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으로 바라보면 진리는 색채가 없는 흰색이고 無色이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 관습, 이념, 신앙, 신념, 편견 등으로 순수이성에 채색을 한다. 인간은 개인이나 집단 모두 색안경을 끼고 진리나 사실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진리의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진리 아닌 虛像(허상)이 화려한 색채로 둔갑, 사람들의 정신을 현혹시킬 뿐이다. 개인이나 집단은 자신의 색안경에 비치는 것만을 진리로 확신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착각을 열렬히 주장하거나 타인에게 강요까지 한다.

민족주의는 가장 강력한 색채로서 정신작용을 마비시킨다. 프랑스 알자스 출신의 어느 지식인은 “민족주의는 질병이고 EU(유럽연합)는 치료약”이라고 하였다(2016년 6월17일~24일字 〈이코노미스트〉). 민족주의 때문에 유럽연합이 붕괴되고 있는 것을 걱정하면서 한 말이다(알자스-로렌 지역은 오랜 세월동안 獨佛간의 영토쟁탈의 대상이었다). 민족주의라는 질병 때문에 UN이나 EU같은 국가 공동체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국제공동체는 와해되거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악성 민족주의

한국은 민족주의 때문에 重病(중병)을 앓고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너무나 악성이어서 한국인들의 인식능력을 심각할 정도로 크게 해치고 있다. 진리와 거짓에 대한 분별력이 대단히 미약해졌다. 민족주의 질병은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侵襲(침습)하여 개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것을 의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득과 손해를, 善과 惡을 구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도 공산주의는 악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선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명을 파괴하면서도 문명을 창조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아래는 민족감정 때문에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코믹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義憤(의분)을 느끼게도 하는' 몇몇 사례들이다.

1.

한글 專用(전용)정책으로 국어의 전달기능이 망가지고 문명의 도구인 문자가 파괴되고 국민의 독해력이 형편없이 약화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집단적 정신 발달장애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 漢字 문화권에서 퇴출당하고 있어도 “배우기 쉽고 우리의 문자”라는 이유로 한글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우기며 한자를 말살하고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글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규칙보다 훨씬 배우기 쉬운 한자를 어렵다고 몰아붙이며 한자는 배우지도 사용하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영어는 마음대로 자랑하듯이 사용하면서 교과서에서 한자倂記(병기)도 금지하고 있다. 민족주의라는 악성 질병에 걸려 문명파괴적인 야만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미국은 한국 안보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동맹국인데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이다” 라고 全국민에게 말한 적이 있다. 駐韓 미국대사와 미군사령관 앞에서 들으라는 듯이 당당하게 선언하고 국민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6·25남침전쟁을 일으켜 수백만의 동포를 죽인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도발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극악의 세력이 바로 북한 공산주의자들이다. 이들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미국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민족주의의 좋은 사례이다.

3.

석기시대의 돌무더기라도 인간의 손때가 묻은 것은 세월이 흐르면 모두 귀한 역사적 유물이 된다. 그래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존재하는 것은 모두 옳은 것인데, 日帝가 건설하였다는 이유로, “역사를 바로 잡아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앙청 건물을 철거하였다.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이라도 남기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고 국민은 박수를 쳤다. 국민 血稅(혈세)가 날아가는 줄도 모르고! 역사를 바로 세운다면서 역사를 파괴한 것이다. 하늘의 神들이 웃고 있었을 것이다.
 

4.

한국의 민족주의라는 질병은 容共 사회주의와 결합하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重病이 되었다. 이로 인해서 공산주의 독재국가 북한은 주체사상의 자주독립 국가이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外勢(외세)에 종속된 식민지 국가라는 '병든 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北보다 40배나 더 잘 사는,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자유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며 대한민국 건국 자체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저주한다. 그런 반역적 성향을 지닌 사람 다수가 국가의 중추기관은 물론 사회의 모든 분야에 침투하여 알게 모르게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

대통령 중 한 명은 북한에 돈을 퍼주었으며, 또 다른 대통령은 평양에 가 김정일에게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의 입장을 변호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산주의와 결합한 민족주의에 현혹된 한국은 국가이성이 마비되어 방향감각을 상실한 비키니섬의 거북이처럼 천국을 버리고 지옥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5.

민족주의로 의식에 병이 든 한국인들은 자유민주주의 일본에 대해서 이유도 없는 敵愾心(적개심)을 끊임없이 분출함으로써 일본으로부터는 미움을, 미국으로부터는 눈총을 자초하고 있다. 오늘날의 일본은 100년 前의 침략적 제국주의 국가도 아니고 70년 前의 호전적인 군국주의 나라도 아니며, 한국처럼 평화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도 일본을 敵國처럼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이점을 주고 있는 게 국제정세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런데 민족주의의 포로가 된 한국인들은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장터 아줌마까지 百害無益(백해무익)의 '일본 미워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방 백신을 개발해야

2015년 5월12일字 <이코노미스트>는 “브리튼(Britain)의 國力이 약해지니까 영국적 정체성이나 연합왕국에 대한 충성도가 쇠퇴하는 것은 놀랄 바가 아니지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등 나머지 지역이 문화·상업적·군사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발언권을 가지기 원한다면, 연합왕국 Britain이 하나의 훌륭한 수단과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Britain은 역사적으로 영국인에게 민족주의를 예방하는 훌륭한 백신(vaccine)의 기능을 해왔다. 그래서 Britain 체제는 무절제한 민족주의(intemperate nationalism)를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英聯邦(영연방)처럼 맹목적이고 원리주의적인 민족주의를 방지할 예방 백신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 ●