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북한 동포들의 영양실조를 왜 김정은에게 해결하라고 하지 못하고 朴 대통령 책임으로 몰아가려 할까?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1월 23일 국토통일원을 순시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통일 방안은 시종일관 불변의 원칙 그대로 남북한이 토착 인구 비례에 의한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말로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그 뜻이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국력신장에 있어서 우리가 북한보다 앞선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북한의 공산독재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흡수통일이니 북진통일이니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우뚝 서게 되면 북한은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는 기대도 묻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박정희 대통령 자신과 같은 사람이 주도적일 때의 얘기다. 김영삼,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그들이 지금처럼 국가 정체성을 흐려 놓을 것이라는 예측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잘못될 것이라는 경계심 정도였지 설마 그들이 실제 정권을 잡으리라고야 어떻게 상상했겠는가! 즉 잘 사는 것이나 체제의 우월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일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어제(6일)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 대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송영길 더불어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5만 5000명 동포의 영양실조가 걸려 있는 북한 근로자의 밥줄을 끊는 것'이라는 뜻을 에둘러 말했다. 이와 관련 열변을 토하는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해 보인다. 그런데 북한 동포들의 영양실조를 왜 김정은에게 해결하라고 하지 못하고 박 대통령 책임으로 몰아가려 할까?

지금 만약 남북을 통일하는 조건하에 통일 대통령으로 박근혜와 김정은 단 둘을 놓고 한 판 선거를 벌이면 누가 승리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직은 이른 것 같지만 세월이 좀 더 가면 김정은이 남북한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