난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브루나이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 때문에 당시 일본 역시,
브루나이 근해에서 발견된 유전을 개발하는 것에만 관
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기무라씨의 비
서가 된 오마르 청년 역시 일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브루나이 근해의 석유자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기무라씨가 오마르 청년에게 현지 시찰 지역으로 안내
해주도록 요청한 곳은, 석유자원 관련 지역이 아니라
일반적 브루나이 국민들이 거주하는 가난한 마을이었
다.

당시 브루나이 마을들은 거의 밀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상태로서 도로 같은 것도 제대로 뚫려있지 않았다. 국
토의 80%가 열대우림지대인 브루나이에는 자생 고무
나무가 풍부하게 자라고 있었다. 천연 고무가 풍부한
것에 주목한 기무라씨는, 日本軍 자금을 이용해, 고무
를 제조하는 기계 설비를 대대적으로 조성하여 많은
브루나이 사람들을 정당한 임금을 주며 고용했다. 물
론, 기무라씨의 주요 임무 중에는 유전개발 또한 있었
지만, 천연고무를 고무로 제조한 후, 생긴 수익금을
日本軍의 수익으로 넣지 않고, 현지의 수도시설이나
통신시설 등 인프라에 투자했다.

애초 일본군의 자금을 끌어와 시설(고무 제조) 투자에
따라 생긴 수익을, 일본군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석유 시설
이외의 용도로 투자하는 것은, 당시 일본 정부 방침에
위배되는 행동으로서, 좌천이나 나아가 투옥까지도 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기무라씨는 이러
한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밀고 나갔다.

기무라씨는 다음으로 대단위 농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자급자족에 만족하며 '내 가족 먹을 것만 있으면 된다'
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브루나이 사람
들을 향해, 기무라씨는, 서로 협동하여 큰 규모로 농사
를 지으면 훨씬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
하며 사람들을 설득하러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 다녔
다.

현지인 비서 오마르 청년은 차츰 이러한 기무라씨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임 후 몇 달 만에 브루
나이 사람들이, 이런 모습의 기무라씨를 조금씩 존경
하기 시작했다. 기무라씨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
다. 기무라씨는 오마르 청년에게, '이반族' 거주지로
자신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브루나이는 王家가
속한 말레이系 이외에도 여러 부족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반族'은 말레이系 등 다른 여
러 부족으로부터 가장 배척당하고 있는 부족이었다.
이반族은 전통적으로 여타 부족들과 사이가 안좋았
으며, 특히 말레이系 부족과는 거의 원수지간이었다.
사람을 목을 베는 끔찍한 악습도 서슴지 않는 미개하
고 야만적인 부족이었다.

기무라씨는, 브루나이를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나가
려면 브르나이 내부의 부족 간 단합과, 하나된 마음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반族의 협조를
얻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반族은, 日本軍이
이전에 브루나이를 지배하던 영국을 물리치고 점령
할 당시, 자신의 구역에 들어온 한 일본 병사를 붙잡
아 그의 목을 베어버린 일이 있을 만큼 야만적인 부
족이었다.

그래도 기무라씨는 오마르 청년과 동행하며 조심스
럽게 이반族을 찾아가 설득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
고 지속했다. 이러한 설득 작업과 병행하여 각종 인
프라 구축에 이반族 거주지역을 우선적으로 적용하
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 결과, 조금씩 이반族 사람들
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이반族 사람들까지도 결
국 기무라씨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기무라
씨의 여러 노력 덕분에, 이반族과 여타 부족 간의 관
계는 점차 좋아져가게 되었다. 좁은 땅 덩어리에 多
민족으로 구성되어 많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브루
나이는 드디어 서로 협조하고, 하나가 되는 분위기
가 조성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무라씨의 노력은 더이상 이어
지지 못했다. 기무라씨가 브루나이縣 지사로 임명받
은지 일 년 남짓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말레이시아
로 이동할 것을 명령 받았기 때문이다. 기무라씨에
게는 아쉬움이 큰 일 년이었지만, 브루나이 사람들
에게는 기무라씨와 함께 지낸 일 년은 기적의 일 년
이었다.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들은 결정
적으로, 브루나이 사람들의 사고가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브루나이에
서의 마지막 날과 관련해 기무라씨는 手記에 이렇게
썼다.

<불과 일 년이었는데, 현지인 간부가 이별을 앞두고
내 앞에서 계속 울었다. 나 또한 눈물이 나오고 말았
다. 떠나는 마지막 날, 현지인 간부들과 거의 한 시간
반 정도를 서로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며 함께 했다.
그들을 지켜 보면서, 이 사람들이 나를 정말 믿어주
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도 너무 고마웠다. 일 년
동안 나름대로 애 쓴 것이 그래도 다소나마 이곳 사
람들을 위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비로소 안심
이 되었다.>

기무라씨가 그렇게 브루나이를 떠난 지 22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1964년)에서 기무라씨는 일본에서 檢事로
서 근무하고 있었다. 기무라씨는 브루나이를 떠난 이
후 종종 브루나이를 머리에 떠올렸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1963년까지만 해도, 정식 업무나 유학 목적
이외의 사유로 해외 渡航하는 것은 규제를 받고 있
었기 때문에, 기무라씨는 당시 개인적으로 브루나이
를 방문할 생각 같은 것은 하지도 못했다. 브루나이
국왕 앞으로 편지라도 한 번 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가끔 했지만, 당시 일본은 패전국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을 준비하던
3월 6일(1964년), 기무라씨 앞으로 편지가 한 통 전
달되었다. 보낸 사람은 '이노우에 다쓰로'(上野辰郞)
라는 사람으로서, 기무라씨가 브루나이에 있을 때,
일본 종합商事 파견자로서 브루나이에 근무했던 사
람이었다. 終戰 이후로도 서로 친분을 유지하던
사이였다.

편지 내용은, 이노우에(上野)씨의 知人이 브루나이
국왕과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국왕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었다.

<戰時 때, 브루나이에 지사로 파견되어 온 '기무라'
라는 이름의 남자를 꼭 한 번 만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아울러, 브루나이 국왕은 그 이전에 기무라씨를 찾
아내기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수소문까지 해보
았지만 결국 못찾고 귀국했다고 했다. 편지의 끝에
는 <저와 함께 브루나이 국왕을 만나러 갈 생각은
없는지요?>라고 되어 있었다. 기무라씨는 주저 없
이 브루나이로 향했다. 기무라씨는 이때 기분을
手記에 이렇게 썼다.

<22년 前의 연인을 만나는 듯한 설레임이 든다. 온갖
상상과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심장의 고동이 걷잡
을 수 없이 빨라지는 느낌이었다.>

기무라씨는 드디어 브루나이 궁왕이 거하는 궁전 안
으로 안내되어 들어가게 되었다. 잠시 대기실에서 대
기 후, 국왕과 마주했을 때, 기무라씨 앞에는 놀랍게
도 과거 자신의 비서 청년이었던 '오마르'가 서 있었
다. 오마르는 브루나이 국왕이 되어 있었다. 오마르
는 과거에 기무라씨가 브루나이에 부임했을 당시,
국왕의 친동생이었다. 이후, 오마르는, 형의 유지를
이어받아 브루나이의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한 것이
다.

두 사람은 과거 여러 추억 등을 떠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르 나누었다. 그리고 헤어질 무렵
오마르 국왕은, 기무라씨를 향해, 한 번 더 브루나이
에서 일해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기무라씨는
제안에 놀랐지만, 잠시 생각 후에 정중히 거절했다.
왜냐 하면, 브루나이는 이미 기무라씨가 근무했을
당시보다 훨씬 발전한 상태였고, 무엇보다 기무라
씨의 바람대로 브루나이인들이 서로 화합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을 이룬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무라씨는 세상을 뜰 때까지 소중하게 여긴 물건
이 하나 있었다. 재회를 끝내고 헤어질 때 오마르
국왕이 선물로 준 브루나이 고유의 공예품이었다.
브루나이인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로서 기무라씨
별세 이후 오늘날에 유족들에 의해 소중히 보관
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브루나이는 일본과의 관계가 각별하다.
브르나이에서 산출되는 천연가스 수출량의 90%가
일본向이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오마르 국왕의
아들인 오늘날의 국왕이 100만 달러의 의연금을
일본으로 보내주었고, 브루나이 일반 국민들은
24만 달러를 모금하여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
주었다. 기무라씨가 브루나이에서 오늘날에도 존경
을 받고있는 이유는, 그가 '和'(부족간 협동, 화합)
의 정신을 브루나이에 몸소 실천하고 전파해 주었
기 때문이다.



https://youtu.be/OLAYf0-Kl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