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한 번 불려가 조사받고 無혐의로 풀려난 사람을 가리켜 '전과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미워하고 폄하하는 것도 좋지만, 거짓말은 곤란하다. 많은 韓國人들이, 일본 아베 수상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前수상을 A급 戰犯인 것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일반인 뿐 아니라, 사실(Fact)
에 충실해야 할 기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7일 中
央日報 <아베의 미국, 박근혜의 일본>이라는
記事에는 이렇게 나온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가 이루지 못한 꿈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기시는 '평화헌법을 바꾸
는 게 일본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믿었다.>

이처럼, 글을 쓴 기자(논설위원)는, 기시 노부스
케 前수상에 대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기시>
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기시 노부스케'는 終戰과
함께, 한때 전범 용의자로 간주된 사실은 있지만,
연합군측 조사 결과, 일본이 개전을 모의한 1941
년 11월29일 대본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오
히려 전쟁派 도조 수상을 향해 전쟁 종결을 주장
했던 사실이 확인되어 無혐의로 풀려났다. 한 마
디로, 기시 노부스케는 戰犯과는 무관한 인물이
다.

韓國人들은, 경찰서에 한 번 불려가 조사받고 無
혐의로 풀려난 사람을 가리켜 '전과자'라고 부르
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시 노부스케 前수상에 대
해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굳이 '戰犯'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 'A급 戰犯 기시 노부스케'라는 식으로
흔히 부른다. 그것도 팩트에 충실해야 할 기자들
까지 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을 것 같다. 상
대가 '日本'이기 때문일 것이다. 日本이기 때문에,
최대한 미워해도 괜찮고, 최대한 폄하해도 괜찮
다는 思考에서 비롯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미워하고 폄하하는 것도 좋지만, 거짓말
은 곤란하다. 전과자(戰犯)도 아닌 사람을 향해
공공연하게 전과자(戰犯)라고 부르는 행위가,
오직 상대방이 日本이라는 이유만으로 용납될
수 있나? 未開 사회에서라면 모를까, 적어도
文明 사회에서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
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까지 허락된 것
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거짓말도 우려되지만,
사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 기자들까지 거짓말
을 추구한다면, 그때의 폐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기사 바로가기 URL>
http://news.joins.com/article/20272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